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열린책들 펴냄, 1·2권 각 9800원 베르나르 베르베르(47) 소설이 ‘중간역’에 다다랐다. 지난 2002년 우리나라를 두 번째로 찾았던 베르베르는 “과학과 영적·구도적인 것의 결합이 새로운 소설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물질-정신의 조화를 강조한 이유는 “테크놀로지만 홀로 남은 세상은 끔찍”하다는 현실 인식 때문이다. 새로 출간된 <신>은 그가 지닌 세계관을 신의 관점에서 투영한다. 진정한 ‘전지적 작가 시점’인 셈이다. <타나토노트>(1994)에서 저승(영계)을 탐사하는 ‘인간’ 미카엘 팽송의 모험을 그렸던 지은이는 <천사들의 제국>(2000)에선 ‘천사’ 팽송을 등장시켜 인간 셋을 수호하는 과정을 묘사한 바 있다. <신>에서 팽송은 인간·천사에 이어 ‘신 후보생’이 된다. 베르베르는 팽송을 앞세워 인간을 포함한 지구 전체를 찰흙 만지듯 세웠다 허물었다 한다. 지금의 역사가 기록된 문헌, 곧 승자들의 역사일 수만은 없으며 역사의 객관적 ‘증인’이 있다면 바로 ‘신’이 아닐까 하는 물음에서 소설은 출발한다. <신>의 무대는 우주 어딘가 ‘아에덴’이라는 섬이다. 거기엔 도시 올림피아가 있으며 그 중심에 올림포스산이 있다. 미카엘 팽송은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신 후보생’ 144명 가운데 하나가 된다. 새로운 환경에 어리둥절했던 그는 곧 ‘신 사관학교’에 적응한다. 동기생들은 모두 프랑스와 관련된 인물들이다. 아나키스트 조제프 프루동, 건축가 귀스타브 에펠, 배우 마릴린 먼로, 소설가 귀스타브 플로베르, 화가 반 고흐, 무용가 마타 하리 등과 팽송은 ‘1호 지구’(현실 속 지구)와 닮은꼴인 ‘18호 지구’를 놓고 신들에게 강의를 듣고 실습을 한다. 신 후보생들은 시간·물질·생명을 탄생시키고 인간을 씨족·부족으로 나눠 문명을 일구는 창조 과정을 겨루게 된다. 자신이 관장하는 씨족이 경쟁에 밀리게 되면 탈락하여 ‘괴물’이 되기 때문에 신 후보생들은 반목과 갈등, 연대와 협력을 벌이며 각축한다. 팽송은 이와 같은 경쟁의 배후에 ‘또 다른 신’의 조종과 음모가 있지 않은가 의심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