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YES24 공동기획] 책, 희망을 속삭이다/ 올해의 책 2009
지난해 5월9일 세상을 떠난 장영희 교수가 우리에게 남긴 희망 에세이. 이 책에는 저자의 생애 마지막 9년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난 2001년 미국 보스턴에서 안식년을 보내던 중에 유방암 진단을 받았으나 방사선 치료로 완치된 일, 2004년 다시 척추암 판정을 받고 투병했던 일, 또 한 번 연구년을 맞았으나 간으로 암이 전이돼 미국행을 포기하고 한국에 머물게 되었을 때의 일 등 “나쁜 운명, 좋은 운명 모조리 다 깨워가며 저벅저벅 당당하게” 그녀가 한발 한발 내디녔던 발자국이 기록돼 있다.
“이런 허망한 희망은 비참하지 않나요?”
스스로 “눈곱만큼도 기적의 기미가 없는, 절대 기적일 수 없는 완벽하게 예측 가능하고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고 했던 저자가 책 제목을 ‘살아온 기적 살아살 기적’으로 정한 것은 무엇보다 이 책이 기적의 책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에게 기적이란 다른 먼 곳에 있는 무언가가 아니었다. 아프고 힘들어서 하루하루 어떻게 살까 노심초사하며 버텨낸 나날들이 기적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성실하고 열심히 살아온 내공의 힘이 바로 내일을 살아갈 기적이 된다는 ‘삶의 기적’을 그는 독자와 나누기를 원했다.
생후 1년 만에 찾아온 장애, 세 차례에 걸친 암 투병…. 하지만 이 책의 글들은 결코 무겁거나 우울하지 않다. 자칫 암울해지기 쉬운 소재들을 적절한 유머와 위트, 긍정의 힘으로 승화시키는 문학적 재능과 여유는 장영희 교수만이 가진 독특한 힘이자 아름다움이다.
그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희망의 위대한 힘을 믿었다. 물이 차오르는 섬에서 자신이 곧 죽을 운명인 것도 모르고 구조대를 기다리며 희망의 노래를 부르는 눈먼 소녀의 이야기를 하며 누군가 “이런 허망한 희망은 너무나 비참하지 않나요?”라고 물었을 때 그는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희망의 노래를 부르든 안 부르든 어차피 물은 차오를 것이고, 그럴 바엔 희망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 낫다고, 분명 희망은 운명도 뒤바꿀 수 있을 만큼 위대한 힘이라고. 운명도 뒤바꾸는 위대한 힘
지금 이 순간에도 그는 “오래된 상처까지 들추어내고, 그 상처가 없어질세라 꼭 끌어안고, 자신은 상처투성이라 아무것도 못한다며 눈물 흘리며 포기하는” 우리에게 이 책을 통해 희망과 용기를 말하고 있다. 그렇게 주저앉아 있지만 말고 너도 용기를 내어 한번 살아보라고. 그러면 분명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될 것이라고. / 샘터 편집부
고 장영희 교수
그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희망의 위대한 힘을 믿었다. 물이 차오르는 섬에서 자신이 곧 죽을 운명인 것도 모르고 구조대를 기다리며 희망의 노래를 부르는 눈먼 소녀의 이야기를 하며 누군가 “이런 허망한 희망은 너무나 비참하지 않나요?”라고 물었을 때 그는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희망의 노래를 부르든 안 부르든 어차피 물은 차오를 것이고, 그럴 바엔 희망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 낫다고, 분명 희망은 운명도 뒤바꿀 수 있을 만큼 위대한 힘이라고. 운명도 뒤바꾸는 위대한 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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