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선의의 경쟁 벌이는 한·일 축구의 자존심
세계 최고의 축구리그는? 어렵고도 쉬운 질문이다. 정답은 이탈리아 세리에A이다. 세리에A는 98년과 2000년 FIFA 올해의 선수로 선정된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유벤투스)과 부상에서 회복중인 브라질의 호나우두(인터밀란) 등 스타들의 집결지이다. 따라서 돈과 명예가 움직이는 ‘꿈의 무대’이다. 지난 5월1일 프랑스 풋볼매거진이 발표한 ‘세계 최고수익 선수’에 1위 지단, 2위 바티스투타(AS로마), 3위 호나우두 등 6명의 선수를 ‘톱10’에 올렸다. ‘축구종가’ 잉글랜드의 프레미어리그, 독일의 분데스리가 등은 이미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98프랑스월드컵과 유로2000(유럽선수권대회)에서 연거푸 우승한 프랑스리그도 스타의 해외진출로 각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세리에A에 버금가는 리그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정도. 스페인에는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포르투갈의 루이스 피구(레알 마드리드)와 브라질의 히바우두(바르셀로나) 등이 활약하고 있다.
세계 최고선수들 활약하는 꿈의 무대
세계 최고수준의 이탈리아 세리에A에 한국의 ‘테리우스’ 안정환(25·페루자)이 지난해 7월 페루자에 입단해 2000∼2001시즌을 뛰고 있다. 그리고 한국과 오는 5월30일 개막하는 2001컨페더레이션스컵과 2002월드컵을 공동개최하는 일본의 축구영웅 나카타 히데토시(24·AS로마)도 이탈리아에서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안정환의 이탈리아 진출 이후 두 선수는 어쩔 수 없이 비교대상이 되고 있다. 한·일의 라이벌 관계도 있고 동양인이라는 특수성도 배경이다. 두 선수는 비슷한 행로를 걷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 ‘빅리그’ 이탈리아에 진출한 첫 선수이며 ‘페루자’라는 구단을 통해 이탈리아로 건너갔다. 나카타가 걸어간 길을 안정환이 뒤쫓는 모습이다. 올 시즌 부진을 면치 못하며 주로 벤치를 지키다가 최근 주전으로 도약해 좋은 활약을 보이는 것까지 같다. 나카타는 홍명보와 함께 몸담았던 일본 J리그 벨마레 히라쓰카(현 J2 쇼난 벨마레)에서 98∼99시즌 페루자를 통해 이탈리아로 진출했다. 2000년 1월에는 다시 이적료 2500만달러에 AS로마로 팀을 옮겼다. 연봉은 2억4천만엔. 벌써 이탈리아에서 4년째를 맞고 있다. 안정환은 신인이다. 페루자는 나카타가 떠난 자리를 동양의 새 얼굴로 메울 계획으로 임대료 40만달러, 연봉 45만달러에 안정환을 스카우트했다. 두 선수가 비교대상이지만 그 위상은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나카타가 A급 선수로 분류된다면 안정환은 아직 ‘평가 보류’이다. 나카타가 검증을 마친 선수라면 안정환은 가능성 있는 신인에 불과하다. 나카타는 이탈리아에 데뷔한 98∼99시즌 페루자에서 주전자리를 일찌감치 꿰차고 32경기에 출전해 10골을 기록했다. 화려하고 성공적인 데뷔였다. 99∼2000시즌에도 페루자에서 뛴 전반기에 15경기에서 2골, AS로마로 이적해 활약한 후반기에 15경기에서 3골 등으로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안정환은 이와 달리 험난한 데뷔 초기를 보냈다. 지난해 8월 코파 이탈리아(FA컵) 32강전 2경기와 지난해 10월1일 레체와의 2000∼2001시즌 세리에A 개막전에 선발출장했으나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이후 교체멤버로 가끔씩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는 신세가 됐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두 선수는 같은 저울에 올릴 수 없는지도 모른다. 나카타는 98프랑스월드컵과 2000시드니올림픽 등 굵직굵직한 세계대회를 통해 스타로 발돋움했지만 안정환은 국제무대에서는 아직 미미한 존재이다. 나카타는 97, 98년 2년 연속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선정 ‘아시아 MVP’를 차지했고 프랑스 풋볼매거진의 ‘세계 최고수익 선수’에서도 500만달러 수익으로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하게 8위에 올라 ‘톱랭크’의 선수임을 입증했다. A급의 나카타와 평가보류 안정환일지라도
안정환은 98년 국내 프로무대에 데뷔하면서 모델 같은 수려한 외모와 화려한 개인기로 팬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고 99년에는 K-리그 MVP에 올랐지만 아직은 ‘국내스타’다. 국제무대에서 제대로 활약하는 것은 99코리아컵 멕시코전과 지난해 12월28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터뜨린 골 정도다. 일본대표팀에서 확고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카타와는 달리 한국대표팀에서조차 불안정하다. 지난 5월11일 거스 히딩크 감독이 발표한 23명의 대륙간컵 대표팀 명단에서 그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국가에서는 원하지만 소속팀에서 차출에 난색을 표하는 나카타와는 입장이 분명이 다르다.
