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20명 동물적 앵글에 잡힌 한국의 혼란, 역동성, 획일성, 가벼움에 관하여
▣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들은 드셌다. 섬광처럼 색깔과 동력이 넘쳐흘렀다. 하지만 획일적이고, 혼란스럽고, 무엇보다 숙명적으로 가볍다! 세계적인 보도 다큐사진가 클럽인 매그넘이 앵글에 담은 2007년 대한민국의 요지경은 대략 그런 형용사로 요약할 수 있었다.
<한겨레> 창간 20돌을 맞아 매그넘 회원 20명이 오직 한국만을 주제로 찍은 사진 400여 점을 선보인 ‘매그넘 코리아’전(8월2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은 두 가지 면에서 특별했다. 우선 어디서나 인간 현장의 진실한 단면을 끄집어내는 매그넘 사진가들의 장인적 내공이 피부에 와닿았다. 한편으로는 지금 우리 사회의 집단적 감성 혹은 정신적 실체를 세계적인 저널사진가들의 눈으로 오롯이 바라볼 수 있었다. 방한 기간이 한 달이나 보름 정도로 짧았는데도, 먹잇감을 포착한 맹수처럼 한국 사회 이면의 숨은 시각적 본질을 단박에 잡아냈다는 것이 놀랍다.
사진계에서는 매그넘의 사진을 ‘사진구도, 사진기법의 교과서’라고 흔히 말한다. 하지만 전시 현장에서는 그런 문제보다 한국 사회의 이미지적 본질을 파고들어가는 동물적 앵글이 더욱 와닿았다. 앵글들은 하나같이 각자의 개성과 주관의 산물이었지만 오히려 그 앵글의 파편들을 통해 가장 객관적으로 현재 한국 사회가 지닌 충동적 에너지와 집단적 가치관, 한계성 등을 교범처럼 감지할 수 있다. 벨기에 사진가 그뤼에르는 신길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는 옷장수 아저씨의 무거운 뒷모습을 찍었다. 주홍색 반바지 차림의 아저씨는 터질 듯 옷이 가득 찬 대형 비닐백을 힘겹게 들고, 다른 두 봉지는 땅에 내려놓은 채 서 있다. 서민 자영업자의 적나라한 일상이 한 움큼 보인다. 강변 산책로에 설치작품처럼 턱하니 놓은 큰 바윗돌 하나, 그 표면에 어이없게도 족발이란 글씨와 휴대전화 번호가 찍혀 있는 사진은 철학적이면서도 형이하학적이다. 10대 여성과 어우러진 도시 풍경을 찍은 사르파티란 사진가는 우리가 흘깃 지나치는 신촌 유흥가의 잡탕 이미지를 꼭 잡았다. 음식쓰레기의 진물과 담배꽁초 널브러진 바닥에다 건물엔 온갖 색조로 무장한 노래방, 식당 간판이 널린 그곳에 앳된 10대 미니스커트 소녀들이 서 있었다. 어수선한 난민적 풍경이 ‘매그넘 코리아’의 전부는 아니다. 도시 한켠에서 사진가들은 상품과 부에 대한 한국인들의 강렬한 열정과 획일적이고 집단적인 공간 의식, 물신성 가득한 색채의 이미지에도 빠져들었던 모양이다. 영국 서민층의 권태로운 일상을 코믹하게 풍자했던 마틴 파가 먹을거리, 상품 진열 모습을 빽빽한 구도로 찍은 사진은 정신이 얼얼한 정도로 색채와 공간의 에너지로 충만하다. 짬뽕라면, 신라면이 쌓인 진열장, 후랑크, 비엔나소세지, 굴비, 명태 등이 격정적 표정(?)과 요란한 빛깔로 줄줄이 도열한 모습을 클로즈업해 찍고 또 찍었다. 폴리에틸렌 컵 위에 도열한 곰인형 장식, 머리만 있는 마네킹에 덧씌워진 똑같은 빛깔의 팔각모, 스카프… 그 강렬한 시각적 집중력은 무엇을 좇아가는가. 압구정 로데오 거리 노점상가의 빨간 딸기 담긴 그릇(알렉스 웨브)이나 속초 워터피아 욕탕에서 묻어나는 전형적 풍경(이언 베리)의 흡입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1년 전 사진이지만, 그들이 읽어낸 대한민국 사회의 여러 집단적 현상과 사물 속에서 촛불집회를 일궈낸 문화적 감성과 역동성을 발견한다. 우리네의 건축과 사물 풍경에서 느껴지는 이미지의 집중성과 카오스적인 사람들의 움직임은 변화에 대한 응축된 욕망과 의지를 암시한다. 그것은 다른 한편으로 전통과 자연스러움의 부재를 의미하기도 한다. 회프커라는 작가는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문화유산보다 건물의 뻥 뚫린 현관 공간을 주시했다. 현관 공간을 액자 삼고 하늘바다와 그 안에 잠긴 남산타워, 기하학적인 뒤편 미군부대의 골프장 철조망, 아래를 달려가는 남녀의 모습을 찍었다. 경박하고 다급한 일상 속에서 부유하는 한국인들에 대한 은유일까. 영국의 이미지 평론가 존 버거는 사진 같은 복제 예술 앞에서 우리는 생생한 보기의 감각을 잃고 이미 찍힌 이미지에 인식을 의존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 유난히 복제물이 들끓고 가진 자들을 선망하는 키치 문화가 강렬한 한국에서 버거의 예언은 더욱 급속히 실현되었다. 그 결과물이 가벼움과 강렬함을 필연적으로 동반한 이미지 과잉의 사회다. 설립자 브레송의 말처럼 “사진찍기가 삶의 방식”인 매그넘 사냥꾼들이 그 전형적 특징을 놓칠 리 없었을 것이다. 전시장 말미 농부가 어미 한우와 송아지를 끌고 가는 이언 베리의 렌티큘러(입체) 사진 옆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다. “건국 60년, 당신은 기적의 나라를 만든 위대한 국민입니다.”

