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피피신 단백질 주입해 세포 반응성 높여… 노인 질환 극복의 획기적 전기 마련
싱싱한 노년을 즐길 수는 없는 것일까. 인간의 세포분열 횟수는 무한하지 않다. 세포가 노화과정을 겪기 때문이다. 노화는 질병은 아니지만 인간은 결국 노화로 인해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모든 질병과 외상에 대한 치료법을 찾는다 하더라도 인간은 세포의 노화로 말미암아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그런데 동물들의 경우 노화를 경험하기는 쉽지 않다. 늙기 전에 사고나 질병 혹은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어 죽는 탓이다. 신기하게 노화과정을 거치지 않는 동물도 더러 있다. 거북이, 상어 그리고 많은 물고기들은 성인 시기 전반에 걸쳐서 성장을 계속한다. 바닷가재는 50살이 넘어도 젊음을 유지한다. 노화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들 생물이 죽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죽기 전에 노화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을 뿐이다. 이런 동물처럼 인간세포의 노화과정을 차단한다면 불로장생의 꿈을 실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외부자극에 반응 속도 떨어지는 노인들
노인들은 세포가 늙어감에 따라 생물학적 변화를 실감한다. 노화는 단순한 일시적 사건이 아니라 총체적 부실의 형태로 드러난다. 부서지기 쉬운 뼈, 처지는 피부, 둔해지는 감각, 대소변의 실금(失禁), 면역과 기억력의 감소, 수면 감소 등이 나타나는 것이다. 피부에 탄력을 제공하는 콜라겐 단백질이 서로 뭉치면서 피부는 주름지게 마련이다. 젊은 시절에 콜라겐 덩어리를 분해하는 효소들이 노년에는 뭉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세포와 분자들도 노화를 피할 수 없다. DNA에는 돌연변이가 축적되고, 염색체의 말단구조인 ‘텔로미어’(telomere)는 소모된다. 노인들의 면역세포들은 감염 신호에 대해 신속하게 반응을 보이지 못하기 때문에 노인들은 더 많이 병에 걸린다.
이렇듯 인체세포가 노화되면 증식이 정지되고 외부자극에 대한 반응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노인들이 능동적인 생명현상을 유지하기 힘든 것이다. 때로는 사고조차 노화로 인해 발생한다. 가령 노인들이 교통사고에 취약한 것은 위험에 처해 있어도 빨리 피할 수 있는 반응능력이 떨어지는 탓이다. 게다가 늙은 세포는 젊은 세포에 비해 병원균에도 쉽게 노출된다. 많은 노인들이 알츠하이머병, 관절염, 심장혈관 질환 등에 시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질환은 젊은 사람들에게 찾기 힘들다. 만일 노인세포의 기능을 회복시켜 젊음을 유지하도록 한다면 ‘노인질환’이라는 말이 자취를 감출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노화된 세포의 기능을 회복하는 건 가능할까. 노화현상을 손상된 세포를 대신하는 새로운 세포의 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일생에 걸쳐 감소하는 텔로미어가 분화를 지속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현재 연구자들은 ‘텔로머라제’(telomerase)라는 효소를 이용해 텔로미어의 길이를 유지해 세포 분화를 지속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또한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노화가 일어난다고 믿는 연구자들은 워너증후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살 전후에 흰머리가 나고 주름이 생기는 등 노화가 진행되는 워너증후군 환자들. 그들의 DNA 돌연변이를 막아주는 헬리카제(helicase) 효소로 일반적인 노화를 피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틸로머라제와 헬리카제 같은 효소를 이용하는 노화 치료는 여전히 가능성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늙은 세포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단서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서울의대 생화학교실 박상철 교수팀이 노화현상을 세포 내 클라트린(clathrin) 시스템의 기능 차단으로 규명해 늙은 세포가 젊은 세포처럼 외부 자극에 반응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이 시스템은 각종 외부신호를 세포 내로 전달해 세포의 정상적인 분열과 증식 성장을 돕는다. 대부분의 영양물질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클라트린 시스템의 여러 성분이 젊은 세포와 늙은 세포에서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를 인간섬유세포를 통해 살펴봤다. 그 결과 노화세포에서 ‘암피피신’(amphiphysin) 단백질이 선택적으로 사라지는 것을 발견했다. 