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YES24 공동기획] 책, 희망을 속삭이다/ 올해의 책 2009
이 책의 출간 덕분에, 우리는 ‘금지나 인센티브 없이도 사람들의 선택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끄는 힘’을 표현할 적절한 신조어를 얻게 되었다. 바로 ‘넛지’(nudge)다. 소변기에 붙인 파리 모양 스티커 덕분에 화장실 오염이 눈에 띄게 줄었다든지, 쓰레기 상습투기 지역에 화단을 설치했더니 무단투기가 근절됐다든지 하는, ‘넛지 효과’의 사례들은 사실 그다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다만 이것을 하나의 경제학적 현상으로 주목하고 분석을 시도한 점이 이 책의 탁월한 점이다. 이 재치 있는 호명 덕분에 ‘선택 설계자’라는 분명한 개념이 드러났고, 연쇄적으로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라는 이 책의 핵심 아이디어가 도출되었다.
서둘러 사인한 계약서, 금융위기를 부르다
가령 당신이 주택담보 대출을 받기 위해 상담을 받는다고 하자. 당신은 어마어마한 서류 뭉치들과 채워넣어야 할 빈칸들에 이내 주눅이 들고 말 것이다. 수많은 옵션 속에서 어쩔 줄 모르고 앉아 있는 당신에게 중개인은 당신이 사인해야 할 곳들만을 체크해준다.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본 방향이었기 때문에, 오늘날 상품의 종류와 옵션은 엄청나게 증가했다. 당신은 결국 이 끔찍한 곤경에서 서둘러 벗어나기 위해, 꼼꼼히 읽는 것을 포기하고 서둘러 사인하고 말 것이다. 이렇게 해서 간단히 또 한 건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계약이 성사됐다. 이 과정 중 상품의 리스크에 대한 경고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렇게 해서 터진 것이 미국발 금융위기였다.
저자들은 이처럼 복잡해져만 가는 현대사회에서는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전문가라고 불리는 선택 설계자들에게 교묘하게 이용당할 확률이 더욱 높아졌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이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넛지’다. 이것은 자유주의적 개입주의, 즉 선택의 자유는 여전히 개인에게 열려 있지만, 사람들이 치명적 선택을 할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도록 부드럽게 개입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학교 급식에서 몸에 좋은 채소를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둔다든지, 사고다발 구간에 요철이 없는 과속방지턱을 그려넣는다든지 하는 간단한 넛지부터, 다양한 정부 정책에서 자동으로 설정되는 디폴트 옵션의 합리적 설계에 이르기까지, 넛지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며 그 효과는 국가 전체에서부터 개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아우른다.
오바마 행정부로 간 저자 이 책의 출간 이후 저자 중 한 명인 선스타인은 오바마 행정부에 합류해서 규제정보국을 돕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름휴가를 맞은 청와대 전 직원들에게 대통령이 이 책을 선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신이 무언가 선택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넛지는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행동경제학의 최전선에서 보내온 이 선택 설계의 기술과 함께 서로를 배려하는 바람직한 넛지를 주고받는 건 어떨까? / 정상우 리더스북 에디터
〈넛지〉
오바마 행정부로 간 저자 이 책의 출간 이후 저자 중 한 명인 선스타인은 오바마 행정부에 합류해서 규제정보국을 돕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름휴가를 맞은 청와대 전 직원들에게 대통령이 이 책을 선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신이 무언가 선택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넛지는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행동경제학의 최전선에서 보내온 이 선택 설계의 기술과 함께 서로를 배려하는 바람직한 넛지를 주고받는 건 어떨까? / 정상우 리더스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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