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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청소년 책]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움직일 수 없는 사실에 가정을 던져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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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0-27 18:03 수정 : 2009-10-3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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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권하는 청소년 책 18]

〈미국이 세계 최강이 아니라면?〉
<미국이 세계 최강이 아니라면?>
김준형 지음, 뜨인돌 펴냄, 2008년 6월 출간, 9500원, ‘라면 교양’ 시리즈 1

유명한 작가 출신의 한 입학사정관은 “수험생, 획일화된 사고가 아쉽다”는 말로, 정답이 없는 구술에 정답처럼 똑같은 응답이 나오는 현실을 비판한다. 교수들도 다 읽기 힘든 고전들을 권장도서라 하여 제시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읽기 자료가 풍부하지 못한 현실도 암기식 모범 답안에 매달리게 한다. 그런 면에서 ‘라면 교양’ 시리즈는 주어진 상황에 해당되는 전형적인 답변이 아니라, 문제를 만들고 자신만의 가치 있는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훌륭한 읽을거리이다.

시리즈의 첫 책인 <미국이 세계 최강이 아니라면?>은 세계사를 주도해온 미국이 최강이 아니었다면 세계는 어떻게 되었을까를 묻고 있다. 까놓고 말해 ‘글로벌’ 시대라기보다 ‘아메리카’ 시대에 가까운 지금, 미국의 의지에 따라 한 국가의 정치적 운명이 결정되고 세계 분쟁지도가 변하는 게 사실이다. ‘따지지도 묻지도 않았던’ 익숙한 것들이 실제로는 많이 다르기도 하다는 걸 ‘라면 교양’ 시리즈를 읽으며 느껴볼 수 있다. 움직일 수 없(을 거라 여겨지)는 사실에 ‘만약 ~라면?’이라는 의미 있는 가정을 던져보며 세상을 보는 새로운 틀을 제시한다.

시리즈의 다른 책들인 <군대가 없으면 나라가 망할까?> <내가 유전자 쇼핑으로 태어난 아이라면?> <영어를 잘하면 우리는 행복해질까?>는 군대, 유전자, 영어 등 우리 사회의 중요 이슈를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전환된 가정을 통해 객관적인 시야에서, 또 주체적인 시야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만큼 좋은 사고는 없을 것이다. 정답은 없다. 다만, 즐거운 사고의 과정이 있을 뿐!


박옥균 도서 포털 리더스가이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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