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논리에 따라 교토협약 사문화 위기… 지구생태계 위기로 내몰릴 수도
지난 4월13일 텍사스주 클로포드에 있는 한 농가의 물탱크에 3명의 그린피스 대원들이 올라갔다. 그들이 내건 현수막에는 “부시, 유독한 텍사스인. 지구환경을 결딴내지 말라”(Bush, the toxic texan. Don’t mess with the earth!)는 흥미로운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이날 부시 미 대통령은 자신의 목장을 방문하기 위해 이 지역을 찾았고, 그린피스 대원들은 기자단을 향해 이 현수막을 내걸어 최근 부시가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반환경적인 움직임에 대해 항의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집권 초기부터 부시 행정부는 대북한 강경정책, 정찰기 충돌사고 등에서 여러 가지 국제문제를 일으켰다. 게다가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지극히 퇴행적인 입장을 나타내면서 국내외 환경운동단체들에 심한 반발을 사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경제를 내세워 지구를 위협한다”
최근 <뉴욕타임스>에 실린 미국 내 여론조사에 따르면 환경문제에 관한 시민들의 지지율은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정책에 대한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안정된 에너지 공급을 위해 알래스카 야생생물 보호구역을 파헤쳐 석유를 채굴하려는 정책을 강행하는 점, 그리고 교토 기후협약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점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인이 부시가 환경문제를 우선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여긴다는 사실이다. 의 전화인터뷰 결과는 응답자 중 29%만이 환경보다 에너지가 우선이라고 답했고, 부시 대통령이 환경문제에 최우선 순위를 부여한다고 대답한 사람은 9%에 불과했으며 65%가 부시 대통령이 에너지 생산을 환경보다 더 중요시한다고 대답했다.
교토협약의 뿌리는 1992년 세계각국 지도자들이 브라질의 리우에 모여 합의한 기후변화협약(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에서 찾을 수 있다. 그 무렵 환경문제가 개별국가의 노력에 의해 해결될 수 없는 전 지구적 위기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세계 100여개국에서 모인 과학자와 정책담당자들은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았다. 이들은 인류의 무분별한 에너지 소비로 인한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효과가스(greenhouse-effect gas) 농도가 증가했다며, 더 늦기 전에 실질적인 대응책을 수립하기로 약속하면서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은 1994년에 발효되었고 지금까지 170여개국이 가입했으며 우리나라도 1993년 가입했다. 그뒤 1997년에 92년에 합의된 기후변화협약의 기본원칙에 근거해서 38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결정되었다. 이것이 바로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이다. 교토의정서 3조에 따르면 2008년에서 2012년까지 선진국은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효과가스의 전체 배출량을 1990년 수준보다 5%에서 7%까지 감축해야 한다. 구체적인 감축량은 국가에 따라 차별화되었고 유럽연합(EU) 8%, 미국 7%, 일본 6% 등이다. 교토의정서의 내용은 지금까지 에너지를 활용해서 공업화를 이룬 선진국들이 선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개발도상국의 사정을 배려하고 재정 및 기술적 지원을 한다는 기본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가령 교토 메커니즘에 포함된 청정개발체제(Clean Development Mechanism)가 그러한 예이다. 이것은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기술과 자본을 지원해서 온실효과가스의 배출을 줄이면 그 감축분을 자국의 감축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한 조치이다. 선진국은 경제성장률이 낮고 이미 고도 기술이 보급되어 있어서 온실효과 가스감축의 한계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탓이다. 따라서 개발도상국들은 감축의 직접적인 의무를 면제받으면서 선진국의 환경 관련 기술을 이전받을 수 있고, 선진국은 적은 비용으로 감축 의무를 이행할 수 있다. 그동안 교토의정서는 지구온난화와 기후이변을 줄이기 위한 장기적인 안목에서 합리적으로 수립된 국제협약으로 평가받아왔다. 