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4개국 친선대회 대비 수비 라인 대거 교체… 인물난 여전 “어디 좋은 수비수 없나”
‘제2기 히딩크호’가 닻을 올렸다. 네덜란드 출신의 거스 히딩크(55)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지난 1∼2월 홍콩과 두바이 4개국 친선대회에 참가한 뒤 두달 동안 휴식을 갖고 지난 4월19일 ‘히딩크호 2기’로 새롭게 진용을 구성했다. LG컵 이집트 4개국 친선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두달 전의 대표팀과는 선수 구성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 가운데 홍명보 유상철(이상 일본 가시와 레이솔), 안정환(이탈리아 페루지아) 등은 소속팀 사정으로 빠지고 부상으로 중도하차했던 윤정환(일본 세레소 오사카)과 이동국(독일 베르더 브레멘), 안효연(교토) 등이 새로 선발됐다.
‘신데렐라’ 서덕규 발탁
이번 ‘2기 멤버’의 가장 큰 특징은 히딩크 감독이 지난 1월 대표팀의 첫 출범 이후 관찰하고 지적해온 ‘수비라인’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번 대표팀의 수비수는 모두 8명이다. 김태영(전남), 이민성(상무), 심재원 송종국(이상 부산) 등 기존 1기 멤버들에 하석주(포항), 강철, 최성용(이상 오스트리아 라스크 린츠), 서덕규(울산현대)가 새롭게 합류했다. 홍콩·두바이 멤버였던 홍명보, 김영선(수원), 김현수(성남일화)는 제외됐고 이임생(부천SK)도 부상으로 이집트 출국 전에 심재원으로 교체돼 수비라인의 절반이 바뀌었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이영표(안양LG), 박지성(일본 교토 퍼플상가), 김상식(성남일화), 서동원(수원삼성)까지 합치면 실질적으로 수비수는 12명 선이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로 그동안 줄곧 ‘수비’를 지적해왔고 수비수의 발굴을 강조해온 만큼 새 대표팀의 수비전술에 축구계와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기 히딩크호’ 수비라인의 몇 가지 초점은 새 얼굴 서덕규의 합류, 새로운 수비 대안, 전술의 변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서덕규(23)는 이집트대회 대표팀에 깜짝 발탁되면서 ‘신데렐라’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수비라인의 새 얼굴을 찾던 ‘2기 히딩크호’가 선택한 수비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새 얼굴이다. 강동고-숭실대를 거쳐 2001년 대졸드래프트 지명 2순위로 울산현대에 계약금 8천만원에 연봉 3천만원을 받고 입단한 새내기이다. 182㎝, 72㎏의 다부진 체격. 고교 2학년 때인 95년 고종수와 함께 17살 이하 청소년대표로 활약한 것을 제외하고는 대표경력이 없는 무명선수다.
히딩크 감독이 지난 1월 울산에서 대표팀의 첫 합숙훈련을 지휘할 당시 울산현대와 연습경기를 통해 주목했고, 한국 코치들과 기술위원들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선발됐다. 그는 울산현대의 차세대 수비수로 경쟁하는 올림픽대표 출신의 입단동기 조세권과 대표팀 후보로 막판까지 경합을 벌이다가 더 높은 점수를 얻어 마지막 낙점을 받았다. 소속팀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를 오가며 활약하고 있고 태클과 대인마크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 남성초등학교에서 육상을 하다가 6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고 신림중 1학년까지 골키퍼를 맡은 이색적인 경력을 갖고 있다. 체격과 체력, 투지 등을 높게 평가하는 히딩크 감독과 좋은 ‘궁합’이 예상된다. 히딩크 감독은 이번 대표팀에서 서덕규를 홍명보가 빠진 중앙 수비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수비형 미드필드에서 폭넓게 활용가치를 점검해볼 요량이다.
최성용, 하석주 제구실 할까
서덕규 외에도 홍명보가 빠진 중앙 수비에는 다양한 실험이 시도된다. 강철이 홍명보의 대체요원이 될 수 있을지, 또 그럴 경우 수비전술의 변화는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지 등이 관심거리다. 또 부족한 중앙 수비요원들로 인해 ‘1기’ 때 좌우 윙백으로 활약했던 김태영, 심재원의 중앙 수비수로서의 능력도 테스트하게 된다.
