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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마음 속 대통령’의 좌절

막다른 데 이른 대통령의 삶을 엿보는 <성공과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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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1-21 19:43 수정 : 2010-01-2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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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YES24 공동기획] 책, 희망을 속삭이다/ 올해의 책 2009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한겨레 박종식 기자
“회고록은 한참 후에 쓰려고 했다. 아직 인생을 정리하기에는 너무 이르고,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이 남아 있었다. …마침내 피의자가 되었다. 이제는 일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제 할 수 있는 일은 지난 이야기를 쓰는 일뿐인 것 같다. 왜 써야 할까?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이다. 일은 삶 그 자체이다.”(<성공과 좌절> 16쪽, 최종 수정일: 2009년 5월20일 오후 5시5분)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삶을 지탱해준 ‘삼락’(三樂)으로 책과 글, 그리고 담배를 꼽은 바 있다. 고인은 2009년 4월 초순 참모들과 진보주의에 관한 연구회의를 끝낸 뒤 “내가 글도 안 쓰고 궁리도 안 하면 자네들조차도 볼 일이 없어져서 노후가 얼마나 외로워지겠나? 이것도 다 살기 위한 몸부림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노무현재단에서 펴낸 최초의 대통령 사진집 <사람 사는 세상>에는 고뇌와 불면으로 초췌해진 대통령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왜 성공이 아닌 실패인가


서거 며칠 전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집필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회고록 집필에 들인 대통령의 노력은 집착 너머의 것이었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는 마지막 남긴 말에서 보듯, 회고록 작성은 막다른 데 이른 대통령의 삶, 그것이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전하는 미완의 회고록 <성공과 좌절>. 소탈하고 서민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던 노 전 대통령이 직접 목차를 포함해서 대강의 구성을 작성한 회고록이다. 최초의 대통령 팬클럽을 탄생시키며 대통령으로 당선된 노 전 대통령은 이 책에서 자신의 좌절과 실패, 미처 대답하지 못했던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 담긴 진솔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1부와 2부로 나뉜 이 책에서 눈길을 잡아끄는 것은 회고록의 구성을 밝힌 글과 비공개 카페에 올린 글이 소개된 1부다. ‘성공’이 아닌 ‘실패’로 회고록의 전체 기조를 잡게 된 심정을 밝히며, 국가의 역할, 대통령의 과업, 참여정부의 노선, 참여정부가 성공을 이루지 못한 원인, ‘노무현 정치’가 좌절하게 된 배경에 대해 거침없이 쓰고 있다.

또한 서거 전 그를 옥죄던 상황에 대한 참담한 심경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서거 사흘 전인 5월20일에 쓴 글에서 그는 “마침내 피의자가 되었다. 이제는 일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제 할 수 있는 일은 지난 이야기를 쓰는 일뿐인 것 같다”라고 썼다. 그는 또 이보다 앞서 쓴 글에서 “저의 집은 감옥입니다. 집 바깥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갈 수가 없습니다. 저의 집에는 아무도 올 수가 없습니다”라며 고통을 토로했다.

〈성공과 좌절〉

2부에서는 대통령 취임 전부터 해답을 찾으려 노력했으나 답을 찾지 못했던 이야기와 어린 시절 및 민주화운동 시절에 대한 회고, 대통령 재임 시절에 대한 평가 등을 이야기한다. 실패하고 만 자신의 ‘정치 실험’과 이해찬·유시민·한명숙과의 만남 등 참여정부 5년에 대한 회고를 담았다.

실패를 인정하는 걸 두려워 하지 않은 대장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경제 파탄, 민생 파탄, 총체적 파탄의 책임을 논하는 이들과 싸워야 했다. 하지만 어떤 시련 속에서도 당당했고, <성공과 좌절>에서 알 수 있듯 실패를 인정하는 데도 두려움이 없었다. 그는 비겁하게 살지 않으려 애쓴 대장부였으며,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꾼 시민의 ‘내 마음속 대통령’이었다. / 강상훈 학고재 편집팀 팀장

<성공과 좌절>
노무현 지음/ 학고재 펴냄

YES24 올해의 책 득표: 1만6076표, 남성 48.4%, 29살 이하 33.8%

이 책은 만점을 드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cdh1220

영원한 희망의 증거- 폴리네시아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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