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처럼 깨끗하게 하얗게 자신있게! 
 ‘국위선양상‘이라도 줘야 할까? 타이에서는 동방신기, 원더걸스, 빅뱅 같은 아이돌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 문화 열풍이 불고 있다. ‘한류’의 다른 이름, ‘까올리 피버’다. <노바디>를 모르면 클럽에서 어울려 춤을 출 수 없다. 유투브에서 이들의 춤과 노래를 따라하는 동영상은 언제나 조회수가 높다. 타이 방콕, 대만 타이페이, 일본 도쿄, 싱가포르 할 것 없이 쇼핑센터, 버스정류장, 시장 안 골목에서 한국 연예인들의 사진을 볼 수 있다. 활짝 웃는 송혜교의 얼굴을 보며 아시아 여성들은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열망한다. 배용준을 광고 모델로 내세운 한국산 화장품이 좋은 건 배용준 포스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화장품을 바르면 한국 여성처럼 예뻐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어서다. 한국 하면 ‘아름다움’을 떠올리는 아시아인들이 늘면서 한국산 화장품이나 옷이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과 다른 ‘품격’으로 팔리기도 한다. 종종 한류 배우들이 모델로 기용된 뷰티·패션 제품의 브랜드가 한국을 대표하는 이름이 되기도 한다. ‘쇼핑 특구’인 서울 명동에서는 바르는 순간 예뻐지는 화장품도 중요하지만 바르면서 행복해지는 화장품도 있다는 사실을 북적이는 아시아 여성들을 보며 발견할 수 있다. 
 “아이 워나 노바디 노바디 벗 유~ 다른 사람은 싫어~ 네가 아니면 싫어~ 아이 워나 노바디 노바디~.”
 예의 그 국민 율동이 군무를 이룬다. 클럽의 ‘에브리바디’가 오른쪽 무릎을 살짝 들어올리며 “노바디 벗유”를 외치면서 옆의 친구를 향해 양손의 검지를 들고서 사랑의 화살을 날린다. 벌써 나흘째, 날마다 새벽 3시에 끝나는 클럽의 마지막 노래로 <노바디>가 울려퍼진다. 그러면 밖에서 담배를 피우던 이들도 황급히 안으로 들어와 사랑의 큐피트 화살을 날려댄다. “다른 사람은 싫어~ 네가 아니면 싫어~.” 그런데 가사를 따라하는 발음이 ‘원어민’의 것이 아니다. 모두가 “노바디”를 외치는 이곳은 2009년 2월28일 타이 수도 방콕의 중심가 실롬 거리의 유명한 디스코클럽이다. 우리의 설 연휴인 이른바 ‘차이니스 뉴 이어’(Chinese New Year)를 맞아 실롬의 클럽은 타이인뿐 아니라 중국인, 일본인 등으로 넘쳐난다. 그런데 베이징에서 온 장싱도, 홍콩에서 온 모리스 응도 <노바디>를 부르고 율동을 따라한다. 정말로 원더걸스에게 국위 선양 상이라도 줘야겠다.
팝송만 틀던 클럽에 일어난 사건
‘국위선양상‘이라도 줘야 할까? 타이에서는 동방신기, 원더걸스, 빅뱅 같은 아이돌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 문화 열풍이 불고 있다. ‘한류’의 다른 이름, ‘까올리 피버’다. <노바디>를 모르면 클럽에서 어울려 춤을 출 수 없다. 유투브에서 이들의 춤과 노래를 따라하는 동영상은 언제나 조회수가 높다. 타이 방콕, 대만 타이페이, 일본 도쿄, 싱가포르 할 것 없이 쇼핑센터, 버스정류장, 시장 안 골목에서 한국 연예인들의 사진을 볼 수 있다. 활짝 웃는 송혜교의 얼굴을 보며 아시아 여성들은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열망한다. 배용준을 광고 모델로 내세운 한국산 화장품이 좋은 건 배용준 포스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화장품을 바르면 한국 여성처럼 예뻐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어서다. 한국 하면 ‘아름다움’을 떠올리는 아시아인들이 늘면서 한국산 화장품이나 옷이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과 다른 ‘품격’으로 팔리기도 한다. 종종 한류 배우들이 모델로 기용된 뷰티·패션 제품의 브랜드가 한국을 대표하는 이름이 되기도 한다. ‘쇼핑 특구’인 서울 명동에서는 바르는 순간 예뻐지는 화장품도 중요하지만 바르면서 행복해지는 화장품도 있다는 사실을 북적이는 아시아 여성들을 보며 발견할 수 있다. 
