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동경소녀’ 찾아왔습니다
일본 연예기획사와 엠넷미디어가 연 가수 오디션, 대중음악의 첫 한·일 합작 프로젝트
등록 : 2009-03-16 14:21 수정 : 2009-03-19 23:29
한국인 스타를 발굴하기 위해 3월 9일 한국을 찾은 일본 유명 연예기획사 ‘업 프론트 웍스’의 층쿠 프로듀서(가운데). 소속 연예인인 여성 아이돌 그룹 베리즈 코보(맨 왼쪽)와 큐트의 리더도 함께 내한했다. 엠넷미디어 제공
“한국 프로듀서가 놓친 보석 찾으러 왔습니다.”
일본 연예기획사인 ‘업 프론트 웍스’의 프로듀서 층쿠는 유명 여성 아이돌 그룹을 탄생시킨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통한다. 모닝구 무스메, 큐트 등 일본을 대표하는 여성 아이돌 그룹들이 그의 손을 거쳤다. 지난 3월9일 한국을 방문한 층쿠는 ‘하로 프로젝트’(자사 소속 여성 멤버들을 지칭하는 말)에 참여할 한국인 멤버를 모집하는 오디션을 열겠다고 밝혔다. 일본 유명 연예기획사가 우리나라에 와서 가수를 선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 국내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엠넷미디어가 오디션을 함께 진행할 한국 파트너로 나섰다. 드라마·영화에 이어 대중음악에서도 첫 한·일 합작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대만에 이어 두 번째 해외 발굴
업 프론트 웍스가 해외에서 스타를 발굴하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5월, 대만에서 이미 첫 오디션을 개최했다. 하로 프로젝트의 대만 멤버로 뽑혀 결성된 6인조 그룹 ‘아이스크리 무스메’는 대만에서 먼저 데뷔한 뒤 현재 일본에서 활동 중이다. 두 번째 해외 프로젝트인 한국 오디션은 대만과 다르게 진행된다. 최종 오디션 합격자는 노래와 춤 등의 훈련을 거친 뒤 일본에서 솔로 또는 그룹으로 먼저 활동하게 된다. 오디션 과정에는 모닝구 무스메·베리즈 코보·큐트 등 하로 프로젝트 멤버들이 매회 깜짝 출연한다. 층쿠는 “기획 단계에서 다르게 활동을 시켜보고 싶어 대만 오디션과 차별화했다”며 “아시아의 매력을 세계에 좀더 알리고 싶어 해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일본 대중음악 시장은 빅뱅, 소녀시대 등 아이돌 그룹이 주류가 된 한국 대중음악 시장과 닮았다. 남성 그룹인 아라시, 스맙(SMAP), 캇툰(KAT-TUN) 등과 여성 그룹인 모닝구 무스메, 베리즈 코보 등의 아이돌 그룹들이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보아, 동방신기 등 한국형 아이돌 스타들도 일본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층쿠는 “한국은 거리상으로도 가깝고 문화적으로도 닮은 점이 많다”며 “최근 한국 문화가 일본에 전파돼 더욱 가까워졌으나 음악에서는 단절돼 있었는데, 재능 있는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이번 오디션을 통해 더 좋은 쇼를 기획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로 프로젝트에 포함될 한국 멤버들에게 바라는 점으로는 “연령·외모와 상관없이 노래를 잘하고 좋아하는 사람이면 된다”고 밝혔다.
오디션 과정은 국내 케이블 채널인 엠넷이 맡았다. 4월19일까지 홈페이지에서 원서 접수를 받은 뒤 최종 선발자로 10명을 뽑는다. 이들은 4월 말께 방송되는 <대 동경소녀>란 프로그램을 통해 8주간의 연습 과정을 공개하며 최종 합격자를 가리게 된다. 빅뱅과 원더걸스가 오디션 과정을 방송에서 보여줬듯, 일본에서도 아이돌 스타는 기획사 혼자만이 아닌 팬들과 함께 만들어진다. 엠넷미디어 박정준 과장은 “이번 오디션은 업 프론트 웍스가 아시아 전체 음악시장으로 뻗어나가면서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을 만들어가는 단계로 볼 수 있다”며 “트레이닝 과정부터 데뷔, 사후 처리까지 국내 기획사가 함께하면서 더욱 안정적으로 꾸려지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보아·동방신기처럼 성공할까
일본 기획사가 뽑은 한국의 스타는 일본에서 정착할 수 있을까? 대중음악평론가 차우진씨는 “일본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경쟁력 있는 음악 시장인데 일본 기획사가 한국에서 아이돌 그룹 멤버를 구하는 것은 한국 인재들이 소구력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며 “다만 미국 할리우드에서도 한국 배우를 찾듯이 일본 기획사에서 한국 가수를 찾는 것 자체가 새로운 건 아닌 만큼 어떤 결과가 나올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