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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청소년 책] 편견에 맞서는 ‘정신의 백신’

익숙한 논리를 정당한 근거로 착각하는 이들을 위한 철학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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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0-27 18:32 수정 : 2009-10-30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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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권하는 청소년 책 18]

〈로봇이 인간이 될 수 있을까?〉
<로봇이 인간이 될 수 있을까?>
피터 케이브 지음, 남경태 옮김, 사계절출판사 펴냄, 2009년 10월 출간, 1만500원, 사계절 1318 교양문고

한 재산 물려받는 사람들만 상속세에 반대하지 않는다. 바닥에서 맨주먹으로 일어선 이들도 상속세 폐지를 소리 높여 외친다. 자식 고생시키기 싫어 힘겹게 모은 밑천을 국가가 뜯어간다는데 속이 편하겠는가. 하지만 그들의 수읽기는 얄팍하다. 상속세가 가벼워지면 어떤 결과가 올지 짚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진 자들의 재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 자기처럼 맨주먹으로 시작할 젊은이들은 어찌되겠는가.

<로봇이 인간이 될 수 있을까?>에 실린 철학 퍼즐의 일부다. 철학 퍼즐이란 우리에게 생각거리를 안겨주는 모순된 생각을 말한다. 지은이 피터 케이브는 영국에서 김용옥만큼이나 유명한 철학자다. 그는 우리네 상식 속에 가득한 모순을 찬찬히 파헤쳐준다.

예를 들어보자. 인간을 살리기 위해 동물 실험을 해도 될까? 언뜻 보면 뭐가 문제인지도 모를 만큼 당연한 주장으로 들린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상식은 어느덧 의문으로 바뀐다. 동물은 자기가 왜 고통을 당해야 하는지 모른다. 이 때문에 실험은 그네들에게 고문과 다를 바 없다. 실험의 목적을 정확히 알고 자원한 사람이라면 어떨까? 그는 뼈가 타는 고통마저도 인류를 위한 희생으로 기꺼이 받아들일 테다.

너무 익숙한 문제는 되레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 책에는 낯설게 보고 핵심 문제를 짚어내는 철학의 매력이 오롯이 담겨 있다. 우리의 일상에는 눈에 익은 논리를 정당한 근거로 착각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철학은 편견에 맞서는 ‘정신의 백신’이다. 청소년들이 이 책을 꼭 읽어야 할 이유다.


안광복 서울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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