 “아이 워나 노바디 노바디 벗 유~ 다른 사람은 싫어~ 네가 아니면 싫어~ 아이 워나 노바디 노바디~.”
 예의 그 국민 율동이 군무를 이룬다. 클럽의 ‘에브리바디’가 오른쪽 무릎을 살짝 들어올리며 “노바디 벗유”를 외치면서 옆의 친구를 향해 양손의 검지를 들고서 사랑의 화살을 날린다. 벌써 나흘째, 날마다 새벽 3시에 끝나는 클럽의 마지막 노래로 <노바디>가 울려퍼진다. 그러면 밖에서 담배를 피우던 이들도 황급히 안으로 들어와 사랑의 큐피트 화살을 날려댄다. “다른 사람은 싫어~ 네가 아니면 싫어~.” 그런데 가사를 따라하는 발음이 ‘원어민’의 것이 아니다. 모두가 “노바디”를 외치는 이곳은 2009년 2월28일 타이 수도 방콕의 중심가 실롬 거리의 유명한 디스코클럽이다. 우리의 설 연휴인 이른바 ‘차이니스 뉴 이어’(Chinese New Year)를 맞아 실롬의 클럽은 타이인뿐 아니라 중국인, 일본인 등으로 넘쳐난다. 그런데 베이징에서 온 장싱도, 홍콩에서 온 모리스 응도 <노바디>를 부르고 율동을 따라한다. 정말로 원더걸스에게 국위 선양 상이라도 줘야겠다.
팝송만 틀던 클럽에 일어난 사건
 
이렇게 관광산업이 생명줄인 방콕의 클럽에서 ‘대목’ 연휴에 마지막 노래로, 그것도 연휴 내내 고정 레퍼토리로 선택될 만큼 <노바디>의 인기는 드높다. 더구나 실롬의 이 클럽은 절대로 ‘월드뮤직’을 틀지 않는다. 팝송만 튼다는 말씀. 그것은 이 클럽이 ‘로컬’(현지인) 클럽이 아니라는 무언의 주장이다. 쇼를 할 때가 아니면 중국 음악은 물론 일본 노래도 틀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에 한국 음악이 나왔다. 이것은 사건이다. 마치 2008년의 한국처럼 2009년의 타이는 <노바디>의 전성시대다. 그들은 이것을 “까올리 피버”라 부른다. ‘까올리’는 한국을 뜻하는 타이어, 여기에 열병이란 영어 ‘피버’를 더하니 타이판 한류 ‘한국 열풍’이다. 한국 열풍은 방콕 중심가 시암의 쇼핑센터 ‘MBK 센터’에서도 뜨겁다. 1월27일 오후 4시께 MBK 센터 3층. 아시아 영화·드라마 DVD와 음반을 파는 가게 ‘MBK 무비’의 정면엔 동방신기를 비롯한 한국 연예인 사진이 도배돼 있다. 가게의 텔레비전에선 오락 프로그램 <예능선수촌>의 윤종신이 나오고 있었다. 여기에 진열된 대부분의 음반과 DVD가 한국산이다. 가게 주인인 완다는 “우리는 아시아 전문 가게인데 팔리는 물건 가운데 한국 영화·드라마·노래가 70%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 밖에 일본산이 20%, 중국산이 10%를 차지한단다. 완다가 꼽는 지난해 베스트셀러는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누가 인기 있냐고 물었더니, 35살 이상에선 배용준과 손예진을 꼽았다. 35살 이하에선 전지현과 현빈이 인기가 좋단다. 타이 지상파인 <채널3>에는 주말 황금시간대인 저녁 7~9시에 한국 드라마가 고정 편성된다. 최근엔 <이산>이 방영돼 인기를 얻었고, 이전엔 <태왕사신기>도 나왔다. 완다는 “4~5년 전부터 한국 영화·드라마·노래의 인기가 일본을 앞섰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기자에게 오히려 한국 연예인 안부를 묻는다. ‘퍼니 가이’(Funny Guy) 신정환을 좋아하는데 그가 괜찮냐고 묻는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두어 해 전의 도박 사건을 걱정하는 말이다. 이렇게 잘생긴 연예인만이 아니라 예능인도 인기가 있다. “강호동” 하면 “빅 가이”(Big Guy)라는 답이 나온다. 