이언 베리가 찍은 강원 속초 워터피아의 풍경.(ⓒ IAN BERRY/ MAGNUM PHOTOS)
사진계에서는 매그넘의 사진을 ‘사진구도, 사진기법의 교과서’라고 흔히 말한다. 하지만 전시 현장에서는 그런 문제보다 한국 사회의 이미지적 본질을 파고들어가는 동물적 앵글이 더욱 와닿았다. 앵글들은 하나같이 각자의 개성과 주관의 산물이었지만 오히려 그 앵글의 파편들을 통해 가장 객관적으로 현재 한국 사회가 지닌 충동적 에너지와 집단적 가치관, 한계성 등을 교범처럼 감지할 수 있다. 벨기에 사진가 그뤼에르는 신길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는 옷장수 아저씨의 무거운 뒷모습을 찍었다. 주홍색 반바지 차림의 아저씨는 터질 듯 옷이 가득 찬 대형 비닐백을 힘겹게 들고, 다른 두 봉지는 땅에 내려놓은 채 서 있다. 서민 자영업자의 적나라한 일상이 한 움큼 보인다. 강변 산책로에 설치작품처럼 턱하니 놓은 큰 바윗돌 하나, 그 표면에 어이없게도 족발이란 글씨와 휴대전화 번호가 찍혀 있는 사진은 철학적이면서도 형이하학적이다. 10대 여성과 어우러진 도시 풍경을 찍은 사르파티란 사진가는 우리가 흘깃 지나치는 신촌 유흥가의 잡탕 이미지를 꼭 잡았다. 음식쓰레기의 진물과 담배꽁초 널브러진 바닥에다 건물엔 온갖 색조로 무장한 노래방, 식당 간판이 널린 그곳에 앳된 10대 미니스커트 소녀들이 서 있었다. 어수선한 난민적 풍경이 ‘매그넘 코리아’의 전부는 아니다. 도시 한켠에서 사진가들은 상품과 부에 대한 한국인들의 강렬한 열정과 획일적이고 집단적인 공간 의식, 물신성 가득한 색채의 이미지에도 빠져들었던 모양이다. 영국 서민층의 권태로운 일상을 코믹하게 풍자했던 마틴 파가 먹을거리, 상품 진열 모습을 빽빽한 구도로 찍은 사진은 정신이 얼얼한 정도로 색채와 공간의 에너지로 충만하다. 짬뽕라면, 신라면이 쌓인 진열장, 후랑크, 비엔나소세지, 굴비, 명태 등이 격정적 표정(?)과 요란한 빛깔로 줄줄이 도열한 모습을 클로즈업해 찍고 또 찍었다. 폴리에틸렌 컵 위에 도열한 곰인형 장식, 머리만 있는 마네킹에 덧씌워진 똑같은 빛깔의 팔각모, 스카프… 그 강렬한 시각적 집중력은 무엇을 좇아가는가. 압구정 로데오 거리 노점상가의 빨간 딸기 담긴 그릇(알렉스 웨브)이나 속초 워터피아 욕탕에서 묻어나는 전형적 풍경(이언 베리)의 흡입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1년 전 사진이지만, 그들이 읽어낸 대한민국 사회의 여러 집단적 현상과 사물 속에서 촛불집회를 일궈낸 문화적 감성과 역동성을 발견한다. 우리네의 건축과 사물 풍경에서 느껴지는 이미지의 집중성과 카오스적인 사람들의 움직임은 변화에 대한 응축된 욕망과 의지를 암시한다. 그것은 다른 한편으로 전통과 자연스러움의 부재를 의미하기도 한다. 회프커라는 작가는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문화유산보다 건물의 뻥 뚫린 현관 공간을 주시했다. 현관 공간을 액자 삼고 하늘바다와 그 안에 잠긴 남산타워, 기하학적인 뒤편 미군부대의 골프장 철조망, 아래를 달려가는 남녀의 모습을 찍었다. 경박하고 다급한 일상 속에서 부유하는 한국인들에 대한 은유일까. 영국의 이미지 평론가 존 버거는 사진 같은 복제 예술 앞에서 우리는 생생한 보기의 감각을 잃고 이미 찍힌 이미지에 인식을 의존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 유난히 복제물이 들끓고 가진 자들을 선망하는 키치 문화가 강렬한 한국에서 버거의 예언은 더욱 급속히 실현되었다. 그 결과물이 가벼움과 강렬함을 필연적으로 동반한 이미지 과잉의 사회다. 설립자 브레송의 말처럼 “사진찍기가 삶의 방식”인 매그넘 사냥꾼들이 그 전형적 특징을 놓칠 리 없었을 것이다. 전시장 말미 농부가 어미 한우와 송아지를 끌고 가는 이언 베리의 렌티큘러(입체) 사진 옆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다. “건국 60년, 당신은 기적의 나라를 만든 위대한 국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