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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당신이 행복할 권리, 헌법에 있다

베스트셀러 저자와 정치가라는 부조화한 양면을 균형감 있게 지나는 유시민 전 장관의 <후불제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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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1-21 19:10 수정 : 2010-01-22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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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YES24 공동기획] 책, 희망을 속삭이다/ 올해의 책 2009

〈후불제 민주주의〉
한국 정치 상황이라는 것이 늘 한 치 앞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역동적(?)이기는 하지만, 2009년은 특히 유례없이 큰 사건과 사고가 많았던 해이다. <후불제 민주주의>는 그러한 복잡다단한 한국 정치 상황과 궤를 같이하며 스스로도 복잡한 운명을 헤쳐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촌철살인 스타일이 신중한 어조로

사실 이 책은 출간 전부터 집필 소식이 외부에 알려져, 기다리는 독자가 꽤 많았다. 출판사로 전화나 홈페이지를 통해 출간 일정 문의가 쇄도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식소매상 베스트셀러 저자로 돌아온 뒤 오랫동안 지켜온 침묵을 깨고 처음으로 발표한 책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참여정부에 대한 (당사자 입장에서 나온) 가장 본격적인 정리와 평가라는 것도 관심을 끌 만했고, 보수 정권의 ‘잃어버린 10년 돌이키기’ 광풍이 몰아치던 당시, 참여정부의 핵심적 인사로 분류되는 저자가 현 상황에 대해 처음으로 포괄적이고도 공식적인 언급을 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사실 유 전 장관이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하기 이전, 비판적 논객이던 시절에 보여준 ‘잘못된 것 잘못됐다고 콕 집어 얘기해주는’ 촌철살인의 스타일을 기대했던 이들은 이 책(특히 1부)의 차분하고 신중한 어조에 조금 실망했을 수도 있겠다. 또 헌법에 대한 교양적 지식을 쌓으려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이 책(특히 2부)이 취하는 현실적이고 경험주의적 어조에 당황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파란만장한 사건들을 거치는 동안 이 책의 독자가 더 늘어난 것을 보면, 독자에게는 당장 속 시원하거나 옳고 바르지만 추상적인 이야기보다는 이런 이야기들이 더 필요했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책이 단발성으로 제공하는 카타르시스가 클수록 정치에 냉소적인 무관심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저자가 경계하려는 바인데, 결국 이 책은 그런 위험을 피하면서도 많은 독자를 만났다는 것이 기특했다.


유시민 전 장관. 돌베개 제공
<후불제 민주주의>는 사실 출간 직후에도 인문서로서 기대하기 힘든 판매고를 올렸다. 인터뷰 요청과 강연 요청도 쇄도했다. 그러던 즈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혐의 관련 기사가 수상할 정도로 언론매체를 도배하기 시작하면서, 유 전 장관은 지지자들의 모임인 시민광장 홈페이지에 당분간 모든 홍보 활동과 강연 활동을 접겠다고 밝혔다. 당연히 책 판매도 주춤했다. 출판사 처지에선 살짝 걱정이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하는데, 우리(라 함은 출판사 식구들을 말한다) 중 누구도 심지어 영업부조차도 나라 걱정보다 책 판매 걱정을 더 많이 하지는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결론을 내리면서, 이 책의 운명은 다시 한번 바뀌었다. 당시 한국의 정치 상황, 정치판, 정계에 관한 수많은 비관적 예측이 난무했지만, 이런 비극적인 상황을 예상한 이는 없었을 것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과 당혹감에서 허우적대던 독자들이 다시 이 책을 찾기 시작했다.

유배 상황 견디며 쓴 책

스스로 “유배 상황” “내적 망명”이라 불렀던 2009년 초, 집필실에서 밤늦게까지 옛날 책, 요즘 책을 뒤적이며 원고를 쓰던 유시민 전 장관의 모습은 그래도 편안해 보였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책이 <후불제 민주주의>와 <청춘의 독서>다. 그는 이렇듯 베스트셀러 저자와 정치가라는 부조화한 양면을 아슬아슬하게, 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균형감 있게 이어가고 있다는 것만으로 한국 출판 상황에서 의미 있는 존재다. 일종의 실험처럼 보이기도 한다. 요즘 방송과 인터넷, 종이매체를 통해 전해지는 여러 뉴스들, 국민참여당, 지방선거, 한명숙 전 총리 등과 관련된 뉴스 속에서 간간이 비치는 유 전 장관의 모습을 보며 다음에는 또 어떤 원고가 나올지 궁금해진다. / 김희진 돌베개 인문사회팀 팀장

<후불제 민주주의>
유시민 지음/ 돌베개 펴냄

YES24 올해의 책 득표: 8805표, 남성 56.7%, 29살 이하 36.8%

지금 사회에 꼭 필요한 책- 우스

헌법을 통해 시대를 읽는다- bon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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