완다와 얘기를 나누는 도중 한국 음반을 집어서 계산해달라고 내미는 아가씨가 있었다. 20대 여성 만따까는 “전도연의 팬”이라고 말했다. 전도연이 나오는 영화는 모조리 봤고, <해피 엔드>가 제일 좋단다. 그는 “전도연의 연기가 정말 좋다”며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가수의 인기를 물으니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빅뱅 순서로 말한다. 앞으로 빅뱅의 인기가 높아질 거란다. 여기선 빅뱅 하면 힙합이다. 한국이 힙합음악을 제대로 하는 드문 아시아 국가로 꼽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참고로, 앞서 군무를 추었던 클럽 앞에선 불법 음반을 파는 ‘구루마’가 있는데, 한국 가수로는 원더걸스와 함께 빅뱅의 음반이 매대에 올려져 있었다. 또 참고로, 택시를 타고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기사는 음반(CD)을 갈아끼웠고, 한국 여가수가 부르는 발라드가 나왔다. 그런데 기자도 모르는 노래였다. 이렇게 방콕에서 처음 들은 한국 노래가 한둘이 아니다. 원더걸스의 인기가 뜨거운데 소녀시대를 모르면 섭섭하다. 올 1월에 소녀시대 신곡 <지>(Gee)가 발표되자 유튜브에는 며칠 만에 타이인들이 <지> 율동을 따라한 동영상이 올라왔다. 방콕에서 3년째 사는 김인주(34)씨는 “타이인들은 중화권처럼 한국 문화에 대한 경쟁의식도 없고, 원래 타이가 외국 문화에 개방적이라 한류 열풍이 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까올리 열풍은 문화상품뿐만이 아니라 화장품 같은 뷰티·패션 상품의 인기로 이어진다. 젊은 층을 겨냥한 브랜드가 많은 방콕의 시암센터 2층은 한국산 화장품 가게로 시작해 끝난다. 1월27일 오후 6시께. 2층의 입구 쪽 화장품 매장 ‘라네즈’엔 대학생 윈나따와 여고생 므드리랏이 에센스를 고르고 있었다. 이들에게 라네즈가 한국 브랜드인 것을 아느냐고 물었다. 당연히 안단다. 윈나따는 “스킨푸드, 에뛰드….” 한국산 화장품 이름을 줄줄이 말한다. 드라마 <이산>을 좋아한다는 므드리랏은 쇼핑몰의 스피커에서 <텔미>가 흘러나오자 원더걸스 율동을 따라한다. 이들은 라네즈의 모델인 송혜교의 포스터를 가리키며 서로 “눈이 예쁘다” “코가 예쁘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이들에게 한국 드라마·영화의 인기가 한국산 화장품을 쓰는 데 영향을 주느냐고 물었더니, 이것도 뻔한 질문이다. 당연히 영향을 준단다. 윈나따는 “예쁜 한국 배우처럼 되고 싶은 거죠”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들과 얘기를 나누는데, 옆에 앉아 있던 중년 여성이 다가온다. 윈나따의 엄마였다. 엄마는 쇼핑백에 에멀전, 에센스 같은 물건을 적잖이 담았다. 이들의 표현으로 “중저가에 괜찮은 품질”인 라네즈는 20~30대 직장 여성에게 인기가 좋단다. 시암센터 2층의 통로를 따라 끝까지 가면 또다시 익숙한 얼굴과 가게가 나온다. 고아라가 모델인 ‘에뛰드하우스’. 에뛰드는 한국 브랜드란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선지 아예 물건마다 한국어 이름을 써놓았다. 4~5년 전에 타이에 진출한 에뛰드는 ‘까올리 피버’에 힘입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까지 없었던 시암센터의 이 매장도 새로 문을 열었다. 시암센터 옆의 고급 백화점인 시암 파라곤에도 라네즈와 에뛰드 매장이 있을 만큼 한국산 화장품의 인기는 괜찮다.
