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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집단 바보’를 벗어나기 위해서

탐욕과 공포심을 조장하는 부동산의 덫을 피하는 법 <위험한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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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1-21 16:14 수정 : 2010-01-2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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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YES24 공동기획] 책, 희망을 속삭이다/ 올해의 책 2009

한국에 치열한 부동산 계급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저소득층의 주택 소유 기회를 늘려준다는 취지로 부동산 버블이 시작됐다면, 한국의 부동산 버블은 철저하게 건설업체와 다주택 투기자의 배를 불려주는 과정에서 부풀어올랐다. 2000년대 이후 주택보급률이 10% 이상 증가하는 동안 주택소유율이 2%밖에 늘지 않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공급된 주택 대부분이 돈 많은 사람들의 다주택 투기용으로 공급됐다는 뜻이다. 부동산 투기 붐 동안 희희낙락했던 다주택 투기자와 건설업체가 지금 잔뜩 물려 있다. 이 다주택 투기자와 건설업체가 부동산 시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안달하고 있다.

막차가 가는 길은 내리막길

〈위험한 경제학〉

때마침 부동산 부자들을 철저히 옹호해주는 정권이 집권했다. 그리고 건설사와 기득권 언론이 삼각 편대를 이루고 있다. 그들은 권력과 금력을 가졌고, 서민을 후릴 수 있는 언론과 투기 선동가들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부동산 사모펀드 등 합법적 투기 세력들이 2009년 초 부동산 가격 끌어올리기 작전의 전위대 구실을 했다. 이들은 “지금이 저점 매수 기회”라며 탐욕을 자극하고,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영원히 집을 살 수 없다”며 공포심을 조장한다. 이렇게 일반 가계들의 탐욕과 공포심에 불을 지펴 부동산 덫에 물린 자신들이 털고 나가기 위해 ‘마지막 폭탄 돌리기’를 하는 것이다. 현상의 이면을 들여다볼 능력이 부족한 일반인들은 집값이 한번 오르면 계속 오를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힌다. 탐욕과 공포심을 이기지 못하고 무리하게 지금 집을 사는 사람들은 막차를 타게 된다. 그 막차가 가는 길은 계속 내리막길뿐이다. 단기적으로는 이들 기득권 세력의 힘이 압도하는 것 같지만 결국에는 버블 붕괴 압력이 ‘운명의 힘’처럼 관철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지금까지 자본주의 역사가 가르쳐주는 바다. 따라서 일반 가계들이 이들의 선동에 휘둘려 괜히 다주택 투기자의 ‘폭탄 처리반’으로 전락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부동산 거품과 그 거품에 편승한 과욕의 폐해가 어떠한지는 지금 전세계가 목도하고 있다. 이제 전세계의 부동산 버블이 꺼지는 시기이고, 우리도 피할 수 없다. 그 과정에서 큰 충격이 있겠지만, 한국 경제가 정상 궤도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감내해야 하는 충격이다. 근본적 수술을 통해 부동산 거품이라는 악성 종양을 떼내지 않으면 한국 경제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현 정권은 자신들 임기 내에 거품 붕괴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다음 정권에 폭탄을 떠넘기려는 속셈으로 근본 수술을 미루고 있다. 오히려 악성 종양을 더욱 키우고 있다. 선량한 국민을 선동해 부동산 투기판을 더욱 키우려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와 이와 연관된 건설 경기를 띄우기 위해 한국 경제 전체를 희생하고 있다. 말끝마다 ‘시장원리’를 외치는 정권이 하는 짓들은 시장의 정상적 조정 과정을 방해하고 있다. 그동안 땅값·집값이 너무 높았고 사람값은 똥값이었으므로 이제 사람값을 높이고 땅값·집값은 낮추는 조정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정부는 이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있다.


언제까지 무능과 무지로 점철된 정부 관료들과 정치적 탐욕에 이끌린 정치권의 거듭된 정책 실패 때문에 국민이 투기꾼의 노리개가 돼야 한단 말인가. 그러는 사이 한국 경제는 끝없는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는데 말이다. 공동체의 경제적 기반과 공동체 구성원의 연대가 무너지면 그 사회의 구성원인 개개인이 행복하기란 어렵다. 이제라도 한국 경제의 파탄은 피하면서도 부동산 거품을 빼고 우리 모두가 ‘집단 바보’ 상태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간의 계급투쟁을 마무리짓고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하고 능력과 창의성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공정한 게임 규칙에 따라 정당하게 보상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건설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물려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기득권이 원치 않는 것, 미래 위험에 대비하는 것

<위험한 경제학>은 한국 경제가 직면한 현 상태를 최대한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한다. 저자 또한 사람이기에 주관적 편견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해관계 때문에 의도적으로 현 상황을 비틀고 부풀리지는 않았다. 이 책은 꼭 알려야 하는 진짜 한국의 모습을 오랜 기간의 연구와 취재,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알리고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래의 한국과 한국인에게, 가깝게는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고 책임지기를 원하는 모든 분에게 권한다. 이 책을 끝까지 읽으면 현실경제에 대한 새로운 안목을 갖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오늘날 정보 왜곡의 현실 속에서 일반인이 중요한 사회·경제적 사안들을 제대로 인식하기란 어렵고, 이에 따른 폐해도 크다. 소비자나 투자자로서 제대로 된 정보가 없으면 공급자인 기업과 그 기업의 내부자들에게 판판이 당하기 십상이다. 한국의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에서 사기와 선동질이 난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권자로서 올바른 정보를 얻지 못하면 올바른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없다. 이 책은 현재 한국의 기득권 세력이 전혀 원치 않는 것이지만, 당신이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더난출판사 편집팀 민신태 팀장

<위험한 경제학>
선대인 지음/ 더난출판사 펴냄

YES24 올해의 책 득표: 5320표, 남성 64.6%, 29살 이하 29.1%

강추! 드디어 제대로 된 책이 나왔네요- doo310

이 책을 읽으면 정신이 번쩍 날 것이다- hwonk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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