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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새책] <민족주의는 죄악인가>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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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7-28 15:58 수정 : 2009-08-0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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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는 죄악인가〉
<민족주의는 죄악인가>

권혁범 지음, 생각의나무(02-3141-1616) 펴냄, 1만1천원

“비밀인데, 사실 우리 집에선 여진족 말을 쓰거든.”

불쑥 이런 말을 던지면, 순진한 이들은 가끔 눈이 동그래진다. 물론 농담이다. ‘단일민족’ 사회를 뒤집는 농담에는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회의가 담겨 있다. 유엔도 단일민족 사회란 표현을 자제해줄 것을 한국 정부에 요청할 만큼 민족의 신화가 강한 땅에서 권혁범 대전대 정치언론홍보학과 교수는 민족주의란 강고한 상식과 현실에 오랫동안 질문을 던져왔다. 그래서 최근 나온 그의 저서의 제목은 <민족주의는 죄악인가>이다.

유명한 명제인 민족은 ‘상상된 공동체’란 것을 그는 한국사와 세계사의 경험을 통해 차분히 짚어본다. 그리고 그는 시몬 보부아르의 말을 빌려서 “민족으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민족으로 만들어진다”고 정의한다. 이렇게 ‘우리’로 정의된 민족의 안에서 “민족의 표준에서 벗어난 사람들, 소수종족·여성·가난한 자·장애인·동성애자·생태주의자”는 비민족 혹은 비국민으로 규정된다.

그러나 민족주의 비판이 피해갈 수 없는 질문이 있다. 먼저 ‘민족주의와 개인은 만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다. 저자는 민족주의에서 “비자유주의적 벌침”을 제거해서 긍정적 이데올로기로 활용하려는 노력에 대해 “자동차에서 타이어를 빼버리는 선택과 다름없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만큼 한국의 민족주의는 개인의 자유 및 존엄성과 불화해왔다. 그리고 여기엔 진보적 민족주의란 전통이 있다. 그는 ‘민족주의, 유효기간 끝나다?’라는 자문을 던지고 이렇게 답한다. “송두율의 책 제목처럼 ‘민족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민족주의를 제어하는 것, 민족주의를 지배적 권력으로부터 끌어내리는 것, 민족 정체성이 다른 정체성을 압도하지 않고 그것들과 경합하거나 공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고 규범적으로 옳은 길이다.” 극우부터 공화까지 다양한 수식어가 붙은 민족주의가 여전히 강고하고 오늘도 발명되는 여기에서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이데올로기와 대면하는 학자의 고뇌가 담겼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경제학의 탈을 쓴 자본주의〉
<경제학의 탈을 쓴 자본주의>

정승현 지음, 황매(02-335-4179) 펴냄, 1만3천원

자본주의 초기 자기 계급의 이익이 사회 전체의 보편적 이익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이 이익이 보편적 이익과 배치된다. 이 자본주의를 수호하는 수단으로 경제학이 역할을 다한다. 저자가 보기에 경제학은 학문이 아니라 이데올로기다. 책 끝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만병통치약처럼 경제학자들이 들이미는 ‘수요·공급의 법칙’과 ‘한계효용론’의 허구를 파헤쳤다.


〈고착된 사상의 현대사〉
<고착된 사상의 현대사>

윤건차 지음, 창비(031-955-3363) 펴냄, 3만원

평생을 재일조선인 입장에서 한국과 일본의 사상을 탐구해온 저자의 역작. 1945년 이후 한·일 지식인사를 일별한다. 지식인 사회를 향한 잣대는 날카롭다. 일본의 진보적 지식인 와다 하루키는 천황제 문제를 비켜간다는 점에서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다. 지식사를 총괄하면서 저자는 청산과 용서 없이 이뤄지는 한·일 화해를 경계하고 두 나라가 동아시아 공동체 감각을 키울 것을 역설한다.


〈해체와 파괴〉
<해체와 파괴>

미하일 리클린 지음, 최진석 옮김, 그린비(02-702-2717) 펴냄, 2만7천원

소련 출신으로 소비에트 철학의 지침을 아슬아슬하게 비켜가며 서구철학과 접속한 철학자 리클린이 만난 현대사상가들. 자크 데리다, 펠릭스 가타리, 장 보드리야르, 해체주의자 필리프 라쿠-라바르트, 장뤼크 낭시, 폴 비릴리오, 슬라보예 지젝 등 10명의 철학자와 마주앉았다. 해체주의자들은 ‘모범적인 대담자들’이었다. 러시아의 특수한 상황에 대해 해체의 고유한 방법을 찾을 것을 침착하게 충고한다.


〈사라진 내일〉
<사라진 내일>

헤더 로저스 지음, 이수영 옮김, 삼인(02-322-1845) 펴냄, 1만4천원

저자는 현대인이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죽음과 세금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한다. 쓰레기다. 쓰레기의 주범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다. 그 최첨단에 선 미국의 생활쓰레기를 저자는 꼼꼼하게 관찰했다. 미국인은 날마다 1인당 2kg이 넘게 쓰레기를 버린다. 미국 생산품의 80%는 한 번 쓰고 버려진다. 이 쓰레기와 폐기물은 다른 나라로 수출된다. 지은이는 쓰레기가 근본적인 흐름의 산물이 아니라 역사와 사회적 힘의 산물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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