  그들은 이것을 “까올리 피버”라 부른다. ‘까올리’는 한국을 뜻하는 타이어, 여기에 열병이란 영어 ‘피버’를 더하니 타이판 한류 ‘한국 열풍’이다. 한국 열풍은 방콕 중심가 시암의 쇼핑센터 ‘MBK 센터’에서도 뜨겁다. 1월27일 오후 4시께 MBK 센터 3층. 아시아 영화·드라마 DVD와 음반을 파는 가게 ‘MBK 무비’의 정면엔 동방신기를 비롯한 한국 연예인 사진이 도배돼 있다. 가게의 텔레비전에선 오락 프로그램 <예능선수촌>의 윤종신이 나오고 있었다. 여기에 진열된 대부분의 음반과 DVD가 한국산이다. 가게 주인인 완다는 “우리는 아시아 전문 가게인데 팔리는 물건 가운데 한국 영화·드라마·노래가 70%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 밖에 일본산이 20%, 중국산이 10%를 차지한단다. 완다가 꼽는 지난해 베스트셀러는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누가 인기 있냐고 물었더니, 35살 이상에선 배용준과 손예진을 꼽았다. 35살 이하에선 전지현과 현빈이 인기가 좋단다. 타이 지상파인 <채널3>에는 주말 황금시간대인 저녁 7~9시에 한국 드라마가 고정 편성된다. 최근엔 <이산>이 방영돼 인기를 얻었고, 이전엔 <태왕사신기>도 나왔다. 완다는 “4~5년 전부터 한국 영화·드라마·노래의 인기가 일본을 앞섰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기자에게 오히려 한국 연예인 안부를 묻는다. ‘퍼니 가이’(Funny Guy) 신정환을 좋아하는데 그가 괜찮냐고 묻는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두어 해 전의 도박 사건을 걱정하는 말이다. 이렇게 잘생긴 연예인만이 아니라 예능인도 인기가 있다. “강호동” 하면 “빅 가이”(Big Guy)라는 답이 나온다. 완다와 얘기를 나누는 도중 한국 음반을 집어서 계산해달라고 내미는 아가씨가 있었다. 20대 여성 만따까는 “전도연의 팬”이라고 말했다. 전도연이 나오는 영화는 모조리 봤고, <해피 엔드>가 제일 좋단다. 그는 “전도연의 연기가 정말 좋다”며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가수의 인기를 물으니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빅뱅 순서로 말한다. 앞으로 빅뱅의 인기가 높아질 거란다. 여기선 빅뱅 하면 힙합이다. 한국이 힙합음악을 제대로 하는 드문 아시아 국가로 꼽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참고로, 앞서 군무를 추었던 클럽 앞에선 불법 음반을 파는 ‘구루마’가 있는데, 한국 가수로는 원더걸스와 함께 빅뱅의 음반이 매대에 올려져 있었다. 또 참고로, 택시를 타고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기사는 음반(CD)을 갈아끼웠고, 한국 여가수가 부르는 발라드가 나왔다. 그런데 기자도 모르는 노래였다. 이렇게 방콕에서 처음 들은 한국 노래가 한둘이 아니다. 원더걸스의 인기가 뜨거운데 소녀시대를 모르면 섭섭하다. 올 1월에 소녀시대 신곡 <지>(Gee)가 발표되자 유튜브에는 며칠 만에 타이인들이 <지> 율동을 따라한 동영상이 올라왔다. 방콕에서 3년째 사는 김인주(34)씨는 “타이인들은 중화권처럼 한국 문화에 대한 경쟁의식도 없고, 원래 타이가 외국 문화에 개방적이라 한류 열풍이 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까올리 열풍은 문화상품뿐만이 아니라 화장품 같은 뷰티·패션 상품의 인기로 이어진다. 젊은 층을 겨냥한 브랜드가 많은 방콕의 시암센터 2층은 한국산 화장품 가게로 시작해 끝난다. 1월27일 오후 6시께. 2층의 입구 쪽 화장품 매장 ‘라네즈’엔 대학생 윈나따와 여고생 므드리랏이 에센스를 고르고 있었다. 이들에게 라네즈가 한국 브랜드인 것을 아느냐고 물었다. 당연히 안단다. 윈나따는 “스킨푸드, 에뛰드….” 한국산 화장품 이름을 줄줄이 말한다. 드라마 <이산>을 좋아한다는 므드리랏은 쇼핑몰의 스피커에서 <텔미>가 흘러나오자 원더걸스 율동을 따라한다. 이들은 라네즈의 모델인 송혜교의 포스터를 가리키며 서로 “눈이 예쁘다” “코가 예쁘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이들에게 한국 드라마·영화의 인기가 한국산 화장품을 쓰는 데 영향을 주느냐고 물었더니, 이것도 뻔한 질문이다. 당연히 영향을 준단다. 윈나따는 “예쁜 한국 배우처럼 되고 싶은 거죠”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들과 얘기를 나누는데, 옆에 앉아 있던 중년 여성이 다가온다. 윈나따의 엄마였다. 엄마는 쇼핑백에 에멀전, 에센스 같은 물건을 적잖이 담았다. 이들의 표현으로 “중저가에 괜찮은 품질”인 라네즈는 20~30대 직장 여성에게 인기가 좋단다. 시암센터 2층의 통로를 따라 끝까지 가면 또다시 익숙한 얼굴과 가게가 나온다. 고아라가 모델인 ‘에뛰드하우스’. 에뛰드는 한국 브랜드란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선지 아예 물건마다 한국어 이름을 써놓았다. 4~5년 전에 타이에 진출한 에뛰드는 ‘까올리 피버’에 힘입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까지 없었던 시암센터의 이 매장도 새로 문을 열었다. 시암센터 옆의 고급 백화점인 시암 파라곤에도 라네즈와 에뛰드 매장이 있을 만큼 한국산 화장품의 인기는 괜찮다.  
