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앞에서는 ‘절친’도 앙숙으로. 사진 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사실 두 팀은 시즌 중 ‘서장훈 트레이드’를 성사시켜 서로 6강에 오른 ‘인연’이 있다. 또 김 코치는 최 감독과 박 코치의 연세대 12년, 7년 후배이며, 특히 최 감독과 김 코치는 한때 연세대 코치와 선수로 한솥밥을 먹던 사제지간이기도 하다. 허재 감독은 “최희암 감독과 시즌이 아닐 때 골프도 치는 등 나쁜 사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승자만이 살아남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인간관계는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 같다. 또 다른 6강 플레이오프 상대였던 삼성과 엘지도 비슷하다. 삼성 안준호 감독과 엘지 강을준 감독은 형님, 동생 하는 절친한 선후배다. 강 감독은 안 감독에 대해 “내가 연패에 빠졌을 때 소주잔을 기울이며 위로해주는 좋은 선배”라고 말했다. 안 감독도 “참 착하고 좋은 후배”라고 강 감독을 치켜세웠다. 하지만 두 팀은 3차전에서 선수들끼리 감정이 격해져 충돌 일보 직전까지 가며 두 감독을 곤혹스럽게 했다. 비정한 승부의 세계가 절친한 선후배를 갈라놓는 경우는 종종 있다. KCC와 동부의 전신 TG가 2003~2004 시즌부터 2년 연속 챔피언전에서 맞붙었을 때다. 당시 신선우 KCC 감독과 전창진 TG 감독은 용산고 7년 선후배다. 그러나 2003~2004 시즌에서 KCC가 모비스에서 뛰던 특출한 외국인 선수 바셋을 편법으로 플레이오프 직전에 영입했고, TG 쪽에선 “정정당당하라”고 일침을 놓았다. 결국 KCC가 4승3패로 챔피언에 등극했고,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고도 우승을 놓친 전창진 감독은 분을 삭이지 못했다. 절치부심하던 전 감독은 이듬해 챔피언전에서 4승2패로 ‘복수’에 성공했다. 그러나 승부의 세계는 고교 선후배인 두 감독 사이에 깊은 골을 남겼다. 일부러 져주거나 지원해주던 때도 있었건만 친한 감독끼리는 상대가 연패에 빠져 감독직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을 때 이따금 일부러 져주기도 한다. 친한 사이가 아니더라도 시즌 막판 우승을 확정짓거나 반대로 플레이오프 탈락이 확실해지면 다급한 처지에 놓인 상대팀을 기를 쓰고 이기려 하지 않는다. 나중에 처지가 바뀐 상황을 대비한 일종의 ‘보험’을 들어놓는 것이다. 또 트레이드를 통해 위기에 빠진 상대팀을 간접 지원하기도 한다. 감독끼리 친한 구단일수록 트레이드가 자주 성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프로농구는 현재 전창진 동부 감독과 허재 KCC 감독이 4강에서 맞대결을 벌이고 있다. 여기서 이긴 감독은 챔프전 진출이 유력한 유재학 모비스 감독과 우승을 다툴 가능성이 높다. 공교롭게도 전창진 감독과 허재 감독은 농구계에서 잘 알려진 ‘의형제’ 같은 사이다. 또 정규리그 1·2위를 차지해 챔피언전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많은 유재학 감독과 전창진 감독은 10살 때 만난 ‘죽마고우’다. 냉혹한 승부가 절친한 이들의 관계마저 갈라놓을지 코트에 쏠린 시선이 뜨겁기만 하다. 김동훈 기자 한겨레 스포츠부 cano@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