나카타가 뛰는 AS로마는 83년 이후 첫 리그 정상을 노리며 세리에A 정상을 달리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바티스투타와 이탈리아 대표 몬텔라가 투스트라이커로 활약하고 역시 이탈리아 대표인 프란체스코 토티가 공수를 조율한다. 나카타는 토티의 장벽에 막혀 출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정환의 페루자는 세리에A 2회 우승의 AS로마에 비하면 하위권 팀이다. 현재 10위권에 머물러 있다. 안정환을 응원하는 한국팬들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을지 모르지만 현실이다. 안정환이 나카타보다 모든 조건에서 아직 한수 아래인 것이다.
그러나 미래는 밝다.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최근 안정환의 활약상은 나카타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하다. 두 선수 모두 올 시즌 부진하다가 4월 말 이후 못다핀 꽃을 피우고 있다. 안정환은 지난 4월8일 볼로냐와의 세리에A 25차전에 후반 15분 교체 투입돼 코너킥으로 첫 도움을 기록한 뒤 4월22일 아탈란타와의 27차전에서는 이탈리아 진출 이후 10경기(세리에A에서는 8경기) 만에 데뷔골을 터뜨렸다. 후반에 출장해 후반49분, 종료 직전 극적인 2-2 동점골로 페루자 팬들과 코스미 감독 등 코칭스태프를 열광하게 만들었다. 데뷔골 뒤 안정환에 대한 구단이나 현지 언론의 평가와 대접이 달라졌다. 지난 4월29일 바리전에는 선발출장해 90분 풀타임을 뛰며 후반 21분 2경기 연속골까지 넣었다. 지난 5월6일 AC밀란전에도 선발출장해 선취골로 이어지는 좋은 패스로 승리를 이끌었다. 안정환은 이제 페루자 시절, 나카타의 위치에 접근하는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나카타도 AS로마 이적 뒤에는 시련이 많았다. 특히 올 시즌에는 토티의 그늘에 가려 벤치 신세로 전락했다. 그러나 안정환이 데뷔골을 터뜨린 4월22일 우디네세전에서 토티의 부상으로 선발출장해 올 시즌 10경기 만에 첫골을 터뜨렸고 지난 5월6일 유벤투스전에서도 2-0으로 뒤지던 후반에 투입돼 후반 33분 추격골을 터뜨린 데 이어 종료 직전 골키퍼를 맞고 나오는 슛으로 몬텔라의 동점골마저 이끌어 ‘영웅’이 됐다.
가속도 붙은 안정환의 추격전 볼 만
나카타와 안정환은 4월22일 세리에 27차전의 활약으로 나란히 축구전문사이트 ‘사커 에이지’의 ‘세리에A 외국인선수 주간 베스트11’에 프랑스의 튀랑(파르마), 네덜란드의 다비즈(유벤투스), 브라질의 카푸(AS로마) 등과 함께 선정됐다.
