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의 지독한 ‘유럽 콤플렉스’… 경기 스타일 비슷해도 체격·스피드 뒤져
한국축구가 히딩크 감독을 영입하고도 유럽축구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30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컨페더레이션스컵 개막전에서 프랑스에 0-5로 대패한 사실은 끈질긴 유럽 콤플렉스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사실 그동안 한국축구는 올림픽과 월드컵 같은 큰 무대에서 유럽축구를 이긴 적이 한번도 없다. 더구나 2000유로컵 우승국이자 지난 5월 중순 국제축구연맹(FIFA)이 발표한 FIFA랭킹에서 브라질을 누르고 1위로 올라선 프랑스를 개막전에서 만났으니 어쩌면 몇골 차로 패하느냐가 문제였는지도 모른다. 물론 거스 히딩크 감독이 최근 일본(5-0), 포르투칼(4-0)에 이어 독일(1-0)마저 집어삼킨 프랑스를 혼내주겠다고 큰소리쳤을 때는 ‘프랑스축구를 너무 잘 아는 감독’이 한 말인 만큼 조금은 믿는 구석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면 한국축구는 왜 유럽축구 앞에만 서면 고양이 앞의 쥐 신세가 되는 것일까?
고양이 앞의 쥐 신세… 월드컵서 3무7패
축구는 기술, 전술, 체력에 심리적 요인이 작용해 결과가 나온다. 개인적인 기술과 체력을 갖추고 고도의 전술을 가미한 뒤 이기겠다는 동기부여를 하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축구는 유럽축구에 비해 기술, 전술, 체력 모두 떨어진다. 우선 일대일에서 상대선수를 제칠 수 있는 기술이 없다. 상대선수를 제칠 자신이 없으니까 공이 오는 게 두렵기까지 하다. 체력도 유럽선수들에 비해 떨어진다. 외형적인 체격조건, 즉 하드웨어는 물론 전·후반전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파워인 소프트웨어도 떨어진다. 코칭스태프의 전술운용도 창조적이지 못해 유럽축구를 흉내내는 정도의 수준이다. 그렇다고 정신력이 월등히 뛰어난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한국선수들이 목숨 걸고 축구를 한다면 유럽선수들은 축구를 생활의 일부처럼 즐긴다. 어떤 것이 더 유리한지는 반복되는 결과가 말해준다. 한국축구가 유럽축구보다 더 나은 점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니 유럽축구에 백전백패를 당하는 것이다. 반면 한국축구가 남미나 아프리카축구에는 비교적 강한 편이다. 기술이나 전술에서 뒤지는 점을 체력과 심리적인 면에서 극복할 수 있기 때문에 간혹 이기는 경우도 나오는 것이다. 지난 6월1일 컨페더레이션스컵 2차전에서 멕시코에 2-1로 승리한 사실은 이를 증명한다.
