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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청소년 책] 행복의 ‘카고 컬트’를 벗기자

인류학적 관점에서 경제 근본주의와 행복 신드롬을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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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0-27 16:57 수정 : 2009-10-3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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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권하는 청소년 책 18]

〈행복의 경제학〉
<행복의 경제학>
쓰지 신이치 지음, 장석진 옮김, 서해문집 펴냄, 2009년 10월, 9800원

뉴기니의 원주민들은 자신들에게 풍요한 자본주의 물자를 처음 선보인 선교사들의 비행기를 지금도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전혀 사용될 수 없는 비행장과 심지어 관제탑까지 나무로 지어놓고 선교사를 기다린다. 그들의 종교와 풍요가 결합된 이 기이한 현상을 인류학자들은 ‘카고 컬트’라고 부른다. 후에 장치와 도구에 지나치게 매몰된 과학에 대해서도 ‘카고 컬트 사이언스’라는 말을 붙이게 되었다. 쓰지 신이치의 <행복의 경제학>은 지금 한국은 물론 사실상 전세계가 신자유주의와 함께 맞닥뜨리고 있는 경제 근본주의와 행복 신드롬에 대해서 인류학의 관점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그렇다. 지금 경제는 카고 컬트다. 쓰지 신이치는 ‘슬로 라이프’라는 개념을 제시한 유명한 학자이자 저술가다.

행복이라는 질문은 종종 빠져나올 수 없는, “무엇이 행복인가?”라는 궁극적이며 형이상학적인 질문으로 청자나 화자를 빠뜨리는 위험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마케팅 사회에서 인간의 주체성마저 ‘소비적 주체’로, 그야말로 존재론적으로 타락의 길을 걸으며, 구조적으로는 행복과 점점 더 먼 존재로 향하고 있는 지금의 한국인, 그들이 자신의 삶을 잠깐이라도 되돌아볼 수 있는 길은 결국 책을 통하는 것밖에 없지 않은가. 쓰지 신이치는 경제 전쟁으로 지금의 현실을 이해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의 경제학>이라는 카페에서 잠시 수다를 떨고 가자고 우리를 초청한다. 삶이 힘들다 해도 차 한잔 마시면서, 어느 인류학자의 다른 세상에 대한 얘기를 잠깐 들어보지 못할 것은 없지 않은가.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88만원 세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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