[한겨레21·YES24 공동기획] 책, 희망을 속삭이다/ 올해의 책 2009
지난 2008년 11월 첫 권이 출간돼 2009년 7월 마지막 여섯째 권까지 완간된 베르나르 베르베르 장편소설 <신>. 구상에서 집필·완결까지 9년에 걸쳐 완성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대작 소설이다. 인류의 운명을 놓고 흥미진진한 게임을 펼치는 신 후보생들의 이야기는 상상력의 한계를 허물어온 베르베르가 마침내 금기의 영역인 ‘신’이라는 주제에 도전했다는 것만으로도 팬들의 관심을 받아온 기대작이자, 이미 2007년 전편이 완간된 프랑스에서 100만 부 이상 팔림으로써 베르베르의 저력을 다시 한번 알린 화제작이었다.
신들의 학교의 사관후보생들
베르베르는 작품 활동 초기부터 ‘영혼의 진화’라는 주제에 끊임없이 천착해왔다. <타나토노트>(1994)에서는 사후 세계를 탐험하는 인간들을, <천사들의 제국>(2000)에서는 죽은 뒤 천사가 되어 지상의 인간들을 돌봐주는 수호천사들의 모습을 특유의 상상력으로 그렸다. 그리고 두 소설의 주인공이던 미카엘 팽송을 다시 한번 내세워, 인간과 천사를 거쳐 마침내 영혼이 다다를 수 있는 마지막 지점 ‘신’들의 세계를 창조해냄으로써 기나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게 된다.
<신>에서 베르베르는 기본적으로 그리스·로마 신화를 바탕으로 기독교와 유대교 전승, 불교 등의 요소를 융합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삶과 죽음 너머, 영혼과 그 위 단계의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해온 베르베르식 우주의 완성이라 할 만하다. 자칫 무거워지기 쉬운 주제를 베르베르는 특유의 발랄한 상상력과 유머, 인간 세상에 대한 우의적 풍자로 경쾌하게 풀어나간다. <타나토노트>와 <천사들의 제국>에서 인간으로서, 천사로서의 삶을 산 미카엘 팽송이 <신>에서는 144명의 신 후보생 중 하나가 되어 신이 되기 위한 경쟁을 펼치는데, 후보생들은 그리스 신들의 지도 아래 지구를 본떠 18호 지구를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 광물, 식물과 동물, 그리고 인간까지 차례대로 만든다. 신들의 학교 동기생에는 아나키즘의 창시자 조제프 프루동, 스파이로 활약했던 마타 하리, 비행사이자 <어린 왕자>의 작가인 생텍쥐페리 등 유명 인사들도 섞여 있어 세계를 만들어가는 데 이들이 저마다 어떤 개성을 발휘할지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다.
<신>은 구성에서 크게 두 가지 특징을 지녔다. 내용상으로 볼 때, 이야기는 두 가지 큰 줄기, 신들의 학교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싸우는 후보생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만들어낸 18호 지구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진행된다. 형식상으로는 데뷔작인 <개미>에서 사용했던 백과사전을 삽입하는 방식을 다시 도입했다. 내용과 관련된 지식과 정보를 백과사전 형식으로 제공함으로써 독서에서 재미와 지식이라는 두 가지 즐거움을 모두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독자는 날실과 씨실처럼 교차되며 얽히는 이야기들에 어느새 끌려 들어가게 된다.
<개미>에서 사용한 백과사전 형식 다시 도입
베르베르는 지구의 인류사를 학살과 배신을 바탕으로 전개된 역사로 본다. 승리한 문명이라고 해서 반드시 우월하다 할 수 없으며, 사라져버린 문명이라 해서 뒤떨어진 문명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본 증인이 베르베르가 보기에는 바로 신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한 소설이 6권까지 숨 가쁘게 전개되는 동안 지루하지 않게 빨아들이는 힘은 과연 베르베르답다 할 수 있다. / 김호주 열린책들 영미문학팀 팀장
프랑스 출신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한겨레 이종근 기자
<신>에서 베르베르는 기본적으로 그리스·로마 신화를 바탕으로 기독교와 유대교 전승, 불교 등의 요소를 융합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삶과 죽음 너머, 영혼과 그 위 단계의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해온 베르베르식 우주의 완성이라 할 만하다. 자칫 무거워지기 쉬운 주제를 베르베르는 특유의 발랄한 상상력과 유머, 인간 세상에 대한 우의적 풍자로 경쾌하게 풀어나간다. <타나토노트>와 <천사들의 제국>에서 인간으로서, 천사로서의 삶을 산 미카엘 팽송이 <신>에서는 144명의 신 후보생 중 하나가 되어 신이 되기 위한 경쟁을 펼치는데, 후보생들은 그리스 신들의 지도 아래 지구를 본떠 18호 지구를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 광물, 식물과 동물, 그리고 인간까지 차례대로 만든다. 신들의 학교 동기생에는 아나키즘의 창시자 조제프 프루동, 스파이로 활약했던 마타 하리, 비행사이자 <어린 왕자>의 작가인 생텍쥐페리 등 유명 인사들도 섞여 있어 세계를 만들어가는 데 이들이 저마다 어떤 개성을 발휘할지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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