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한겨레 김정효 기자)
우울증의 정점으로!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장마에 읽을 만한 습도를 가진 책은 윤흥길의 소설 <장마>다. 시종일관 주룩주룩 비가 내린다. 끈적끈적한 공기처럼 불안과 공포가 주기적으로 침입해온다. 그리고 이 사태를 어린아이 혼자 감당해내고 있다. 소설 속의 비에 대해선 말 많은 이들이 주석을 참 많이도 붙여놓았는데, 우리가 가져야 할 관점은 하나다. 비는 그냥 비다. 한국전쟁의 상처를 되새기든 말든, 이 옛날 소설은 놀랄 만큼 재미있다. 여기에 스티븐 킹의 <샤이닝>을 추가하면 장마철의 밤이 완성될 듯하다. 소설에 등장하는 건 비가 아니라 눈인데, 콜로라도 산속의 끔찍한 단절감과 적막을 느낄 수 있다. 그 ‘빌어먹을’ 눈보라 속에서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는 동서고금의 해묵은 범죄가 되풀이되고 있다. 방바닥에 배를 깔고 오징어를 씹으며 우울증의 정점으로 내려가보자. 아, 짜릿해라. 비 유형별 공략 만화
장맛비 도박이냐 토막비 식탁이냐 ▣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비의 유형별로 달라진다. 거침없이 비가 오는 날이라면 책을 읽는 사람 주위로 비의 장막이 쳐진다. 푹 빠질 수 있는 긴 만화가 좋겠다. ‘몰입’으로 치자면 후쿠모토 노부유키가 최고다. <도박묵시록 카이지>처럼 가위바위보, 주사위, 파친코 등 세상 가장 단순한 게임을 가지고 온갖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것도 좋고, <은과 금>처럼 금융계 큰손 밑에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도 좋고, <최강전설 쿠로사와>처럼 외로운 남자의 ‘인정 투쟁’도 좋다. (좀 극단적으로) 단순명쾌한 만화체는 몰입으로 가는 데 방해될지 모르는 요소들을 단칼에 베는 것 같다. 이렇게 힘든 여정을 겪어왔는데도 <…카이지>는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현재 39권까지 발간). 비가 드문드문 내리면 가끔씩 눈을 들어 밖을 볼 수 있는 단편만화가 좋겠다. <여자의 식탁>(시무라 시호토)은 여러 음식을 단서로 한 단편을 묶었다. 권마다 감정의 소모 없이 깔끔한 스토리가 10편가량 담겼다(달걀을 만지지도 못하던 동생이 일찍 결혼을 한 뒤 가장 잘 만들게 된 요리가 오믈렛이라는 것을 알게 된 언니 편을 읽고는 만화에 나오는 대로 오믈렛을 만들어보았다. 신기하게도 ‘호텔식 오믈렛’이 만들어졌다). 현재 2권까지 나왔다. ‘마른 장마’가 대부분인 장마철이라면 이원복 교수의 <와인의 세계, 세계의 와인2>를 틈틈이 보는 것이 좋겠다. 페이지별 노동량이 가장 높은 것 같은 밀도 높은 만화는 조금씩 냠냠 나눠가며 읽을 수 있다. ‘좋은 사람과 분위기 좋은 데서 마신 와인이 가장 맛있다’는 철학은 소박하지만 정보량은 엄청나다. 빗소리에 맞춰 읽다가 다음을 기약하고 잠들기도 좋다. 알딸딸하게. 비 영화 클래식
우산 아래 말간 얼굴 ▣ 김경욱 기자dash@hani.co.kr

늑대의 유혹
▶살인 장면에선 항상 비가 오지
▶비가 온다, 떠나자
▶방구석에서만 나올 수 있는 이 검박함
▶펜타포트 가면 장화를 신을 수 있대지
▶비를 먹는 건지 국수를 먹는 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