 백화점은 라네즈로 시작, 에뛰드로 끝
 가끔은 한국산 화장품이나 옷이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과 다른 ‘품격’으로 팔리기도 한다. 싱가포르에서 공부하는 타이인 미앙은 “에뛰드와 페이스샵이 한국에선 정말 학생들이 많이 쓰는 중저가 제품이냐”고 물었다. 그는 “나도 에뛰드 립글로스를 써본 적이 있다”며 “타이에선 꽤나 고급 제품”이라고 전했다. 빅뱅의 열혈팬인 미앙은 한국인 친구에게 한국 화장품을 사다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이렇게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하면 ‘아름다움’을 떠올리는 현상이 ‘민망하게도’ 적지 않다. 최근엔 ‘까올리 피버’에 ‘약한 원화’까지 겹치면서 한국에 여행 가는 타이인이 늘고 있다. 올 2월에 5번째 한국 여행을 간다는 니키는 “동대문시장 옷들이 비싸지도 않고 아주 예쁘다”며 “한국의 음식과 문화가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산 화장품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방콕에 거주하는 정민주씨는 “여기엔 잘사는 사람 아니면 못사는 사람으로, 양극화가 심하다”며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저렴한 타이 화장품을 쓰고, 있는 사람들은 한국 화장품이 저가라는 사실을 알기에 쓰지 않는다”고 전했다. 
 대만에선 백화점에서 한국 화장품을 찾기 힘들었다. 타이베이 중심가 중산베이루(中山北路)의 백화점엔 시세이도, SK-Ⅱ 같은 일본 브랜드는 있지만 한국산을 찾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서민들이 즐겨찾는 스린(士林) 야시장엔 한류의 흔적이 뚜렷했다. 1월18일 저녁 9시께 스린 야시장에 가기 위해 지하철 위안산(圓山)역에 내렸다. 지하철 승강장에서 보이는 스린 시장 입구의 대형 입간판엔 ‘한국식 성형’(韓風整形)이라고 적혀 있었다. 성형외과 광고인데 한국식으로 성형수술을 해준다는 뜻이다. 꼭 여기가 아니어도 타이베이 중심가 곳곳엔 ‘한국식 성형 비포, 애프터(Before, After)’ 광고가 심심찮게 보인다. 상당수 아시아인들은 ‘한국(연예)인은 멋지지만, 성형수술을 해서 멋져졌다’고 생각한다. 성형수술 이후에 성공한 가수의 얘기인 한국 영화 <미녀는 괴로워>가 중화권에서 인기를 얻은 뒤 이런 인식은 더욱 강해진 듯하다. 참고로, 방콕 클럽에서 <노바디>가 나왔다면, 타이베이 클럽에선 <아베 마리아>가 나왔다. <미녀는 괴로워>의 주인공이 불렀던 노래다. “마리아~ 아베 마리아~” 하는 리듬은 홍콩이나 대만 같은 중화권 거리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한국 노래다. 그렇게 <노바디>가 타이에서 이룬 것을 <미녀는 괴로워>는 중화권에서 이뤘다. 