역대 월드컵 성적을 보면 유럽 콤플렉스가 잘 드러난다. 한국축구는 역대 월드컵에서 유럽축구와 10차례 맞붙어서 단 한 차례도 이기지 못하고 3무7패를 기록하고 있다. 10번을 싸우는 동안 독일과 스페인에 2골씩 넣는 등 모두 8골을 넣었다. 그러나 실점은 득점의 4배가 넘어 36점이나 된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 헝가리전에서는 무려 9골을 내주었다. 최근 들어서도 유럽 콤플렉스는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에 5-0으로 대패한 경기는 악몽 같은 유럽 콤플렉스의 절정이었다. 올림픽에서도 유럽 징크스는 되풀이된다. 1948년 런던올림픽에서 스웨덴에 역대 한국축구의 국제경기 최다실점인 12점이나 내주며 완패를 당했다. 지난 2000시드니올림픽에서는 첫 경기에서 스페인에 0-3으로 완패를 당하는 바람에 이후 2연승을 하고도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유럽팀과의 올림픽 성적은 월드컵 성적보다 더욱 격차가 벌어져 6전2무4패다. 3골을 넣었으나 무려 24골을 허용하고 있다. 결국 올림픽과 월드컵의 유럽팀과의 경기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하고 16전5무11패, 12득점에 60점이나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득점과 실점 차이가 무려 5배에 이른다. 유럽축구에 약한 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사실 아시아축구가 전반적으로 그렇다. 아시아 정상임을 자타가 인정하는 일본축구는 1999년 나이지리아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준우승과 지난해 아시안컵 우승으로 콧대가 잔뜩 높아졌다. 프랑스 출신 트루시에 감독은 “일본축구는 이제 탈 아시아는 물론 월드컵 우승도 바라볼 수준이 되었다”며 기고만장했다. 그러나 일본은 지난 3월25일 프랑스 생드니경기장에서 벌어진 프랑스와의 친선경기에서 0-5로 패해 유럽축구의 뜨거운 맛을 보았다. 일본은 이후 스페인과 친선경기에서는 0-1로 패해 많은 골을 허용하지 않은 것에 위안을 삼을 정도였다. 최근의 일본축구뿐만 아니라 역대 월드컵 성적을 보아도 아시아축구는 유럽축구에 철저히 농락당하고 있다. 유럽에 대한 두려움 떨치는 게 관건
아시아축구가 월드컵 무대에 처음 선을 보인 것은 지난 1938년 프랑스월드컵이었다. 당시 동인도라 불리던 인도네시아는 헝가리에 0-6으로 참패를 당했다. 1978년 아르헨티나월드컵에서는 이란이 네덜란드에 0-3으로 무너졌고, 1982년 스페인월드컵에서는 쿠웨이트가 프랑스에 1-4로 대패를 당했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서독과 유고에 각각 5-1, 4-1로 압도당했다. SBS 축구해설위원 신문선씨는 그 원인을 경기 스타일에서 찾는다.
“힘과 스피드를 바탕으로 하는 아시아축구의 플레이 스타일이 유럽축구와 비슷하다. 같은 스타일끼리 부딪치다보면 체격조건과 스피드가 앞서는 유럽이 아시아에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아시아에서도 한국은 거친 유럽스타일에 가장 가까운 축구를 한다.”
그렇다면 한국 또는 아시아축구느 어떻게 유럽축구를 극복할 수 있을까?
KBS 축구해설위원 허정무씨는 “중요한 것은 경험이다. 유럽축구와 많이 싸우다보면 적응력이 생긴다. 앞으로 남은 1년 동안 유럽축구와 잦은 평가전을 가져 그들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야 우리가 목표로 하는 16강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분석한다.
2002한·일월드컵 때 유럽은 지난해 우승팀 프랑스를 포함해서 최소 13팀, 최대 14팀이 출전한다. 따라서 32개 출전팀이 4팀씩 8개조로 나뉘는 조편성으로 볼 때 한 조에 유럽팀이 2팀씩 배정될 가능성이 80% 이상이다. 한국이 16강에 오르기 위해서는 유럽팀을 반드시 잡아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1930년 1회 우루과이월드컵 이후 1998년 프랑스월드컵까지 16번을 치른 월드컵대회에서 아시아축구가 유럽을 극복한 적은 단 두 차례 있었다. 1966년 영국월드컵에서 아시아를 대표한 북한은 1차전에서 소련에 0-3으로 패할 때까지는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북한은 2차전에서 칠레와 1-1로 비겼다. 이제 강호 이탈리아에 패해 보따리를 싸는 일만 남은 듯 보였다. 그러나 북한은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전반 41분 박두익 선수가 넣은 결승골을 끝까지 지켰다. 1승1무1패로 3승을 올린 소련에 이어 2위로 8강에 오른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8강전에서 유럽의 강호 포르투갈에 3골을 먼저 넣고도 3-5로 역전패당해 탈락했다. 유럽축구의 높은 벽을 절감한 순간이었다.