사이드 백들의 면모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 확실하다. 최성용, 하석주의 가세는 그런 시도의 전주곡이다. 최성용이 오른쪽, 하석주는 왼쪽 윙백으로 기용된다. 두 선수의 기용은, 그동안 히딩크 감독이 선수 기용과 선발의 원칙처럼 말해온 ‘유럽 선수들에 대항할 수 있는 체격과 힘’이란 측면에서는 엇갈리는 점이 있어 더욱 주목된다. 허정무 감독 체제 아래에서 좌우 윙백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하던 이영표와 박진섭(상무)이 히딩크 감독의 새 대표팀에서는 포지션을 이동했거나 ‘불합격’ 판정을 받아 대표팀에서 제외되지 않았던가. 최성용은 173cm로 단신이고, 하석주는 벌써 33살로 노장으로 분류된다. 이영표와 박진섭처럼 높이와 빠르기에서 약점을 드러낸다. 히딩크 감독이 공격수와는 달리 체력 부담이 많은 수비수를 노장 가운데 뽑은 것은, 하석주가 한국 무대에 복귀하면서 보여준 빼어난 활약도와 히딩크 감독이 그만큼 새 얼굴을 찾을 수 없었다는 ‘동전의 양면’을 갖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물론 핌 베어벡 코치, 박항서 정해성 코치 등도 새 얼굴들을 물색하기 위해 프로경기는 물론 아마추어 대회까지 다녔지만 획기적인 인물을 발굴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얘기이다. 한국축구에 풍부한 예비 자원이 부족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2기 히딩크호’의 수비전술은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포백 수비의 기본 틀에서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그보다는 선수들의 전술 이해도를 높이고 새로운 선수들의 적응과 기량을 점검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선수들의 포지션을 바꿔가며 가장 알맞은 위치와 역할을 찾는 것도 이번 대회의 목표이다.
수비형 미드필더에서도 인물난을 겪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히딩크 감독이 바라는 좋은 체격과 투지, 기량까지 겸비한 선수를 아직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동원은 홍콩·두바이 대회에서 잦은 패스미스와 안이한 플레이로 히딩크 감독의 눈 밖에 났다가 고종수(수원)의 부상으로 힘겹게 히딩크호에 다시 올랐고 김상식(성남)에 대한 평가도 다소 부정적이다. 박지성, 이영표가 지난 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지만 히딩크 감독이 말하는 조건과는 부합되지 않는다. 패스워크와 스피드는 다른 선수들보다 앞서지만 체격적인 면에서 유럽 선수들과 대항하기에는 미덥지 못하다.
그러나 새로운 수비수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수비라인의 문제점과 수비수들의 장단점에 대해 현 대표팀 코치들과 얘기를 나누다보면 “어디 좋은 수비수 있으면 추천 좀 해줘”라는 말을 듣는다. 이는 허정무 감독 시절에도 한국축구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오래된 레퍼토리였다.
컨페더레이션스컵을 대비하라
‘2기 히딩크호.’ 출발부터 순조롭지 못하다. 황선홍, 고종수 등 한국대표팀의 기둥으로 활약이 기대되던 선수들이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했다. 삐걱거리는 모습으로 비쳐진 선수단 관리에 대해서도 안팎으로 비난의 소리가 들린다. 지난 4월19일 이집트로 출국한 대표팀에는 부상선수들의 교체와 해외파들의 합류문제로 22명의 출전 엔트리 가운데 13명의 선수만이 모습을 드러냈다. 해외파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부상선수 문제는 아무래도 신경을 써야할 부분이다.
‘히딩크 군단’은 4월25일 새벽 1시 이란전에 이어 27일 새벽 1시(3, 4위전) 또는 새벽 3시30분(결승전)에 경기를 갖는다. 이집트 4개국 대회에서 우승을 하지 못한다고 현 대표팀에 비난의 화살을 퍼부을 수는 없다. 아직 큰 목표를 향해 준비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5월30일 개막하는 2001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도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컨페더레이션스컵은 2002년 한·일월드컵을 준비하는 한국축구로서는 하나의 잣대가 된다. 이는 ‘수비’에서도 마찬가지다. 히딩크 감독과 함께 포백 시스템으로 바뀐 한국대표팀 수비가 계속 불안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어떤 비난이 쏟아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국축구와 히딩크 군단의 움직임에는 축구팬들 뿐만 아니라 온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달라진 모습을 기대하면서.
박정욱/ 스포츠서울 축구팀 기자 jwp94@sportsseoul.com

사진/ 서덕규(오른쪽)는 이집트대회 대표팀에 ‘깜짝 발탁’되면서 ‘신데렐라’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히딩크가 선택한 수비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새 얼굴이다.

사진/ 173cm의 단신 최성용. 그도 이영표와 박진섭처럼 높이와 빠르기에서 약점을 드러낸다.

사진/ 히딩크 감독이 체력 부담이 많은 윙백으로 노장인 하석주(오른쪽)를 뽑은 것은 그가 한국 무대에 복귀해서 보여준 활약과 그만큼 새 얼굴이 없다는 ‘동전의 양면’을 갖고 있다.(이종근 기자)

사진/ 홍명보가 빠진 중앙 수비에도 다양한 실험이 시도된다. 강철이 홍명보의 대체요원이 될 수 있을지, 그럴 경우 수비전술의 변화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등이 관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