 
한의관과 한국식 성형으로 변신
 방콕의 완다도 한국 배우 사진을 가리키며 “이 사람도 수술했느냐”고 물었다. 어쨌든 한국 스타일이 멋있다는 인식이 대만에도 적잖다. 이날 스린 야시장은 춘절 연휴를 앞두고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인파 사이에서 시장을 따라 걷다가 ‘한의관’(韓衣館)을 발견했다. 이름 그대로 한국 옷을 파는 가게다. 주인 말로 물건의 절반이 한국산이란다. 이제 동아시아에서 한국은 일본·홍콩과 함께 ‘패션너블한’ 나라로 여겨진다. “안녕하세요?” 한의관을 지나서 조금만 걸으면 한국어 인사가 들린다. 고개를 돌리니 성유리가 미소짓고 있다. 한국 브랜드 ‘스킨푸드’ 매장이다. 또다시 걷다가 이번엔 권상우의 한글 질문을 만난다. 역시 한국 브랜드 ‘더페이스샵’의 매장 입구에 권상우가 웃으며 “비타민 나무라고 들어봤니?”라고 묻고 있다. 한국에선 모델이 배용준으로 바뀌었지만, 중화권에서 권상우의 인기가 좋아서인지 아직도 권상우의 사진이 걸려 있다. 더페이스샵 매장을 둘러보던 여고생 리밍주는 “가격에 견줘 품질이 좋아서 가끔 산다”고 말했다. 더페이스샵 모델을 오래 한 권상우는 동남아에서 ‘페이스샵 가이’(The Face Shop Guy)로 불리기도 한다. 싱가포르에서 공부하는 필리핀인 애들레인은 “권상우를 좋아해서 더페이스샵 제품을 샀지만 품질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제 아시아의 거리를 걷다가 익숙한 한국 화장품 간판을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싱가포르 쇼핑의 중심가 오차드 로드의 ‘위즈마 아트리아’ 지하에도 더페이스샵·라네즈의 매장이 있다. 지난해 방콕에서 만났던 싱가포르인 제이슨 양은 기자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첫마디로 말했다. “마몽드?” 이렇게 가끔 그 나라는 하나의 브랜드로 기억되기도 한다. 
방콕(타이)·타이베이(대만)=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싱가포르=최은주 전문위원
백화점은 라네즈로 시작, 에뛰드로 끝
 가끔은 한국산 화장품이나 옷이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과 다른 ‘품격’으로 팔리기도 한다. 싱가포르에서 공부하는 타이인 미앙은 “에뛰드와 페이스샵이 한국에선 정말 학생들이 많이 쓰는 중저가 제품이냐”고 물었다. 그는 “나도 에뛰드 립글로스를 써본 적이 있다”며 “타이에선 꽤나 고급 제품”이라고 전했다. 빅뱅의 열혈팬인 미앙은 한국인 친구에게 한국 화장품을 사다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이렇게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하면 ‘아름다움’을 떠올리는 현상이 ‘민망하게도’ 적지 않다. 최근엔 ‘까올리 피버’에 ‘약한 원화’까지 겹치면서 한국에 여행 가는 타이인이 늘고 있다. 올 2월에 5번째 한국 여행을 간다는 니키는 “동대문시장 옷들이 비싸지도 않고 아주 예쁘다”며 “한국의 음식과 문화가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산 화장품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방콕에 거주하는 정민주씨는 “여기엔 잘사는 사람 아니면 못사는 사람으로, 양극화가 심하다”며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저렴한 타이 화장품을 쓰고, 있는 사람들은 한국 화장품이 저가라는 사실을 알기에 쓰지 않는다”고 전했다. 
