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훈이 질문하면 장동건이 대답한다. 신해철이 질문하면 서태지가 대답한다. 지난 2주간 새로 시작한 두 토크쇼 프로그램은 1990년대로 돌아간 듯했다. 박중훈은 한국방송 <박중훈쇼 대한민국 일요일밤>(이하 <박중훈쇼>)의 첫 게스트로 ‘친한 동생’ 장동건을 불러들였고, 신해철은 문화방송 에브리원 <신해철의 스페셜 에디션>을 ‘알고 보니 친척’인 서태지와 함께했다. 90년대의 스타들은 토크쇼를 진행할 나이가 됐지만, 동시에 그들은 토크쇼의 첫 게스트가 될 만큼 여전한 영향력도 가졌다. 하지만 이 두 토크쇼는 대조적으로 대중문화계에서 90년대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적응하는가를 보여준다. 자의든 타의든 ‘신비주의’의 대표로 불렸던 서태지와 장동건은 토크쇼에 나와 2000년대의 시청자와 만난다. 그리고 2000년대란, 문화방송 <황금어장> ‘무릎팍 도사’에서 강호동이 이외수와 강수진을 약 올리고, SBS <일요일이 좋다>의 ‘패밀리가 떴다’에서는 이효리가 몸뻬를 입고 논두렁 위를 구르는 시대다.
장동건‘님’이 노래를 부르니 재밌다?
<박중훈쇼>는 이 2000년대와 만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 프로그램이 인터넷에서 영화 <집으로…>를 패러디한 ‘과거로’라는 비아냥까지 듣는 건 단지 20여 년 전 한국방송 <자니윤쇼>를 연상시키는 형식의 토크쇼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에는 여전히 이런 스타일의 1대1 토크쇼가 존재한다. 문제는 2008년에 무려 ‘대한민국’의 일요일밤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이 토크쇼가 시청자를 가르치려는 환상에 사로잡혔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여가를 위해 F1 레이싱카를 소개하고, 국민 건강을 위해 ‘행복체조’를 가르친다. <박중훈쇼>의 세계관은 국민들이 TV 말고는 볼 게 없고 톱스타의 토크쇼 출연에 난리가 났던 그 시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장동건‘님’이 출연한다, 장동건‘님’이 노래를 부른다. 여기에 생활 상식도 알려준다. 어찌 재밌지 않을쏘냐?
<박중훈쇼>는 방송사가 3개밖에 없던 90년대 TV와 연예인의 권위주의가 지금도 통할 것이라고 믿는다. 박중훈은 ‘귀하신 몸’ 장동건에게 ‘인생의 굴욕이 뭐냐’는 수준 이상의 질문을 하지 못하고, 장동건은 “학교에 가다 넘어져서 도시락을 떨어뜨렸다”는 말로 화답한다. <박중훈쇼>에 출연한 여성 국회의원들은 박중훈이 준 ‘1분’의 발언 기회에 자신들의 주장만 하다 방청객의 박수를 받으며 노래를 부른다. 시청자와의 소통이 차단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협상 대신 국회 안에 성벽을 쌓는 방법을 선택한 국회의원들에 대한 대중의 감정은 전혀 담겨 있지 않다. ‘무릎팍도사’가 김종국에게 대놓고 ‘김공익’이라고 놀리며 시청자의 여론을 그대로 게스트에게 전달하고, 문화방송 <100분 토론>이 400회 특집으로 진중권·신해철·유시민·전원책 등을 모아놓고 ‘토론쇼’를 하는 시대에, <박중훈쇼>는 외부와 소통하지 않는 과거 속에서 살고 있다.
<신해철…>, 서태지에겐 대중을 만나는 통로 신해철과 서태지는 현명했다. 그들은 <신해철의 스페셜 에디션>에서 안정적인 방법으로 2000년대를 소화한다. 신해철은 박중훈이 장동건에게 했던 것과 달리 처음부터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묻겠다”고 말했고, 서태지에게 무수하게 쏟아졌던 논란들과, 그의 음악들에 대해 하나씩 질문했다. 서태지의 역사 전체를 훑는 <신해철의 스페셜 에디션>의 구성은 서태지의 현재나 그의 내면을 뾰족하게 드러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서태지는 <신해철의 스페셜 에디션>을 통해 그가 편하게 말할 수 있는 형이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보여줬고, 한쪽에서는 신비화되는 대신 한쪽에서는 비아냥의 대상이 됐던 그의 음악에 대해 스스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4년 전 서태지가 SBS <최수종쇼>에서 진행자들에 의해 ‘문화대통령’으로 떠받들어지면서 어색한 농담을 했던 것과 비교하면, 서태지는 이번에는 확실하게 2000년대에 적응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서태지가 정말 ‘핫’한 연예인이 되고 싶다면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서태지는 지금 한국 메이저 음악신에서 오프라인 공연 중심으로 활동하는 흔치 않은 뮤지션이다. 그는 90년대처럼 인기의 중심에 서려 애쓰기보다는 기존 팬덤을 만족시키고, 한 시대의 아이콘이던 뮤지션의 품위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신해철의 스페셜 에디션>은 그런 서태지가 2000년대의 대중과 점진적으로 만날 수 있는 창구 구실을 했다. 그리고, 이 ‘면역’에 필요한 시간을 지나면 서태지 역시 고현정처럼 ‘무릎팍 도사’에 출연할지도 모른다. 복귀 당시 촬영 외에는 말조차도 아끼던 고현정은 홍상수의 영화로,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서서히 대중과 접촉한 뒤 ‘무릎팍 도사’ 출연으로 다시 연예계의 중심으로 돌아오고 있다. 