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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새책] 〈나는 일본군, 인민군, 국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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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8-20 18:36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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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본군, 인민군, 국군이었다〉
<나는 일본군, 인민군, 국군이었다>

김효순 지음, 서해문집(031-955-7470) 펴냄, 1만2900원

문용식씨의 아버지는 쉰이라는 한창 나이에 몸이 마르더니 급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 문순남씨는 숨지기 전 술에 취하면 “군대를 두 번이나 다녀왔다”고 신세 한탄을 하곤 했다. 그렇게 묻혔을지도 모른다. 부산 출장을 갔는데, 친척이 신문 오린 것을 건넸다. 소련에서 억류됐던 한국인들의 명단이었다.

1949년 2월8일 <동아일보>는 “38선에 난데없는 쏘련 군복의 청년 181명이 대열을 지어 월남했다”고 적었다. 후속 보도에서는 그들이 “지옥 같은 소련 생활을 견딘 이들이며 앞으로 500명이 더 넘어온다”고 적었다. 그러나 사흘 뒤에는 북한이 남한 통화를 쥐어주며 월남시킨 것이 조사 당국자들의 수수께끼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부라린다. 이후 표현은 더 노골적이 된다. “포로 속의 공작대.” 문용식씨의 친척이 건네준 것은 지역신문에 실린 이들의 명단이었다.

명단에 아버지의 이름은 없었지만, 여러 정황으로 아버지가 이들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한 문용식씨는 2005년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의 피해 신청 접수가 시작되자 서류를 접수하려고 했다. 하지만 위원회가 요구하는 대로 증언할 사람도, 유품도 없었다. 시베리아 생존자 모임인 ‘삭풍회’를 만나고 러시아에 노동증명서를 요구하면서 아버지 생애는 조금씩 비밀을 벗어갔다.

러시아 외교부는 ‘미나미히라’라는 사람이 1945년 8월부터 48년 10월까지 러시아에서 다양한 노동을 했다고 외교행낭으로 알려왔다. 아버지는 1924년 갑자년생. 지원병제로 병력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자 일제가 1944년 실시한 징병제 대상이었다. 모든 20살은 군대로 끌려갔다. 1945년 러시아에서 해방을 맞았지만, 러시아 포로수용소에 수감돼 강제노역에 동원됐다. 소련 화물선을 타고 흥남항으로 들어왔고 총알 세례를 받으며 38선을 넘었다. 아버지는 1954년 다시 입영했다. 그 이유를 문용식씨는 월남한 뒤 살기 어려운 아버지가 선택한 호구지책이 아니었을까 추측한다.

<나는 일본군, 인민군, 국군이었다>는 일제 패망 뒤 소련이 포로로 잡은 조선 출신 일본군 60만여 명의 행적을 남한에 생존해 있는 30여 명의 증언을 통해 추적한다. 억류 기간 중 포로의 10%에 해당하는 6만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어느 언론인의 고백〉
<어느 언론인의 고백>

톰 플레이트 지음, 김혜영 옮김, 에버리치 홀딩스(02-745-8815) 펴냄, 2만원

<타임> <로스앤젤레스타임스> 〈CBS〉 등의 최고 사령탑을 지낸 저자가 미국·영국 언론계를 회고했다. 긴박한 마감, 특종 경쟁, 조직의 정치 공방, 알코올중독자가 넘치는 <타임>, 자신들만의 비밀 조직을 꾸려가는 백인 남성 등 언론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오늘날 저널리즘의 죄악으로 10가지를 든다. 배금주의는 이렇다. “언론사의 목표가 비누 재벌의 목표와 다르지 않다면, 왜 언론사가 미 수정헌법 제1조(표현의 자유)에 따라 운영돼야 하는가?”


〈과학을 배반하는 과학〉
<과학을 배반하는 과학>

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 전대호 옮김, 해나무(02-3144-2706) 펴냄, 1만5천원

‘오류는 인간적이다.’ 인간이 인간적인 오류를 벗어나고자 개발한 것이 과학과 과학의 체계적인 논리다. 하지만 과학은 절대적인 지식이 아니며, 인간이 그 주체인 한 오류의 가능성을 벗어날 수 없다. ‘백과사전파 학자’가 잘못 알려진 과학 지식을 알려주고, 과학자들의 무책임한 발언과 그에 편승하는 매스미디어, 합리성의 한계를 지적한다.


〈어디가 중도며 어째서 변혁인가〉
<어디가 중도며 어째서 변혁인가>

백낙청 지음, 창비(031-955-3358) 펴냄, 1만7천원

혼미한 정국을 타개하는 방법으로 ‘변혁적 중도주의’를 제안한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 중도가 중요한 이유로, 어떤 극단적인 좌우 노선도 분단 체제가 남북 주민에게 씌워놓은 멍에를 벗길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책의 후반부는 한국 대학과 학문에 대한 저자의 소신을 담았다. 통일 과정에서 마음 공부가 중요한 ‘도덕 통일’을 위해서다.


〈일본, 저탄소 사회로 달린다〉
<일본, 저탄소 사회로 달린다>

김해창 지음, 이후(02-3141-9640) 펴냄, 2만1천원

2008년 10월 어느 일요일 도쿄 히비야 공원에서 ‘흙과 평화의 제전’이 열렸다. 태양광 패널이 장착된 트레일러를 무대로 농사를 짓는 가수들이 나와 노래를 불렀다. 도쿄 스기나미구의 공민관에서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가정집의 에너지 진단을 한다. 해발 1천m가 넘는 이와테현 구즈마키정은 축산 폐수를 말끔히 처리하고 목탄 바이오매스를 개발하는 청정에너지의 고장이다. 희망제작소 부소장인 저자가 지난해 3개월간 머무르며 1997년 ‘도쿄의정서’ 이후 달라진 일본의 저탄소 정책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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