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비파 레몬>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소담출판사 펴냄, 1만2천원 에쿠니 가오리는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를 비롯해 무라사키시키부 문학상 수상작 <반짝반짝 빛나는> <낙하하는 저녁> 등을 국내에 꾸준히 선보이며 한국 독자들에게 친근한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녀 작품의 전반적인 특징을 꼽는다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을 그녀만의 깔끔한 문체와 차분한 내용 전개로 그려 잔잔한 감동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는 등장인물들
국내에 새롭게 출간된 작품 <장미 비파 레몬>은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는 9명의 여성들이 선보이는 다양한 색깔의 연애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이다.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사랑·이별·고독·배신·불륜이란 키워드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흡사 아홉 편의 단편 모음집처럼 보이면서도 수많은 등장인물과 복잡한 상황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전개된다.
남편이 골라주는 옷을 입고 부부싸움 뒤에 남편이 사다주는 꽃으로 웃음지을 수 있는 여자 ‘도우코’, 직장과 가정에서 완벽함과 성실함을 다 갖추었지만 남편의 외도를 눈치채지 못하는 여자 ‘레이코’,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한 결혼생활을 끝내 거부하고 꽃가게 주인으로서 홀로서기를 선택하는 고독한 여자 ‘에미코’.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는 3명의 여자와 그들의 남편들- 얼 그레이와 우유를 2 대 1의 비율로 섞은 아이스티를 좋아하고 부부싸움을 할 때 절대 언성을 높이지 않고 싸움 뒤에는 반드시 꽃을 선물하는 공인된 좋은 남편 ‘미즈누마’, 외도를 하면서도 죄의식을 갖지 않는, 파티를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기꺼이 함께 자리를 빛내주는 남편 ‘츠치야’, 아내의 꽃가게 동업자이자 몇 번의 외도에도 이혼만큼은 반대하는 남편 ‘시노하라’- 의 이야기가 정밀하게 묘사된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 소우코, 에리, 아야, 사쿠라코, 미치코, 마리에- 의 또 다른 형태의 사랑 이야기를 풀어낸다.
속이 텅 빈 행복만을 붙잡은 채 결혼이란 틀을 고집하는 여자, 자신에게는 철저하리만큼 완벽하지만 남편에 대해서는 완벽하지 못한 여자, 언니의 예전 애인만을 바라보는 여자, 상대방에게 사랑을 강요하지 않고 그저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만을 낳길 원하는 여자, 직장 상사의 남편에게 저돌적으로 돌진하는 여자.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하나같이 불완전한 존재다. 그리고 불완전한 사랑을 할 뿐이다. 그들은 진정한 사랑을 원하지만 현실은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그런 그들이 선택하는 현실 극복 방법은 불륜, 인내 혹은 무관심밖에 없다. 그 때문에 진정한 사랑을 찾는 길은 멀어지고 오히려 그들을 지독한 고독감과 상처투성이의 현실로 몰아넣는다. 사랑을 찾을수록 사랑은 멀어지고 “참 이상하지, 다들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는 함께하지 못하는 것 같아.” 저자는 등장인물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담담한 톤으로 서술해나간다. 다양한 성격의 인물들이 긴밀하게 얽히고설켜 있는 상황과 심리 변화를 섬세하고도 예리하게 묘사하고 있어 저자의 일정한 흐름에 의식을 맡기다 보면 어긋난 사랑과 불륜보다 등장인물 각자의 고독감에 자연스럽게 동화될 수 있다. 사랑하고 싶지만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지 못하는 9명 여성들의 고독감. 마지막 장을 덮고 난 뒤에도 미완의 사랑에 대한 여운이 아련히 전해져온다. 송진경 알라딘 문학 MD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소담출판사 펴냄, 1만2천원 에쿠니 가오리는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를 비롯해 무라사키시키부 문학상 수상작 <반짝반짝 빛나는> <낙하하는 저녁> 등을 국내에 꾸준히 선보이며 한국 독자들에게 친근한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녀 작품의 전반적인 특징을 꼽는다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을 그녀만의 깔끔한 문체와 차분한 내용 전개로 그려 잔잔한 감동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장미 비파 레몬>
속이 텅 빈 행복만을 붙잡은 채 결혼이란 틀을 고집하는 여자, 자신에게는 철저하리만큼 완벽하지만 남편에 대해서는 완벽하지 못한 여자, 언니의 예전 애인만을 바라보는 여자, 상대방에게 사랑을 강요하지 않고 그저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만을 낳길 원하는 여자, 직장 상사의 남편에게 저돌적으로 돌진하는 여자.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하나같이 불완전한 존재다. 그리고 불완전한 사랑을 할 뿐이다. 그들은 진정한 사랑을 원하지만 현실은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그런 그들이 선택하는 현실 극복 방법은 불륜, 인내 혹은 무관심밖에 없다. 그 때문에 진정한 사랑을 찾는 길은 멀어지고 오히려 그들을 지독한 고독감과 상처투성이의 현실로 몰아넣는다. 사랑을 찾을수록 사랑은 멀어지고 “참 이상하지, 다들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는 함께하지 못하는 것 같아.” 저자는 등장인물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담담한 톤으로 서술해나간다. 다양한 성격의 인물들이 긴밀하게 얽히고설켜 있는 상황과 심리 변화를 섬세하고도 예리하게 묘사하고 있어 저자의 일정한 흐름에 의식을 맡기다 보면 어긋난 사랑과 불륜보다 등장인물 각자의 고독감에 자연스럽게 동화될 수 있다. 사랑하고 싶지만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지 못하는 9명 여성들의 고독감. 마지막 장을 덮고 난 뒤에도 미완의 사랑에 대한 여운이 아련히 전해져온다. 송진경 알라딘 문학 M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