 대만에선 백화점에서 한국 화장품을 찾기 힘들었다. 타이베이 중심가 중산베이루(中山北路)의 백화점엔 시세이도, SK-Ⅱ 같은 일본 브랜드는 있지만 한국산을 찾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서민들이 즐겨찾는 스린(士林) 야시장엔 한류의 흔적이 뚜렷했다. 1월18일 저녁 9시께 스린 야시장에 가기 위해 지하철 위안산(圓山)역에 내렸다. 지하철 승강장에서 보이는 스린 시장 입구의 대형 입간판엔 ‘한국식 성형’(韓風整形)이라고 적혀 있었다. 성형외과 광고인데 한국식으로 성형수술을 해준다는 뜻이다. 꼭 여기가 아니어도 타이베이 중심가 곳곳엔 ‘한국식 성형 비포, 애프터(Before, After)’ 광고가 심심찮게 보인다. 상당수 아시아인들은 ‘한국(연예)인은 멋지지만, 성형수술을 해서 멋져졌다’고 생각한다. 성형수술 이후에 성공한 가수의 얘기인 한국 영화 <미녀는 괴로워>가 중화권에서 인기를 얻은 뒤 이런 인식은 더욱 강해진 듯하다. 참고로, 방콕 클럽에서 <노바디>가 나왔다면, 타이베이 클럽에선 <아베 마리아>가 나왔다. <미녀는 괴로워>의 주인공이 불렀던 노래다. “마리아~ 아베 마리아~” 하는 리듬은 홍콩이나 대만 같은 중화권 거리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한국 노래다. 그렇게 <노바디>가 타이에서 이룬 것을 <미녀는 괴로워>는 중화권에서 이뤘다. 
 
한의관과 한국식 성형으로 변신
 방콕의 완다도 한국 배우 사진을 가리키며 “이 사람도 수술했느냐”고 물었다. 어쨌든 한국 스타일이 멋있다는 인식이 대만에도 적잖다. 이날 스린 야시장은 춘절 연휴를 앞두고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인파 사이에서 시장을 따라 걷다가 ‘한의관’(韓衣館)을 발견했다. 이름 그대로 한국 옷을 파는 가게다. 주인 말로 물건의 절반이 한국산이란다. 이제 동아시아에서 한국은 일본·홍콩과 함께 ‘패션너블한’ 나라로 여겨진다. “안녕하세요?” 한의관을 지나서 조금만 걸으면 한국어 인사가 들린다. 고개를 돌리니 성유리가 미소짓고 있다. 한국 브랜드 ‘스킨푸드’ 매장이다. 또다시 걷다가 이번엔 권상우의 한글 질문을 만난다. 역시 한국 브랜드 ‘더페이스샵’의 매장 입구에 권상우가 웃으며 “비타민 나무라고 들어봤니?”라고 묻고 있다. 한국에선 모델이 배용준으로 바뀌었지만, 중화권에서 권상우의 인기가 좋아서인지 아직도 권상우의 사진이 걸려 있다. 더페이스샵 매장을 둘러보던 여고생 리밍주는 “가격에 견줘 품질이 좋아서 가끔 산다”고 말했다. 더페이스샵 모델을 오래 한 권상우는 동남아에서 ‘페이스샵 가이’(The Face Shop Guy)로 불리기도 한다. 싱가포르에서 공부하는 필리핀인 애들레인은 “권상우를 좋아해서 더페이스샵 제품을 샀지만 품질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제 아시아의 거리를 걷다가 익숙한 한국 화장품 간판을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싱가포르 쇼핑의 중심가 오차드 로드의 ‘위즈마 아트리아’ 지하에도 더페이스샵·라네즈의 매장이 있다. 지난해 방콕에서 만났던 싱가포르인 제이슨 양은 기자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첫마디로 말했다. “마몽드?” 이렇게 가끔 그 나라는 하나의 브랜드로 기억되기도 한다. 
방콕(타이)·타이베이(대만)=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싱가포르=최은주 전문위원 
에뛰드하우스 제공
이렇게 관광산업이 생명줄인 방콕의 클럽에서 ‘대목’ 연휴에 마지막 노래로, 그것도 연휴 내내 고정 레퍼토리로 선택될 만큼 <노바디>의 인기는 드높다. 더구나 실롬의 이 클럽은 절대로 ‘월드뮤직’을 틀지 않는다. 팝송만 튼다는 말씀. 그것은 이 클럽이 ‘로컬’(현지인) 클럽이 아니라는 무언의 주장이다. 쇼를 할 때가 아니면 중국 음악은 물론 일본 노래도 틀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에 한국 음악이 나왔다. 이것은 사건이다. 마치 2008년의 한국처럼 2009년의 타이는 <노바디>의 전성시대다.
타이에서 한류 열풍이 뜨겁다. 한국의 뷰티·패션 제품도 덩달아 인기다. 지난해 5월 타이 방콕 중심가 시암의 ‘파크파라곤’에서 열린 원더걸스 팬미팅.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대만 타이베이스린 야시장의 한국 옷 전문 가게 ‘한의관’. <한겨레21> 신윤동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