그가 문화방송 <선덕여왕>에서 선덕여왕이 아닌 그의 라이벌 ‘미실’로 출연하면서도 화제가 되는 것은 90년대 톱스타의 아우라와 충분히 ‘현재화’된 고현정의 활동이 더해진 결과다. 최근 고현정은 자신의 토크쇼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현정의 토크쇼는 적어도 <박중훈쇼>처럼 ‘행복체조’는 안 할 것 같다. <비와 당신>의 의미 <박중훈쇼>는 2000년대에 권위를 만드는 것이 누구인지 보여주는 역설적인 증명이다. 그 대단했던 스타도 지금 대중과 소통하지 못하자 웃음거리가 된다. <박중훈쇼>는 2000년대가 소통불능의 권위, 매스미디어의 힘을 이용해 스스로 만들어낸 권위가 코미디가 된 시대임을 보여준다. 박중훈이 주연한 영화 <라디오 스타>에서 왕년의 인기가수 최곤은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부활한다. 장동건은 <박중훈쇼>에서 박중훈이 <라디오 스타>에서 불렀던 <비와 당신>을 부른다. 박중훈은 이 토크쇼로 최곤처럼 방송의 중심으로 돌아오는 것을 기대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최곤이 다시 인기를 얻은 것은 속 시원한 발언들로 인터넷의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다. 박중훈과 <박중훈쇼>의 제작진이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빨리 알 수 있기를. 강명석 <10매거진> 기자·10-magazine.com
<박중훈쇼 대한민국 일요일밤>에는 장동건이 나왔고(왼쪽), <신해철의 스페셜 에디션>에는 서태지가 등장했다. 그러나 둘 다 대중의 궁금증을 충분히 풀어주지는 못했다. 한국방송·문화방송 제공(왼쪽부터)
<신해철…>, 서태지에겐 대중을 만나는 통로 신해철과 서태지는 현명했다. 그들은 <신해철의 스페셜 에디션>에서 안정적인 방법으로 2000년대를 소화한다. 신해철은 박중훈이 장동건에게 했던 것과 달리 처음부터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묻겠다”고 말했고, 서태지에게 무수하게 쏟아졌던 논란들과, 그의 음악들에 대해 하나씩 질문했다. 서태지의 역사 전체를 훑는 <신해철의 스페셜 에디션>의 구성은 서태지의 현재나 그의 내면을 뾰족하게 드러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서태지는 <신해철의 스페셜 에디션>을 통해 그가 편하게 말할 수 있는 형이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보여줬고, 한쪽에서는 신비화되는 대신 한쪽에서는 비아냥의 대상이 됐던 그의 음악에 대해 스스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4년 전 서태지가 SBS <최수종쇼>에서 진행자들에 의해 ‘문화대통령’으로 떠받들어지면서 어색한 농담을 했던 것과 비교하면, 서태지는 이번에는 확실하게 2000년대에 적응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서태지가 정말 ‘핫’한 연예인이 되고 싶다면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서태지는 지금 한국 메이저 음악신에서 오프라인 공연 중심으로 활동하는 흔치 않은 뮤지션이다. 그는 90년대처럼 인기의 중심에 서려 애쓰기보다는 기존 팬덤을 만족시키고, 한 시대의 아이콘이던 뮤지션의 품위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신해철의 스페셜 에디션>은 그런 서태지가 2000년대의 대중과 점진적으로 만날 수 있는 창구 구실을 했다. 그리고, 이 ‘면역’에 필요한 시간을 지나면 서태지 역시 고현정처럼 ‘무릎팍 도사’에 출연할지도 모른다. 복귀 당시 촬영 외에는 말조차도 아끼던 고현정은 홍상수의 영화로,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서서히 대중과 접촉한 뒤 ‘무릎팍 도사’ 출연으로 다시 연예계의 중심으로 돌아오고 있다. 그가 문화방송 <선덕여왕>에서 선덕여왕이 아닌 그의 라이벌 ‘미실’로 출연하면서도 화제가 되는 것은 90년대 톱스타의 아우라와 충분히 ‘현재화’된 고현정의 활동이 더해진 결과다. 최근 고현정은 자신의 토크쇼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현정의 토크쇼는 적어도 <박중훈쇼>처럼 ‘행복체조’는 안 할 것 같다. <비와 당신>의 의미 <박중훈쇼>는 2000년대에 권위를 만드는 것이 누구인지 보여주는 역설적인 증명이다. 그 대단했던 스타도 지금 대중과 소통하지 못하자 웃음거리가 된다. <박중훈쇼>는 2000년대가 소통불능의 권위, 매스미디어의 힘을 이용해 스스로 만들어낸 권위가 코미디가 된 시대임을 보여준다. 박중훈이 주연한 영화 <라디오 스타>에서 왕년의 인기가수 최곤은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부활한다. 장동건은 <박중훈쇼>에서 박중훈이 <라디오 스타>에서 불렀던 <비와 당신>을 부른다. 박중훈은 이 토크쇼로 최곤처럼 방송의 중심으로 돌아오는 것을 기대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최곤이 다시 인기를 얻은 것은 속 시원한 발언들로 인터넷의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다. 박중훈과 <박중훈쇼>의 제작진이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빨리 알 수 있기를. 강명석 <10매거진> 기자·10-magazin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