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음악기의 깊고 오묘한 세계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주는 <한국악기>
우리 악기에는 한민족 전통문화의 고갱이가 그대로 들어 있다. 우리 조상들의 음악 철학과 생활의 지혜, 자연재료를 다루는 기술, 그리고 디자인 감각이 모두 국악기에 녹아 있는 것이다. 조상들은 악기를 만들 때에도 온갖 정성을 다했다. 대금의 재료로는 속살이 찐 쌍골죽이 좋고, 피릿감으로는 바닷바람 맞고 자란 황죽이 최고이며, 같은 오동나무라도 석상에서 마디게 자란 것으로 골라썼을 만큼 까다로웠다. 그러면서도 일상에서 구하기 어려운 희귀한 재료나 인공적인 재료는 거의 쓰지 않았다. 주변에 흔한 식물성 재료를 골라 악기를 만들었고, 그래서 우리 국악기는 부드러우면서도 따듯한 음색을 지녔다. 그리고 국악기의 이런 특징은 사람의 감성에 호소하는 우리 전통음악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낳았다.
책값 12만원, 열화당은 용감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 국악기의 이런 멋과 맛을 제대로 아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서양문물이 들어온 지 1세기 만에 우리는 좋아하는 국악곡을 하나 꼽지 못하고, 국악기보다는 양악기 이름을 더 많이 댈 수 있을 만큼 국악기를 잊고 살고 있다. 국악기는 이제 생활 속에서 접하기조차 쉽지 않다. 우리것을 소홀히 여기는 이런 얕은 문화적 인식은 책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국악기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는 잘 지은 길잡이책 하나 없는 실정이다. 최근 열화당이 낸 <한국악기>는 이처럼 잊혀졌던 국악기의 깊고 오묘한 세계를 쉽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국악기 입문서다. 송혜진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교수가 글을 쓰고, 사진작가 강운구씨가 사진을 찍은 이 책은 미술과 우리 전통문화라는 두 가지 주제에만 천착해온 열화당이 창립 30주년을 맞아 국립국악원과 2년에 걸친 공동 작업으로 낸 노작이다. 현악기 9가지, 관악기 15가지, 타악기 36가지 등 우리 땅에서 만들어져 우리 음악의 현장에서 쓰이고 전해지는 예순 가지 국악기를 그야말로 집대성했다.
국악기란 비상업적인 소재, 430쪽이나 되는 분량, 12만원이란 책값만 놓고 본다면 이 책은 분명 ‘안 팔릴 책’이다. 그리고 전문서적의 경우 판매부수 500부를 넘기기 힘든 요즘 출판시장을 감안하면 정말 이런 책을 낸 것 자체가 용감해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이 지닌 값어치를 잘 음미해보면 12만원도 싸다고 느껴질 정도다. 자세한 해설, 방대한 관련자료, 화사하고 깨끗한 사진들이 풍성하게 곁들여져 있어 대강 훑어봐도 만든 이들의 수고로움을 금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판 의미와 가치 못잖은 이 책의 장점은 결코 어렵거나 딱딱하지 않게 국악기의 세계를 알려주는 쉽고 재미난 내용에 있다. 풍성한 의성어로 묘사된 멋들어진 옛글과 당시 사람들의 생활모습 등 구수한 이야기들이 술술 이어지기 때문에 읽다보면 국악기를 통해 우리 전통문화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진작가 강운구씨의 사진도 글 못지않게 이 책을 빛내주는 눈요깃거리다. 국악기 자체의 아름다움을 잘 포착한 강씨의 사진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우리 조상의 심미안과 전통미의 진면목을 오롯이 전해준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팬플루트와 비슷하게 생긴 전통악기 ‘소’(위).호랑이 모양의 독특한 악기 ‘어’. 아악을 연주할 때 음악이 끝나는 것을 알리는 타악기다(가운데).땅의 신인 사직에 제사지낼 때 쓰던 북 ‘영고’(아래).
그러나 지금 우리 국악기의 이런 멋과 맛을 제대로 아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서양문물이 들어온 지 1세기 만에 우리는 좋아하는 국악곡을 하나 꼽지 못하고, 국악기보다는 양악기 이름을 더 많이 댈 수 있을 만큼 국악기를 잊고 살고 있다. 국악기는 이제 생활 속에서 접하기조차 쉽지 않다. 우리것을 소홀히 여기는 이런 얕은 문화적 인식은 책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국악기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는 잘 지은 길잡이책 하나 없는 실정이다. 최근 열화당이 낸 <한국악기>는 이처럼 잊혀졌던 국악기의 깊고 오묘한 세계를 쉽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국악기 입문서다. 송혜진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교수가 글을 쓰고, 사진작가 강운구씨가 사진을 찍은 이 책은 미술과 우리 전통문화라는 두 가지 주제에만 천착해온 열화당이 창립 30주년을 맞아 국립국악원과 2년에 걸친 공동 작업으로 낸 노작이다. 현악기 9가지, 관악기 15가지, 타악기 36가지 등 우리 땅에서 만들어져 우리 음악의 현장에서 쓰이고 전해지는 예순 가지 국악기를 그야말로 집대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