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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청소년 책] 번쩍번쩍 섬광처럼 다가오는 그 순간

튼튼한 몸 하나만 타고났을 뿐인 ‘괴물’ 성만이의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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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0-27 17:44 수정 : 2009-10-3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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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권하는 청소년 책 18]

〈순간들〉
<순간들>
장주식 지음, 문학동네 펴냄, 2009년 6월 출간, 8800원, ‘문학동네 청소년’ 시리즈 2

누구나 애써 꽃미남이 돼야 하고, 말라깽이로 키만 껑충해야 하는 요즘 아이들에게 ‘성만’은 어쩌면 괴물이다. 그러나 이 괴물이 가장 크게 ‘괴물 짓’을 한 것은, “이게 사는 거야? 나는 뭣 때문에 이러고 사는 걸까?”라는 화두를 던진 것이다. 그러고 단숨에 행동에 옮긴 것이다. 부모와 학교와 학원에 관리되는 요즘 아이들도 이런 고민은 달고 산다. 하지만 그 틀을 깨고 나올 수 있는 괴물은 좀체 보기 어렵다. 그래서 성만은 통쾌한 인물이다. 이 사회가 만들어낸 잘못된 구조와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비열해진 어른들과 온몸으로 정정당당 맞서는, 이 시대에 더욱 절실한 인물이다. 그렇다고 성만은 영웅도 아니다. 요즘 청소년소설의 주인공들처럼 재밌거나 화려하지도 않다. 그저 평범하고 순박하다. 단지 튼튼한 몸 하나 타고났을 뿐.

성만이 마주쳤던 ‘순간들’은 섬광처럼 번쩍번쩍 내게도 어떤 순간들로 다가온다. 내 청소년기의 뜨거웠던 방황들을 생생히 되살려낸다. 자기연민으로만 바라보며 아름답다 했을 뿐, 그 시절에 진 빚으로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깨달음은 도대체 얼마 만인가. 요즘 청소년들도 이 작품을 읽으면 자기 이야기로 품어안을 것이다. 속에 숨죽이고 있던 청춘의 야성이 꿈틀 살아나 꿈꾸는 자에게 용기를 줄 것이다. 똑똑하고 가진 것 많은 아이들만이 이 세상에서 성공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자기를 건져올릴 수 있으리라.

남호섭 시인·간디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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