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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반생태 먹을거리에 세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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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4-1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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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적 식생활 제안하는 실천적 주장… 환경 훼손하는 동물성 식품은 고세율 적용

사진/동물성 식품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쇠고기 1kg은 10만 ℓ의 물을 소모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이종찬 기자)
‘보츠와나 대초원 곳곳의 방대한 토지가 불모지로 변해가고 있다. 네덜란드 남부 자연보전지역의 특유식물인 헤더는 시들어간다. 무수한 희귀 생물체를 품고 있는 코스타리카의 삼림이 불길에 휩싸여 자취를 감춘다. 미국 도처에서는 지하수면이 낮아지고 있다.’ <지구환경 보고서>에 드러난 지구 생태계 훼손의 실상이다. 놀라운 사실은 이런 환경파괴가 모두 하나의 원인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바로 축산업에 의한 지구 환경의 변화 양상이다. 수천년 동안 인간의 의식주에 이바지한 가축이 집단적으로 사육되면서 이젠 지구환경을 훼손하고 있는 셈이다. 다른 생물체를 ‘식품’으로 취해 살아가는 인간의 식생활 과정에서 생태학적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가축 사육 과정에서 물·에너지 소비 많아

그런 의미에서 미국 코넬대학의 생태학자 데이비드 피멘틀 박사의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식품에 높은 세금을 징수하라”는 제안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만일 사람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큰 음식을 먹기로 결심하면 선택에 따른 환경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소시지나 햄 한 조각을 먹는다면 아질산나트륨이 섞인 가공육으로 저렴하게 뱃속을 채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소가 곡물을 먹으며 성장해 소시지를 만들기까지 환경을 훼손한 비용도 치러야 하는 것이다. 때론 미국산 가공육이라면 치명적인 식중독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식품 생산에 들어간 에너지와 환경의 요인을 판별하는 것은 간단하다. 우선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포유류의 고기와 가공제품 등 동물성 식품이 중과세 대상으로 꼽힌다. 이에 비해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지 않는 콩과 식물, 곡물, 야채와 과일 등 식물성 식품은 면세 대상으로 분류된다.


동물성 식품은 지구상의 수자원을 갉아먹게 마련이다. 피멘틀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1kg의 소고기가 식탁에 오르기 위해서는 7kg의 사료와 10만ℓ의 물을 소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의 먹이로 쓰이는 옥수수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많은 물이 들어가는 탓이다. 쇠고기 1kg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물로 같은 양의 단백질을 함유하는 곡물이나 야채를 100kg이나 얻을 수 있다. 곡물이 상대적으로 물이 훨씬 적게 들어가는 셈이다. 1kg의 곡물을 생산하는데 콩의 경우 2천ℓ의 물이 필요했으며 쌀은 1912ℓ, 밀은 900ℓ, 감자는 500ℓ가 소비될 뿐이었다. 동물성 식품은 가축사육장에서 식탁에 오를 때까지의 생산과정에서 에너지 효율도 낮은 편이다. 쇠고기의 경우 에너지 투입량과 단백질 생산량의 비율이 54:1이다. 비슷한 동물성 식품인 양고기는 50:1, 달걀은 26:1, 돼지고기는 17:1 등이었다.

가축들은 토양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전세계 땅의 25%가 가축들에게 곡물과 사료를 공급하는 경작지로 쓰인다. 세계적으로 생산하는 곡물의 38%는 사람들을 거치지 않고 가축의 먹이가 된다. 햄버거 하나에 들어가는 쇠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1.5평의 숲이 벌거숭이 신세로 전락한다. 소 한 마리가 1년 동안 먹어치우는 식물이 무려 5000kg이다. 이렇게 식물이 짓밟이고 사라지면 땅이 갈수록 약해진다. 당연히 바람과 물에 쉽게 침식당할 수밖에 없다. 사료용 곡물이 생산되는 토양에서 일어나는 연간 토양 침식량이 연간 헥타아르당 약 13t에 이른다. 12억여 마리의 소를 비롯해 돼지, 양, 염소 등의 가축 40억 마리가 지구를 뒤덮고 있다. 그런 식으로 사막화의 위기에 놓여 있는 면적이 전세계 땅의 29%나 된다.

