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대안공간 중 하나가 문 닫은 사건이지만, 미술계 안팎 언론이 이를 크게 주목하진 않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핵심 기획전은 대안공간들이 도맡았다. 그러나 그 역할은 점차 국공립·사립 미술관과 유수의 갤러리가 수행하며 대안공간의 본분이 유명무실해졌다. 쌈지스페이스 폐관은 핵심 전시 기획의 지형 변경을 알리는 상징적 신호탄이었다. 
 나 역시 본의 아니게 미술비평 너머의 영역을 차례차례 맛본 한 해다. 전시회에 출품작가로 초대됐고(일민미술관의 ‘비평의 지평’전, 국내 최초로 비평가 10인이 작품을 낸 기획전이다), 패션쇼의 런웨이 모델로도 나섰다(경기도미술관의 ‘패션의 윤리학’, 유지나 영화평론가·홍신자 현대무용가 등 비전문 모델들을 무대에 올린 오프닝쇼로 전시회를 홍보했다). 단역으로 영화 출연도 했다. 이 모두를 종합하건대 ‘총체예술’과 ‘다매체예술’로 수렴되는 예술계의 한 흐름을 학습할 수 있었다. 
3. (마지막 뉴스는 채울 수 없었다. 꿈에까지 나타나 나를 괴롭혔지만 떠올릴 수 없었다.) 
‘카페 벨로주’ ‘살롱드미스홍’ ‘디디다’ ‘무대륙’ 등에서 (비)정기적으로 밴드, 싱어송라이터, 재즈 공연이 열리게 된 건 확실히 홍익대 앞 음악신이 커진 결과다. 단지 공연 장소가 늘어난 게 아니라 인디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단 얘기다. 
 더불어 홍익대 앞 기반 예술가들의 살롱(커뮤니티)으로 자리잡은 ‘이리카페’의 이사도 의미심장하다. 카페가 홍익대 앞 중심가에서 상수동 변두리로 이사하자 이곳의 단골들도 따라 이동해 변두리에 새로운 상권과 커뮤니티가 형성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음악뿐 아니라 문학, 출판, 미술, 디자인 예술가들이 모여서 교류하는 모습이 보인다. 홍익대 앞은 여전히 복잡하고 앞으로 더 복잡해질 것이다. 
3. 리얼리티쇼 <카라 베이커리> 확실히 케이블TV에선 아이돌(혹은 걸그룹)이 등장하는 리얼리티쇼가 늘었다. 최신 버전은 그룹 카라가 제과점을 차린 <카라 베이커리>. 지난 걸그룹 리얼리티쇼와 비교해 <카라 베이커리>는 제작진이 ‘오덕’이라는 걸 숨기지 않는 게 사소하지만 중요한 차이로 보인다. 적어도 내 관점에선 (프로그램을 만드는 시각이 달라진) 무척 중요한 징후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1. 음악과 퍼포먼스의 만남 시인 김경주와 낭만유랑악단이 두산아트홀에서 가졌던 ‘천변살롱’, 장기하와 얼굴들의 ‘드라마 콘서트’ 등 음악에 마임·연극 같은 퍼포먼스가 결합한 공연들이 열렸다. 하나의 장르에 다른 장르가 어설프게 결합한 형태가 아닌, 주역과 조역을 나눌 수 없는 융합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들이었다. 
 2. 인디 음악의 본격 세대교체 지난해 말 등장했던 장기하와 얼굴들, 검정치마, 국카스텐, 브로콜리 너마저 등이 큰 약진을 벌인 한 해였다. 그동안 ‘차세대 거물’들이 사실상 1세대 밴드의 존재감을 넘어서지 못했던 반면, 올해 주목할 만한 활동을 보인 신세대 뮤지션들은 1세대에 육박하거나 혹은 이를 뛰어넘는 위치를 차지했다. 사실상의 본격적인 세대교체였다.
 3. 여성 싱어송라이터 폭발 유례없이 많은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이 등장했다. 휘루·루네·흐른·아스팔트킨트 등이 데뷔 앨범을 냈고, 오지은·오소영 등의 새로운 앨범도 주목할 만했다. 인디신에서도 여성은 남성 멤버들의 들러리였음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었는데, 여성 뮤지션들이 대거 등장한 2009년은 젠더적 관점에서 의미 있는 한 해였다. 
 
