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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역시 심심풀이엔 땅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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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0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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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자꾸 손이 가던 ‘쥐머리스낵’ 탈출하기, 자연식품의 힘이 ‘건강의 잭팟’을 터트리리

▣ 안병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지은이 baseahn@korea.com
▣ 사진·정수산 기자 jss49@hani.co.kr

‘일어탁수’(一魚濁水)라는 말이 있다. 물고기 한 마리가 온 물을 흐린다는 뜻이다. 요즘 스낵과자 시장이 꼭 그 꼴이다. 주인공이 생쥐란 점만 다를 뿐이다. 늘 묵묵했던 시장이 들끓기 시작한다. 분노와 야유가 난무한다. ‘생쥐깡’ ‘쥐우깡’ ‘쥐머리스낵’….

사실 최근의 이물질 사건이 아니더라도 스낵과자 시장엔 되도록 접근하지 않는 쪽이 좋았다. 어차피 물이 깨끗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무슨 문제일까. 유명 스낵과자들이 자랑하는 깊고 오묘한 맛을 보자. 그 정체는? 인공조미료와 향료의 작품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소비자는 첨가물의 마력에 열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식품의 당지수(glycemic index) 이론을 도입해보자. 보통 당지수가 높으면 나쁜 식품으로 분류한다. 혈당치를 급작스럽게 올리기 때문이다. 스낵과자의 경우는 어떤가. 유감스럽게도 전형적인 ‘고당지수 식품’이다. 조금만 먹어도 곧 식욕이 없어지는 것이 그래서다. 이런 식품을 흔히 ‘정크푸드’라 칭한다. 스낵과자는 대표적인 정크푸드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속담이 있다. 흙탕물도 일고 하니 이참에 떠나는 것이다. 연간 수천억 원에 이르는 스낵과자 시장을 말이다. 그것은 바로 첨가물을 떠나는 것이고 정크푸드를 떠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왠지 의지가 약해진다는 사실. 입이 심심할 때 어떡해야 할지. 생맥줏집에서 그냥 맥주만 마실 수도 없는 일이고.

그래서다. 대안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 목표는 심심풀이로 먹을 수 있는 것. 물론 ‘친건강적’이어야 한다. 아울러 쉽게 구할 수 있고, 맛도 어느 정도는 받쳐줘야 한다. 무엇이 있을까. 그렇다. 바로 땅콩이다. 너트류의 대표 아이콘, 땅콩을 떠올렸다면 스스로 전문가라고 자부해도 좋다.

이유는 땅콩을 알면 자명해진다. 땅콩에 돋보기를 들이대보자. 우선 풍부한 단백질원이란 점이 눈에 들어온다. 볶은 땅콩의 경우 양질의 천연 단백질이 20%를 훌쩍 넘는다. 지방산 조성은 어떤가. 유익한 불포화지방산이 80% 가까이 된다.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이 올레인산이다. 올레인산은 지중해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지방산이다. 땅콩의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풍부한 비타민과 미네랄에 있다. 비타민E, 엽산, 니아신, 셀레늄, 아연, 마그네슘, 인 등등. 여기에 폴리페놀과 같은 항산화제도 빼놓을 수 없는 ‘보석’이다.

다만 한 가지 반론이 있을 수 있다. 땅콩은 고지방 식품이라는 점. 그래서 경계해야 한다는 것. 일리 있는 지적이다. 절반 가까이가 지방으로 구성돼 있으니 말이다. 이 우려는 오랜 기간 너트류를 연구해온 미국 퍼듀대학 리처드 매티스 교수가 말끔히 해소해주고 있다.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땅콩 하면 비만을 떠올리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많은 연구가 그 연결 관계를 부정하고 있지요. 땅콩을 먹으면 오히려 중성지방과 나쁜 콜레스테롤이 감소하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른 여러 유익한 성분들이 불필요한 지방 흡수를 막아주기 때문이에요. 땅콩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을 줄여주는 식품입니다.”

이 말을 듣고 보면 시중의 일반 스낵과자에도 지방이 30% 안팎까지 들어 있다는 사실이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걸린다. 그 지방은 ‘상처받은 나쁜 지방’이다.

물론 좋다고 해도 극단적인 과잉 섭취는 경계해야 할 터다. 또 땅콩에 알레르기가 있는 이는 당연히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할 터다. 하지만 일반 식품 소비자는 거리낄 것이 없다. 홀가분하게 즐기시라. 땅콩을 가까이하는 마음속에는 농가에 대한 배려까지 들어 있다.

“손이 가요. 손이 가. 자꾸자꾸 손이 가.” 그것이 이젠 땅콩이면 좋겠다. 땅콩에는 자연식품의 힘이 숨어 있다. 그 힘은 당신의 몸에서 ‘건강의 잭팟’을 터뜨릴 것이다. 그냥 먹자. 심심풀이라도 좋다. 간단히 볶기만 해서 먹으면 된다. 혹시 밋밋해서 싫다면 살짝 조미를 해도 괜찮다. ‘조미 땅콩스낵’ 만드는 법을 참고해보자.

<조미 땅콩스낵 만드는 법>

1. 땅콩을 속껍질이 붙어 있는 상태로 볶는다.
2. 구수한 냄새가 올라오는 듯하면 불을 끈다.
3. 조청을 살짝 붓고 신속히 섞는다.
4. 비정제 설탕(단맛이 싫으면 천연염)을 적당량 뿌리고 신속히 섞는다.
5. 얇게 펴서 냉각시킨다.

* 주의점 : 신선한 땅콩일 것. 태우지 않도록 할 것. 조청은 가급적 적게 사용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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