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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기자의 눈으로 보고 작가의 손으로 풀다

과거에서 현재를 이야기하던 김훈의 타임워프 <공무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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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1-21 18:40 수정 : 2010-01-22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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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YES24 공동기획] 책, 희망을 속삭이다/ 올해의 책 2009

〈공무도하〉
김훈은 30년 가까이, 작가이기 전에 기자였다. 2003년 1월 퇴직하며 마지막으로 기자 생활을 한 한겨레신문에서, 작가는 사회부 기동취재팀 소속으로 종로경찰서를 출입하는 ‘종로2진’이었다. 기자는 아침마다 ‘캡’에게 전화를 걸었다. “캡이세요? 김훈입니다. 지금 종로경찰서에 나와 있습니다. 오늘 이러저러한 일이 있는데, 이를 기사로 써보겠습니다. 몇 매를 보내면 될까요?” 그리고, 마감 시간에 한 번도 늦는 법 없이 연필로 꾹꾹 눌러쓴 기사를 팩스로 송고했다.

이 자리에서 자신이 본 풍경 그대로

기자 김훈의 기사는 현장성이 살아 있고, 간결하고 함축적이었으며, 직접적으로 독자에게 호소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본 것을 그대로 옮겨놓았으나 그 관조적인 전달은 백마디 호소보다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공무도하>는 작가로서보다 기자로서 더 많이 살아온 김훈이 기자의 눈으로 보고, 작가의 손끝으로 풀어낸 우리 삶의 이야기다. 그의 첫 장편 <빗살무늬토기의 추억>과 단편들을 제외하면 그는 언제나 과거 안에서 현재를 이야기해왔다. 이제 그가 오늘,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의 많은 기사가 그래왔듯 그는 자신이 본 것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나, 무심히 옮겨놓은 듯 보이는 그 배경과도 같은 풍경 안에서 새로운 인물들, 새로운 이야기- 결국은 우리 이야기인- 가 태어난다.


김훈. 생각의 나무 제공

기르던 개에게 물려 죽은 소년의 어머니를 찾기 위해 해망을 찾는 사회부 기자 문정수, 개발로 시끄러운 마을에서 크레인에 깔려 죽은 여학생 방미호와 그에 대한 보상금을 받고 잠적한 방미호의 아버지 방천석, 백화점 화재 현장에서 귀금속 매장의 보석과 금붙이들을 빼돌린 뒤 해망으로 내려와 고철 인양 사업을 추진하는 소방수 박옥출, 노동운동을 하다가 연행돼 집행부 수배자들의 은신처를 자백하고 풀려난 뒤 해망에서 물밑 고철을 건져올리며 살아가는 남자 장철수, 한국으로 시집왔다가 가출한 베트남 여자 후에, 그리고 문정수가 들려주는, 차마 기사가 되지 못한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노목희….

인간 삶의 먹이와 슬픔, 그럼에도 희망

이들이 모여들어 또 다른 사건을 만나게 되는 조그만 바닷가 마을인 ‘해망’은, 어쩌면 서울 변두리 어느 동네의 이름일 수도, 강원도의 어느 산속 마을의 이름일 수도 있다. 그 여러 ‘해망’에는 또 다른 문정수와 박옥출과 장철수와 노목희와 후에가 강 건너 저편으로 가지 못하고 약육강식의 더러운 세상에서 ‘함께’ 살고 있을 것이다. 950매의 짧지 않은 이 노래는, 결국 인간 삶의 먹이와 슬픔, 더러움, 비열함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희망’을 보여준다. / 최유미 문학동네 국내1팀 편집부

<공무도하>
김훈 지음/ 문학동네 펴냄

YES24 올해의 책 득표: 6942표, 남성 48.4%, 29살 이하 33.7%

던적스러운 인간들 속에 보이는 미약한 희망- 꽃다지

산다는 것, 절망과 희망의 악수- 穀雨(동스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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