■ 출판 
 쏠리니 없어라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1. YES24, 1조원 매출 온라인 서점 매출 1위인 YES24의 2008년 매출액은 2996억원으로, 2007년의 2485억원보다 20.56% 성장했다. 올해는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지만 이 비율로만 매출이 성장해도 2015년에는 1조2천억원이 넘는다.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이해 YES24는 자신들이 5년 안에 1조원 매출을 기록할 수 있지만 그것을 7년으로 늦추겠다고 발표했다. 과도한 집중에 따른 폐해를 스스로 의식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2. 웅진지식하우스 620억원 매출 국내 단행본 출판사 중 매출액 선두를 달리고 있는 웅진지식하우스가 올해 62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웅진지식하우스의 지난 3년간 성장 속도를 볼 때 2011년에는 1천억원의 매출을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1천억원은 1만원 정가의 책 1천만 권이다. 10개 출판사가 도매상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현재의 구조는 머지않아 5개 출판사로 줄어들 수 있다는 걸 확인시켜준다.
3. <로쟈의 인문학 서재>, 한국출판문화상 저술(교양)상 수상 한 온라인 서점의 서재 블로그에 연재된 글 가운데 의미 있는 글들만 골라 펴낸 이 책이 제50회 한국출판문화상 교양부문 저술상을 받았다. 이것은 지식체계가 완전히 잡힌 다음 교과서적으로 정리해 문자로 기록하는 ‘황혼의 글쓰기’보다 정보가 광속으로 날아다녀 ‘모든 것이 공중으로 흩어져 사라지는’ 현실에서 눈앞에 주어진 정보들을 연결한 ‘브리콜라주’적인 지식을 문자로 기록하는 ‘대낮의 글쓰기’가 중요해졌음을 학계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로쟈 인터넷 서평꾼
 1. 아직도 읽을 수 없는 레비스트로스 프랑스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가 얼마 전 세상을 떠나서 잠시 화제가 됐다. 한데 ‘구조주의 인류학’을 대표하는 그의 대표작, <친족의 기본구조>와 <구조인류학>은 국내에 소개되지 않고 있다. 이유야 장사가 안 되거나, (그와 연관해) 역자가 없거나, 관심을 가진 출판사가 없기 때문일 터. 많은 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현 단계 출판 역량의 한계가 아닌가 생각된다. 
 2. 이렇게 많은 <안나 카레니나> 지난 2007년, 영어권 작가들이 뽑은 최고의 문학작품 1위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였다. 그걸 고려한 듯 이번에 새로 나오기 시작한 문학동네의 세계문학전집 첫 권은 <안나 카레니나>였다. 특이한 것은 올해 민음사와 작가정신에서도 <안나 카레니나>를 새롭게 번역 출간했다는 것(작가정신판은 번역상의 문제 때문인지 현재 자체 품절). 거기에 대중적인 입문서로 석영중 교수의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까지 출간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범우사판의 <안나 카레니나> 정도였던 걸 고려하면 ‘올해의 뉴스’감이다. 
 3. 알라딘 불매운동 인터넷 서점계에서 매출로는 4위쯤이지만 서재 블로거들의 활동은 가장 활발한 ‘알라딘 서재’에서 지난달부터 알라딘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가을 인력도급업체 소속으로 알라딘에서 일하던 한 노동자가 ‘부당해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에 알라딘은 앞으로 개선해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불매운동에 참여한 알라디너들의 화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라!’가 68혁명의 구호였다는 것을 떠올리게 하는 사건이다.
 
■ 영화 
한 시대의 마감, 물건의 등장
 
이재성 한겨레 영화담당 기자 
 
 1. 차승재 대표의 강제 퇴출 봉준호·최동훈·임상수 등 보석 같은 감독들을 발굴하며 한국 영화 ‘제2의 르네상스’를 이끈 차 전 대표가 싸이더스의 대주주 KT에 의해 영화계를 떠났다. 2년간의 흥행 실패에 대한 책임이 이유였다. KT와의 계약 기간(싸이더스를 떠나 영화 일을 하지 않는다는 계약으로, 이제 1년 남았다)이 끝나면 다시 돌아올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올해 차 전 대표의 퇴출은 한 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영화사적 사건임이 틀림없다.
2. <똥파리> 양익준이라는 ‘물건’의 출현 양익준 감독이 전세금을 빼서 만든 영화 <똥파리>는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십 개의 상을 휩쓴(감독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화제작이다. 지금껏 어떤 영화에서도 보지 못했던 강력한 힘을 내장한 폭탄 같은 데뷔작으로 기억될 것이다. 우리나라 독립 극영화로서는 최초로 관객 12만 명을 돌파한 기록도 보유하게 됐다. 이 기록은 당분간 깨지기 어려울 것이다.
3. 강한섭 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의 퇴출 이명박 정부의 첫 영진위원장으로서 보무도 당당하게 입성했던 강 위원장은 취임 초기부터 ‘영화계 좌파’ 발언 등으로 인심을 잃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정부 내에서도 설 자리를 잃었다. 현장과의 소통이 전무했고, 탁상공론을 일삼아 거의 모든 영화인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바통을 이어받은 조희문 위원장은 강 전 위원장보다는 부드럽게 (혹은 더욱 정치적으로) 영진위 안팎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의 우파적 소신이 영진위 정책에 어떻게 반영될지 영화계는 숨죽여 관망하고 있다.
 
듀나 영화평론가 
 
 1. 여배우들의 약진 아무도 이 사실을 언급하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 올해처럼 한국 여배우들의 활약이 눈길을 끈 해는 한동안 없지 않았나? <마더>의 김혜자, <박쥐>의 김옥빈, <여행자>의 김새론은 그냥 올해의 한국 배우들이다. 이런 해에 이재용의 <여배우들>은 멋들어진 에필로그처럼 보인다. 이런 풍년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지만. 
 2. 늘어난 입양 문제 영화들 <여행자> <토끼와 리저드> <귀향> 세 편이 거의 연달아 개봉했다. 연속극에서 본 입양인 스테레오타입을 그대로 가져온 <토끼와 리저드>는 그냥 그랬지만, <귀향>은 어색하게나마 그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친 작품이었다. <여행자>는 국내 영화계의 선입견에서 거의 완벽하게 벗어난 최초의 한국 입양 영화였다.
 3. 합법 다운로드 인터넷을 통해 연속극이나 영화 파일을 다운로드받는 것이 자연스럽고 합법적인 일이 되었다. 정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정식으로 이용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나는 이용하고 있다. <국가대표>나 <미인도>의 합법 다운로드 성과를 보면 그리 나쁘지는 않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