안정환은 이제 남은 세리에A 경기에서 더 좋은 활약을 펼쳐 정식 계약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만이 남았다. 이제는 좋은 계약조건이 아니라면 다른 팀을 알아보겠다는 여유까지 생겼다. 나카타도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프랑스의 파리생제르맹의 이적설이 나돌다가 지난 5월9일 AS로마 프랑코 센시 회장이 재계약의사를 분명히 했고 나카타 역시 세리에A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출전을 위해 잔류의사를 밝혔다. 안정환이 출발선을 떠나 가속을 내고 있다면 나카타는 이제 반환점을 돌아 힘찬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안정환과 나카타는 새로운 도약의 시기를 맞고 있다.
박정욱/ 스포츠서울 축구팀 기자 jwp94@sportsseoul.com

사진/ 한국의 ‘테리우스’ 안정환은 지난해 7월 페루자에 입단했다. 그는 최근 두 경기 연속골을 넣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안정환의 이탈리아 진출 이후 두 선수는 어쩔 수 없이 비교대상이 되고 있다. 한·일의 라이벌 관계도 있고 동양인이라는 특수성도 배경이다. 두 선수는 비슷한 행로를 걷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 ‘빅리그’ 이탈리아에 진출한 첫 선수이며 ‘페루자’라는 구단을 통해 이탈리아로 건너갔다. 나카타가 걸어간 길을 안정환이 뒤쫓는 모습이다. 올 시즌 부진을 면치 못하며 주로 벤치를 지키다가 최근 주전으로 도약해 좋은 활약을 보이는 것까지 같다. 나카타는 홍명보와 함께 몸담았던 일본 J리그 벨마레 히라쓰카(현 J2 쇼난 벨마레)에서 98∼99시즌 페루자를 통해 이탈리아로 진출했다. 2000년 1월에는 다시 이적료 2500만달러에 AS로마로 팀을 옮겼다. 연봉은 2억4천만엔. 벌써 이탈리아에서 4년째를 맞고 있다. 안정환은 신인이다. 페루자는 나카타가 떠난 자리를 동양의 새 얼굴로 메울 계획으로 임대료 40만달러, 연봉 45만달러에 안정환을 스카우트했다. 두 선수가 비교대상이지만 그 위상은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나카타가 A급 선수로 분류된다면 안정환은 아직 ‘평가 보류’이다. 나카타가 검증을 마친 선수라면 안정환은 가능성 있는 신인에 불과하다. 나카타는 이탈리아에 데뷔한 98∼99시즌 페루자에서 주전자리를 일찌감치 꿰차고 32경기에 출전해 10골을 기록했다. 화려하고 성공적인 데뷔였다. 99∼2000시즌에도 페루자에서 뛴 전반기에 15경기에서 2골, AS로마로 이적해 활약한 후반기에 15경기에서 3골 등으로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안정환은 이와 달리 험난한 데뷔 초기를 보냈다. 지난해 8월 코파 이탈리아(FA컵) 32강전 2경기와 지난해 10월1일 레체와의 2000∼2001시즌 세리에A 개막전에 선발출장했으나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이후 교체멤버로 가끔씩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는 신세가 됐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두 선수는 같은 저울에 올릴 수 없는지도 모른다. 나카타는 98프랑스월드컵과 2000시드니올림픽 등 굵직굵직한 세계대회를 통해 스타로 발돋움했지만 안정환은 국제무대에서는 아직 미미한 존재이다. 나카타는 97, 98년 2년 연속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선정 ‘아시아 MVP’를 차지했고 프랑스 풋볼매거진의 ‘세계 최고수익 선수’에서도 500만달러 수익으로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하게 8위에 올라 ‘톱랭크’의 선수임을 입증했다. A급의 나카타와 평가보류 안정환일지라도

사진/ 이탈리아 진출 4년째인 일본의 축구영웅 나카타 히데토시. 그는 아시아 출신 최고의 선수로 꾸준한 활약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