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하는 마음 없이 1억 송이 꽃은 피고
기름 유출 상처 보듬는 4월24일~5월20일 안면도 국제꽃박람회 “자연에 보내는 화해 메시지 담아”
등록 : 2009-04-15 20:49 수정 : 2009-04-16 21:34
2002년 안면도 국제꽃박람회 모습. 충청남도 제공
‘2009 안면도 국제꽃박람회’를 앞두고 충남 태안군 안면읍 승언리 꽃지해수욕장은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다. 4월24일 꽃지에는 네덜란드의 자랑인 튤립 15종 등 세계 21개 나라를 대표하는 꽃과 국제우주정거장을 다녀온 무궁화·코스모스·민들레 등 모두 1억 꽃송이가 활짝 피어난다. 1억 꽃송이는 5월20일까지 27일 동안 아름자운 자태와 그윽한 향기를 뽐낼 것이다.
세계 21개 나라에서 온 대표 꽃들
아치형 입구에 들어서면 소망의 정원이 펼쳐진다. 이곳에선 바다의 부활을 바라는 솟대, 1920년대 어선을 재현한 나무배, 풍어를 기원하는 깃발이 입장객을 맞이한다. 주제관인 플라워 심포니관에는 길이 12m의 100만 송이 꽃터널과 18m 대형 화면이 설치된다. 이번 꽃박람회의 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4.5m 높이로 우뚝 솟은 ‘기적의 손’ 조형물은 자원봉사자들을 상징한다. 불에 타야 꽃을 피우는 나무도 볼 수 있다.
꽃의 교류관은 세계 화훼시장을 이끌고 있는 네덜란드, 일본 등이 자랑하는 스타급 꽃들로 가득 찬다. 세계 최고의 교배기술로 탄생한 꽃들이 출품되는 만큼 전시 연출기법도 첨단을 달릴 것으로 기대된다. 꽃의 미래관은 주로 한국 화훼산업의 우수성과 신기술 등을 소개한다. 1만여 개의 가지각색 조롱박으로 꾸며진 터널은 무추와 토감을 개발해 널리 알려진 양진수(57) 박사가 가꿨다.
이 밖에 부전시관인 꽃지수목원도 장관을 이룬다. 이 수목원은 2002년 꽃박람회 당시 관람객을 맞이했던 꽃나무와 그 자손들로 꾸며져 있어 아기자기하면서도 볼거리가 많다. 테마정원에는 구근류와 나무 등 57종 130만 본이 자라고 있다.
안면도 국제꽃박람회는 2002년에 이어 두 번째다. 2002년 꽃박람회는 박람회장을 만들고 숙박시설을 짓느라 자연을 훼손한다는 논란을 빚었던 데 비해, 올해는 기름으로 범벅이 됐던 자연에게 보내는 화해 메시지를 담고 있다. 1년 반 전 태안반도 일대 푸른 바다와 해변·개펄은 삼성중공업 크레인선에 강타당한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가 쏟아낸 검은 원유로 뒤덮였다. 주민들이 거친 한숨을 몰아쉬며 지쳐갈 즈음 120만 자원봉사자들이 몰려들었다. 태안의 기적은 전국 각처에서 모여든 이들이 눈보라를 이기며 릴레이하듯 기름 먹은 몽돌·모래를 닦고 또 닦은 끝에 이뤄졌다. 안면도 꽃지에서 피어날 1억 꽃송이는 피해 어민들의 눈물이자 제 모습을 되찾은 태안반도의 돌과 모래이기도 하고 자원봉사자들의 땀방울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올 안면도 꽃박람회는 일본의 아와지 꽃박람회와 비슷하다. 아와지는 일본 혼슈 지방 효고현에 있는 섬으로, 간사이 공항 건설을 위해 70%가 깎여나갔다. 1923년 간토 대지진 이후 최대 피해를 기록한 1995년 고베 대지진의 진앙지가 아와지섬으로 밝혀지자 일본 국민들은 파괴당한 섬이 분노한 것이라며 고향의 흙 한 줌씩을 보내 아와지섬의 옛 모습을 복원하는 운동을 벌였다. 그러나 인공의 언덕에는 식물이 자라지 않았다. 아와지 꽃박람회는 수십 차례 실패를 겪은 뒤 그물망 같은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열릴 수 있었다.
120만 자원봉사자 땅방울의 결과물
이완구 충남도지사는 “이번 꽃박람회는 인간의 오만 때문에 깊은 피해를 입은 바다와 자연, 그리고 자원봉사자들과 모든 국민께 사과와 감사를 드리는 축제”라며 “1억 송이 꽃을 활짝 피워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든 분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기쁨을 드릴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문의 안면도 국제꽃박람회 홈페이지(floritopia.or.kr), 041-670-6000.
태안=송인걸 기자 한겨레 지역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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