노화세포는 암피피신 단백질을 보유하지 않아 반응성이 떨어졌던 것이다. 노화세포에 청춘을 돌려주는 암피피신. 젊은 세포도 암피피신 단백질이 발현되지 않으면 외부자극에 대해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다. 반대로 노화세포의 핵에 암피피신을 주입하면 물질을 받아들이는 기능이 되살아난다. 노인들이 부드러운 피부, 단단한 근육, 넘치는 활력 등을 유지한 상태에서 충분한 지력과 육체능력을 자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암피피신이 노인의 세포에 생기를 부여해 대사기능을 회복시키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렇듯 암피피신은 세포의 활동력을 높여 젊음을 유지하게 한다. 단순한 수명연장 효과를 뛰어넘는 것이다. 나이가 들더라도 능동적인 생명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기능적 장수’(Functional Longevity)를 기대할 수 있다. 아데노바이러스를 매개체로 인체에 주입 하지만 암피피신이 인위적으로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노화에 관련된 유전자가 단일 개체이기보다는 여러 개체가 집단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암피피신은 노화세포의 기능을 되살리는 ‘마법의 단백질’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당장에 수명연장으로 이어질지는 확실하지 않다. 노화세포가 분열과 증식을 계속해야만 수명연장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암피피신은 세포의 기능을 높이는 구실을 할 뿐이다. 물론 기능이 제대로 유지되면 간접적으로 수명 연장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실제로 늙은 세포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만으로도 당뇨와 고혈압 골다공증 등 노화관련 질환에 극복하는 데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암세포라면 암피피신 단백질을 제거해 종양의 노화를 촉진하는 방법을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암피피신 단백질이 노인에게 젊음을 안겨줄 날은 언제일까. 문제는 암피피신을 효과적으로 체내에 주입하는 매개체를 개발하는 것이다. 현재 연구진은 암피피신을 노화세포에 주입하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전자를 체내에 주입하는 매개체로 가장 주목받는 것은 유전자 치료에 쓰이는 ‘아데노바이러스’(adeno virus)이다. 요즘 연구진은 아데노바이러스를 이용해 노화세포에 암피피신 유전자를 주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또한 간접적으로 암피피신의 발현을 촉진시킬 수 있는 물질을 식품에서 찾고 있다. 식품의 섭취를 통해 좀더 용이하게 체내에 암피피신 단백질의 발현을 증가시키려는 것이다. 하지만 암피피신이 모든 노화세포의 활동성을 적절하게 높일지는 미지수이다. 아무리 인체에 좋은 단백질이라 할지라도 모든 세포에 전달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특정 효소나 단백질이 과량으로 존재할 경우 암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도움말 주신 분 박정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생화학교실 선임연구원
김수병 기자 soob@hani.co.kr

사진/ 세포가 노화되면 암피피신 단백질이 발견되지 않는다. 그래서 외부자극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다.(강재훈 기자)
이렇듯 인체세포가 노화되면 증식이 정지되고 외부자극에 대한 반응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노인들이 능동적인 생명현상을 유지하기 힘든 것이다. 때로는 사고조차 노화로 인해 발생한다. 가령 노인들이 교통사고에 취약한 것은 위험에 처해 있어도 빨리 피할 수 있는 반응능력이 떨어지는 탓이다. 게다가 늙은 세포는 젊은 세포에 비해 병원균에도 쉽게 노출된다. 많은 노인들이 알츠하이머병, 관절염, 심장혈관 질환 등에 시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질환은 젊은 사람들에게 찾기 힘들다. 만일 노인세포의 기능을 회복시켜 젊음을 유지하도록 한다면 ‘노인질환’이라는 말이 자취를 감출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노화된 세포의 기능을 회복하는 건 가능할까. 노화현상을 손상된 세포를 대신하는 새로운 세포의 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일생에 걸쳐 감소하는 텔로미어가 분화를 지속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현재 연구자들은 ‘텔로머라제’(telomerase)라는 효소를 이용해 텔로미어의 길이를 유지해 세포 분화를 지속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또한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노화가 일어난다고 믿는 연구자들은 워너증후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살 전후에 흰머리가 나고 주름이 생기는 등 노화가 진행되는 워너증후군 환자들. 