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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6월엔 손 씻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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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2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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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중독을 피하는 방법, 원인균 이해해 6~9월에 가려먹고 평소에 청결 유지

▣ 안병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저자

복사꽃이 떨어진다. 봄이 가고 있다는 표시다. 신록이 녹음으로 변하고 있다. 5월은 조용한 변화의 계절이다. 이맘때면 식품 소비자들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접근하는 것이 있다. 식탁의 불청객, ‘식중독’이다.

(사진/ 한겨레 김정효 기자)


식중독은 사뭇 어렵게 느껴진다. 결과만 있을 뿐, 원인이 보이지 않는다. 투명한 물체와 벌이는 게임인 듯싶다. 그래서 보통 운에 맡기는 경향이 강하다. 쉽게 말해, 재수가 나쁘면 걸리는 것이 식중독이란 식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을 따름이지 원인이 엄연히 존재한다. 그 원인을 둘러싼 상식만 제대로 갖추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우선 주로 출몰하는 시기다. 아킬레스건은 당연히 하절기. 우리나라의 최근 5년간 자료를 보면 연평균 46%(256건 가운데 119건)가 6~9월 사이에 발생했다. 하절기 발생만 막아도 식중독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는 힌트다.

또 모든 식품이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식중독과 유독 잘 내통하는 식품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복합조리 식품’이다. 김밥·도시락 등을 말한다. 그 뒤에 ‘육류 및 알가공품’과 ‘어패류 식품’이 있다. 식중독 발병의 71%(연간 5711명 가운데 4059명)가 이 세 유형의 식품 탓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중요한 것이 식중독 원인균에 대한 이해다.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미생물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죄다 블랙리스트에 올릴 필요는 없다. 악질균 몇 가지만 감시하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다행히 그 녀석들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정도다.

첫 번째가 ‘장염 비브리오균’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기승을 부리는 식중독균이다. 이 균은 염분이 있는 바닷물에서 왕성하게 증식한다는 특징이 있다. 회나 초밥처럼 어패류를 날로 먹을 때 경계해야 할 미생물이다. 두 번째는 ‘병원성 대장균’이다. 일반 대장균은 체내에서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개중에는 고약한 놈이 있어서 자못 심각하게 심술을 부린다. 대표적인 것이 저 유명한 ‘O157균’이다. 이 균은 전염성이 무척 강하고, 잠복 기간이 긴 점(3~5일)이 특징이다. 세 번째가 ‘살모넬라균’이다. 육류나 계란과 같은 동물성 식품에 주로 진을 치는 균이다. 증상으로 고열을 수반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네 번째는 ‘황색포도상구균’이다. 이 균은 상처가 나거나 곪은 부위를 좋아한다. 손에 반창고를 붙인 사람이 만든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유해성은 균이 만드는 독소에 의해 나타난다. 이 독소는 높은 온도로 가열해도 여간해서 분해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마지막이 ‘노로바이러스’다. 이 미생물은 생체 안에서 증식을 한다. 그래서 적은 균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동절기에도 곧잘 소란을 피운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옛 병법의 한 구절이 오늘날 식중독 대책에도 유용하다. 이 다섯 가지 미생물의 속성을 알고 대비하면 식중독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52%(256건 가운데 134건)의 식중독이 이 녀석들에 의해 자행됐다.

혹시 식중독을 식생활의 후진적인 일면이라고 생각하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그동안 식중독 발생이 계속 증가 경향을 보여왔다는 점, 일본의 경우 반세기 전에 비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 등이 반면교사다. 앞으로는 더욱 불리해질 것이다. 가속화하는 지구 온난화가 악질 균들을 더욱 부추길 테니 말이다.

식중독, 그것은 조금만 방심해도 꿈틀거리는 ‘식탁의 암세포’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예방법 한 가지. 손을 자주 씻는 일이다. 손만 잘 씻어도 식중독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귀띔이다. 바야흐로 식중독의 계절이다. 우선 손부터 씻자.

■ 단계별 식중독 예방 포인트

1. 식품을 구입할 때

신선한 것을 선택한다
육류나 생선은 수분이 새지 않도록 비닐봉지에 나누어 담는다
저온 보관이 필요한 식품은 가장 마지막에 구입한다

2. 가정에서 보관할 때

저온 보관 품목은 곧바로 냉장고에 넣는다
육류나 생선이 다른 식품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한다
냉장고의 냉장실은 10℃ 이하, 냉동실은 -15℃ 이하로 유지한다

3. 요리를 준비할 때

손을 깨끗이 씻는다
육류나 생선이 과일이나 샐러드 등에 접촉하지 않도록 한다
냉동품의 해동은 되도록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도록 한다
주방 기구들은 사용 뒤 잘 씻고 자주 일광소독한다

4. 요리할 때

가열조리는 식품 내부가 75℃에서 1분 이상 유지되도록 한다
샐러드나 나물을 무치기 전에는 손을 잘 씻는다
도중에 요리를 중지하는 경우에는 재료를 반드시 냉장고에 넣어둔다

5. 식사할 때

손을 깨끗이 씻는다
식기와 수저, 식탁의 청결 상태를 확인한다
찬 음식은 차게, 뜨거운 음식은 뜨겁게 먹는다
만든 지 오래된 음식은 되도록 가열해서 먹는다

6. 식사 후

남은 음식은 깨끗한 손으로 만진다
음식을 보관할 때는 깨끗한 용기에 되도록 적은 양씩 담는다
먹던 조리음식은 가열해 냉각한 뒤 보관한다
의심스러운 음식은 과감히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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