그러나 이 협약의 실행 여부를 좌지우지하는 미국이 부시 행정부의 출범 이래 실질적으로 협약 거부의 움직임을 보이면서 교토의정서가 현실화될 수 있을지에 대해 상당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가장 꺼려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하나는 교토협약에서 상당기간 개발도상국들이 직접적인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기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경제적으로 갈수록 비중이 높아지는 개발도상국들이 협약의 구속을 받지 않고 경제활동을 계속한다는 속내가 깔려 있다. 반면 선진국들에만 강도높은 규제가 지워진다면 향후 미국의 위치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에 대한 규제가 이루어질 경우,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고 결과적으로 미국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백악관은 여러 가지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실제로 부시의 입장은 ‘교토의정서 거부’이며, 그에 대한 대안은 아직까지 ‘무대책이 대책’이라고 보고 있다. 왜냐하면 부시 행정부가 제기한 두 가지 핵심적인 불만은 모두 교토의정서가 출발한 근본원칙과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시쪽은 의정서 5조에 규정된 온실가스 추정을 위한 기관인 기후변화협약 정부간 패널(IPCC)이 제기한 지구온난화에 대한 과학적 근거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또한 기후협약 시범사업과 관련된 예산은 미 의회 차원에서 집행 보류되고 있는 상태이다.
과학논쟁이 아닌 힘겨루기로 치달아
현재 지구온난화가 온실효과가스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지구의 장기적 기후 패턴에 의한 것인지, 그도 아니면 다른 어떤 원인에 의한 것인지를 둘러싸고 지금도 많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부시 행정부의 문제제기가 과학적 근거에 대한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효과가스의 배출이 환경에 해로우며 제한을 가해야 한다는 데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에 실린 한 독자투고는 부시가 대통령 선거전에서 내걸었던 ‘강제적인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 공약이 보수적인 공화당원들과 기업가 집단의 압력에 밀려 휴짓조각이 되었다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따라서 힘의 우위를 기초로 한 부시 행정부의 밀어붙이기 외교정책이 전 지구적 위기 극복을 위해 170여개국이 합의한 환경협약에까지 적용될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두고볼 일이다. 그러나 만약 교토의정서가 미국에 의해 사망선고를 받게 된다면, 그것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인류뿐 아니라 지구생태계 전체가 위기로 내몰리는 엄청난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김동광/ 과학평론가·과학세대 대표


사진/ 부시 대통령의 환경정책에 항의하는 메시지를 담은 현수막을 내걸고 있는 그린피스 대원들.
교토협약의 뿌리는 1992년 세계각국 지도자들이 브라질의 리우에 모여 합의한 기후변화협약(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에서 찾을 수 있다. 그 무렵 환경문제가 개별국가의 노력에 의해 해결될 수 없는 전 지구적 위기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세계 100여개국에서 모인 과학자와 정책담당자들은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았다. 이들은 인류의 무분별한 에너지 소비로 인한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효과가스(greenhouse-effect gas) 농도가 증가했다며, 더 늦기 전에 실질적인 대응책을 수립하기로 약속하면서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은 1994년에 발효되었고 지금까지 170여개국이 가입했으며 우리나라도 1993년 가입했다. 그뒤 1997년에 92년에 합의된 기후변화협약의 기본원칙에 근거해서 38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결정되었다. 이것이 바로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이다. 교토의정서 3조에 따르면 2008년에서 2012년까지 선진국은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효과가스의 전체 배출량을 1990년 수준보다 5%에서 7%까지 감축해야 한다. 구체적인 감축량은 국가에 따라 차별화되었고 유럽연합(EU) 8%, 미국 7%, 일본 6% 등이다. 교토의정서의 내용은 지금까지 에너지를 활용해서 공업화를 이룬 선진국들이 선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개발도상국의 사정을 배려하고 재정 및 기술적 지원을 한다는 기본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사진/ 지난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했다. 이산화탄소 규제를 촉구하는 시민들.(SYGMA)

사진/ 온실가스에 의한 피해를 보여주는 퍼포먼스.(SYGM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