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 사랑이 이렇게 오래 남을 줄. 홀연히 왔다가 사라지는 만남이 20번, 일주일에 두 번, 1시간. 짧은 만남 뒤, 이별은 예정된 것이었으나 눈물은 그칠 줄 몰랐습니다. 날카로운 레전드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를 외우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샤방샤방을 달았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하드디스크에는 짤방이 쌓이고 뮤비를 만들기 위해 프로그램을 독학했습니다. 다시보기가 비디오테이프라면 마그네틱이 다 닳아 없어졌을 겁니다. 나의 사랑은 ‘드라마 같은 스토리’ 정도가 아닙니다. 나의 사랑은 드라마입니다. ▣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어떤 사람들에게는 드라마를 한 편 다 보는 것이 대단한 일이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전편을 한 번만 보는 것은 감질나는 일이다. 누리꾼 ‘베라라키’는 <개와 늑대의 시간>(이하 개늑시·2007) 본방송 기간 내내 반복해서 돌려보았다. 그는 “일주일 7일 내내 드라마 <개늑시>만이 존재하는 듯했다”고 말한다. “(수·목 드라마인 <개늑시>를) 수요일 방송분은 목요일에 1번 다시 본 뒤, 목요일 방송본을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하고, 목요일 방송분은 금요일에 다시 복습하고, 주말에 수·목 방영분 이어서 다시보기를 했다. 한 주에 적어도 2번 정도는 다시보기를 했다.” ‘닥본사’하고 다운로드하고 MP3로 듣고 드라마 마니아들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다. <다모>(2003)의 팬 ‘고진주’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보기를 여러 번 했지만 특별히 더 좋아하는 에피소드만 골라서 반복하는 것도 즐긴다. <다모>는 드라마가 종영된 뒤 2년 동안 매일 저녁 식사하면서 하루에 한 편씩 보았다. “적어도 편당 100번은 본 것 같다.” 지금도 가끔씩 생각날 때마다 복습을 한다. 덕분에 당시 네 살이던 아들도 지금 <다모>에 관한 이야기라면 입에서 줄줄 나올 정도다. ‘이현주’는 <파리의 연인>을 20번, <내 이름은 김삼순>을 50번 이상 보았다. <…김삼순>의 경우 50번까지 세고 그 이후로는 안 셌다. 그는 다시보기 중간중간에 ‘짤방’(잘리지 않기 위해서 올리는 이미지)을 만들어 갤러리에 올린다. “기억이 안 나 혹시 잊어버릴까봐서”다. 그는 다시보기 재미의 최고봉은 ‘대사치기’라고 말한다. 삼순이가 대사하면 진헌이 대사를 자신이 하는 식으로 등장인물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경지에 이르면 거의 속도까지 똑같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드라마가 쩍쩍 붙는 느낌”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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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의 다시보기 노하우 첫 번째 ‘닥본사’할 때는 대사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사실 닥본사는 숨도 쉬기 힘들 정도로 어렵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배우가 대사를 내뱉는 순간 다른 사람들은 ‘억, 어떻게 저런 일이…’ 이러지만 그 사이에 벌써 다른 대사 몇 개를 놓친다. 진짜 찍소리도 못하고 봐야 한다. 두 번째, 그러니까 다시보기를 처음 할 때는 닥본사보다 여유가 있어 시간적으로나 심적으로나 확실히 부담이 덜하다. 뭐니뭐니해도 ‘리플레이’ 기능을 쓸 수 있다는 게 편하다. 하나도 안 놓칠 수 있다는 게 정말 마음 편하다. 세 번째부터는 그동안 수합한 정보들을 하나하나 적용하고 비교하고 다시 적용해본다. 이해가 안 가는 부분 몇 가지를 빼고는 거의 새로운 해석이 가능하다. 네 번째는 저번까지 이해 못했던 것들에 대해 추가적으로 정보를 수집해서 다시 적용한다. 발견한 옥에 티라든가, 영상 스케치에서 배우나 감독이 말했던 ‘촬영할 때 왜 그렇게 했는지’ 따위 얘기를 다시 적용하고 해석해본다. ‘아, 그래서 저때 대본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구나. 두 배우의 스케줄이 안 맞아서, 그동안 한 사람은 쉬고 그래서 머리 스타일이 바뀐 거였구나. 그때는 방송 보면서 갑자기 배우가 생뚱맞게 변했다 생각했는데’ 등등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