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청소년 책] 아프지만, 나를 알고 싶어

감상주의나 도덕주의를 최대한 배제한 중국인 입양아의 자기 탐구

783
등록 : 2009-10-27 16:53 수정 : 2009-10-30 13:54

크게 작게

[전문가가 권하는 청소년 책 18]

〈황허에 떨어진 꽃잎〉
<황허에 떨어진 꽃잎>
카롤린 필립스 지음, 유혜자 옮김, 뜨인돌 펴냄, 2008년 2월, 9천원, ‘비바비보’ 시리즈 3

얼굴은 중국인이지만 중국어나 중국 문화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소녀가 있다. 어려서 친부모의 품을 떠나 독일인 양부모의 집에서 독일어와 독일 문화를 습득하고 자란 까닭이다. 세월이 흘러 고등학생이 된 그 소녀는 오래전부터 어렴풋하게만 품어왔던 한 가지 의문을 캐고 들어간다. 바로 자신의 친부모에 대한, 그리고 어떻게 해서 자신이 지금의 부모에게 입양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말이다.

독일 작가 카롤린 필립스의 <황허에 떨어진 꽃잎>은 입양아 출신의 중국계 독일인 소녀가 과거를 추적하며 정체성을 확립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비교적 흔한 소재를 다루었음에도 유독 이 작품이 눈길을 끄는 것은, 가령 똑같은 소재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 심지어 리얼 다큐의 와중에도 종종 끼어드는 감상주의나 도덕주의를 최대한 배제한 까닭이다.

저자는 중국 하면 떠오르는 오랜 문화 전통이나 눈부신 성장의 ‘빛’이 아니라, 이제는 거의 잊히다시피 한 불편한 과거의 ‘그늘’을 끄집어낸다. 저자의 이런 문제 제기가 신선하면서도 뜨끔한 까닭은 아직까지도 세계 최고의 입양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던지지 못하는 한국의 현실 때문이다. 이 소설 속의 이야기는 단지 중국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청소년소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이런 무게감은 뜨인돌 비바비보 시리즈의 전반적인 특색이다. 인종차별, 폭력과 생존, 작은 실천을 통한 사회 개혁, 홀로코스트 등 각 권에서 다루는 소재는 결코 가볍게 볼 만한 수준이 아니다. 다시 말해 어른이 읽어도 감동의 질은 결코 다르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박중서 출판 기획자·번역가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