그들의 DNA 돌연변이를 막아주는 헬리카제(helicase) 효소로 일반적인 노화를 피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틸로머라제와 헬리카제 같은 효소를 이용하는 노화 치료는 여전히 가능성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늙은 세포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단서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서울의대 생화학교실 박상철 교수팀이 노화현상을 세포 내 클라트린(clathrin) 시스템의 기능 차단으로 규명해 늙은 세포가 젊은 세포처럼 외부 자극에 반응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이 시스템은 각종 외부신호를 세포 내로 전달해 세포의 정상적인 분열과 증식 성장을 돕는다. 대부분의 영양물질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클라트린 시스템의 여러 성분이 젊은 세포와 늙은 세포에서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를 인간섬유세포를 통해 살펴봤다. 그 결과 노화세포에서 ‘암피피신’(amphiphysin) 단백질이 선택적으로 사라지는 것을 발견했다. 노화세포는 암피피신 단백질을 보유하지 않아 반응성이 떨어졌던 것이다. 노화세포에 청춘을 돌려주는 암피피신. 젊은 세포도 암피피신 단백질이 발현되지 않으면 외부자극에 대해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다. 반대로 노화세포의 핵에 암피피신을 주입하면 물질을 받아들이는 기능이 되살아난다. 노인들이 부드러운 피부, 단단한 근육, 넘치는 활력 등을 유지한 상태에서 충분한 지력과 육체능력을 자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암피피신이 노인의 세포에 생기를 부여해 대사기능을 회복시키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렇듯 암피피신은 세포의 활동력을 높여 젊음을 유지하게 한다. 단순한 수명연장 효과를 뛰어넘는 것이다. 나이가 들더라도 능동적인 생명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기능적 장수’(Functional Longevity)를 기대할 수 있다. 아데노바이러스를 매개체로 인체에 주입 하지만 암피피신이 인위적으로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노화에 관련된 유전자가 단일 개체이기보다는 여러 개체가 집단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암피피신은 노화세포의 기능을 되살리는 ‘마법의 단백질’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당장에 수명연장으로 이어질지는 확실하지 않다. 노화세포가 분열과 증식을 계속해야만 수명연장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암피피신은 세포의 기능을 높이는 구실을 할 뿐이다. 물론 기능이 제대로 유지되면 간접적으로 수명 연장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실제로 늙은 세포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만으로도 당뇨와 고혈압 골다공증 등 노화관련 질환에 극복하는 데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암세포라면 암피피신 단백질을 제거해 종양의 노화를 촉진하는 방법을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암피피신 단백질이 노인에게 젊음을 안겨줄 날은 언제일까. 문제는 암피피신을 효과적으로 체내에 주입하는 매개체를 개발하는 것이다. 현재 연구진은 암피피신을 노화세포에 주입하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전자를 체내에 주입하는 매개체로 가장 주목받는 것은 유전자 치료에 쓰이는 ‘아데노바이러스’(adeno virus)이다. 요즘 연구진은 아데노바이러스를 이용해 노화세포에 암피피신 유전자를 주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또한 간접적으로 암피피신의 발현을 촉진시킬 수 있는 물질을 식품에서 찾고 있다. 식품의 섭취를 통해 좀더 용이하게 체내에 암피피신 단백질의 발현을 증가시키려는 것이다. 하지만 암피피신이 모든 노화세포의 활동성을 적절하게 높일지는 미지수이다. 아무리 인체에 좋은 단백질이라 할지라도 모든 세포에 전달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특정 효소나 단백질이 과량으로 존재할 경우 암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도움말 주신 분 박정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생화학교실 선임연구원
김수병 기자 soob@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