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르 무하마드 감독
다큐엔 또 사람들 얘기 사이에 뮤지컬 형식의 노래가 삽입된다. 직업 가수가 아닌 평범한 이들이 부르는 노래는 때로 공산주의 역사를 비튼 가사를 담기도 하고, 말레이시아에 만연한 풍토병 말라야에 대한 풍자를 담기도 한다. 이렇게 다큐에 나오는 언어만 6개. <마지막 코뮤니스트>는 첸핑의 소재를 빌리지만 말레이시아의 복잡한 정체성을 드러내는 영화다. 다큐와 증언이 교차되는 영화는 유쾌하지만 서글픈 잔상을 남긴다. 그리고 말레이시아 독립투쟁의 가려진 역사인 이들의 투쟁을 통해 과연 말레이시아 역사는 누구의 역사인가, 질문을 던진다. 11월21일 영화가 상영된 다음에 무하마드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말레이시아 영화의 현실을 전했다. <마지막 코뮤니스트>가 말레이시아에서 상영 금지를 당한 이유에 대해 그는 “공산주의자가 영화에 나오면 사람을 죽이는 장면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내 다큐가 말레시이시아에서 73년 만에 상영 금지된 첫 작품”이라며 “그동안 말레이시아 영화가 얼마나 자기검열을 해왔는지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를 통해 세상에 발언하는 활동가(Activist)지만, 그렇다고 특정한 이념을 지향하진 않는다. 그는 동성애 혐의로 마하티르 정부에서 축출된 정치인 안와르 이브라힘을 지지하는 거리시위를 다룬 다큐를 만들었다. 이 다큐는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 가운데 인도 남부지방 언어인 타밀어를 사용하는 이들의 증언만 담았다. 무하마드는 “그들의 언어가 말레이시아에서 비주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가려진 소수자의 이야기가 그의 주된 관심사다. 그는 감독이자 작가이자 출판가다. 10대 시절부터 각종 매체에 칼럼 등을 기고해왔고, 2007년엔 마타하리북스 출판사를 설립해 <말레이시아의 정치가들은 정말 엉뚱한 말을 한다> 같은 논픽션 서적을 출간해오고 있다. 그의 출판사에서 발간한 <보디 투 보디>(Body To Body)는 말레이시아 최초의 성소수자 앤솔러지다. 그의 방한에 맞춰 2009년 7월 세상을 떠난 말레이시아의 전설적 여성 영화감독의 이야기를 담은 <야스민 아마드 필름스>(Yasmin Ahmad’s Films>가 번역돼 출간됐다. 거기엔 우리가 몰랐던 진정한 아시아, 말레이시아가 있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