유럽을 넘어야 월드컵 16강 보인다
1994년 미국월드컵 때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과 함께 본선에 출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차전에서 네덜란드에 0-1로 패해 역시 유럽축구에 약한 면을 보였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는 2차전에서 모로코에 2-1로 이긴 뒤 3차전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축구영웅 오와이란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 16강 진출의 불씨를 살렸다. 그러나 역시 16강전에서 유럽의 강호 스웨덴을 만나 3-1로 무너지고 말았다.
북한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예에서 보듯이 아시아축구가 월드컵 무대에서 16강에 오르려면 반드시 같은 조에 속해 있는 유럽축구팀 가운데 한 팀을 잡아야 한다. 그리고 더 좋은 성적을 올리려면 유럽축구를 한 차례 더 꺾어야 한다. 결국 유럽축구를 극복해야만 한국축구가 꿈에도 그리는 월드컵 16강 또는 그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글 기영노/ 스포츠 평론가
사진 이종근 기자/ 한겨레 사진부

사진/ 유럽과의 경기에서 이런 골세리머니를 보고싶다. 멕시코전에서 골을 넣은 황선홍 선수.

사진/ 유럽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한국축구. 프랑스월드컵에서 네덜란드에 참패한 뒤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한국 선수들.
역대 월드컵 성적을 보면 유럽 콤플렉스가 잘 드러난다. 한국축구는 역대 월드컵에서 유럽축구와 10차례 맞붙어서 단 한 차례도 이기지 못하고 3무7패를 기록하고 있다. 10번을 싸우는 동안 독일과 스페인에 2골씩 넣는 등 모두 8골을 넣었다. 그러나 실점은 득점의 4배가 넘어 36점이나 된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 헝가리전에서는 무려 9골을 내주었다. 최근 들어서도 유럽 콤플렉스는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에 5-0으로 대패한 경기는 악몽 같은 유럽 콤플렉스의 절정이었다. 올림픽에서도 유럽 징크스는 되풀이된다. 1948년 런던올림픽에서 스웨덴에 역대 한국축구의 국제경기 최다실점인 12점이나 내주며 완패를 당했다. 지난 2000시드니올림픽에서는 첫 경기에서 스페인에 0-3으로 완패를 당하는 바람에 이후 2연승을 하고도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유럽팀과의 올림픽 성적은 월드컵 성적보다 더욱 격차가 벌어져 6전2무4패다. 3골을 넣었으나 무려 24골을 허용하고 있다. 결국 올림픽과 월드컵의 유럽팀과의 경기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하고 16전5무11패, 12득점에 60점이나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득점과 실점 차이가 무려 5배에 이른다. 유럽축구에 약한 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사실 아시아축구가 전반적으로 그렇다. 아시아 정상임을 자타가 인정하는 일본축구는 1999년 나이지리아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준우승과 지난해 아시안컵 우승으로 콧대가 잔뜩 높아졌다. 프랑스 출신 트루시에 감독은 “일본축구는 이제 탈 아시아는 물론 월드컵 우승도 바라볼 수준이 되었다”며 기고만장했다. 그러나 일본은 지난 3월25일 프랑스 생드니경기장에서 벌어진 프랑스와의 친선경기에서 0-5로 패해 유럽축구의 뜨거운 맛을 보았다. 일본은 이후 스페인과 친선경기에서는 0-1로 패해 많은 골을 허용하지 않은 것에 위안을 삼을 정도였다. 최근의 일본축구뿐만 아니라 역대 월드컵 성적을 보아도 아시아축구는 유럽축구에 철저히 농락당하고 있다. 유럽에 대한 두려움 떨치는 게 관건

사진/ 지난 5월30일 열린 컨페드컵 개막경기 모습. 이날 우리나라는 프랑스에 0-5로 졌다.
사진 이종근 기자/ 한겨레 사진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