산업화된 축산은 온실가스를 방출하는 오염원 구실을 한다. 목축지를 만들기 위해 삼림을 불태우는 과정에서 방대한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공기중으로 방출한다. 한 통계에 따르면 사료로 기른 1kg의 쇠고기를 생산하는 데 2갤런(약 3.8ℓ)의 화석연료가 소모된다고 한다. 게다가 소들이 먹는 사료용 곡물을 생산할 때 이용하는 석유화학 비료는 질소 산화물을 뿜어낸다.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가축이 생산량에 비해 과도하게 자원을 소비하고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까닭에 피멘틀 박사는 “미국에서 가축의 먹이를 완전히 풀로 바꾸면 1억3천만t의 곡물이 절약되어 4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굶주림에서 벗어난다”며 생태적인 목축업을 권장하기도 했다.

동물성 식품이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은 이루 헤아리기 힘들 정도이다. 그렇다고 영양학적 측면에서 효용성이 높은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물성 식품을 선호한다. 동물성 식품의 단백질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의 결과이다.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으면 어린이의 성장에 지장을 받는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심지어 어른은 근력이 없어지고 빈혈이나 저혈압, 어지럼증이 생긴다는 식의 오해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단백질은 인체에서 소모되는 성분이 아니라 재생되는 성분이다. 필요한 만큼만 섭취하면 그만이다. 만일 간이나 콩팥의 기능이 떨어져 단백질 성분이 적절히 배설되지 않으면 생명에 치명적인 위협을 받기도 한다. 대두 단백질이 쇠고기 단백질보다 질이 낮지도 않다.

동물성 식품이 세포의 구성성분으로 필수적인 구실을 하는 단백질을 공급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람은 다른 동물에 비해 세포의 수가 증가하는 속도가 휠씬 느리다. 예컨대 송아지의 성장 속도는 어린이의 약 3배에 이른다. 송아지가 먹는 우유에 모유의 3배나 되는 단백질이 들어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의 경우 일생에서 가장 성장속도가 빠른 첫돌이 될 때까지 1년 동안은 세포를 만드는 재료인 단백질을 충분히 공급하는 게 좋다. 하지만 성장이 멈춘 성인이 동물성 식품을 통해 단백질을 다량 섭취하는 것은 되레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건강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 콜레스테롤이 과다하면 동맥의 벽에 기름 찌꺼기를 형성해 동맥경화증을 일으키고 고혈압, 허혈성 심장병(협심증, 심근경색증), 뇌혈관 질환(중풍), 혈관성 치매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사진/식물성 식품으로도 인체에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다. 야채와 과일만으로 식단을 구성해 판매하는 음식점.(박승화 기자)
그렇다면 식물성 식품만으로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을까. 인체에 단백질이 필수적인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식물성 식품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보충할 수 있다. 필요한 만큼만 섭취하는 게 인체 영양소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도 이롭다. 달걀, 우유 등은 ‘완전식품’이라 불린다. 식물성 식품에서보다 필수 아미노산의 양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탓이다. 하지만 양이 많다는 게 인체에 이롭다는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식물성 식품에 들어 있는 필수 아미노산이 동물성 식품보다 적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사람의 필요량에는 모자랄 정도는 아니다. 단백질의 흡수율도 동물성 단백질(97%)이 식물성 단백질(78∼85%)보다 높지만 그 수치가 이로움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오히려 높은 흡수율은 잔류성 물질을 몸에 축적하는 ‘생물농축’으로 인해 다이옥신을 비롯한 환경호르몬이나 수은, 카드뮴 등 중금속에 오염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있다.

동물성 식품은 인체에도 악영향 많아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동물성 식품에 높은 세금을 매기자는 제안이 당장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아직 환경적 비용을 심각하게 느끼기 힘든 탓이다. 하지만 이미 시행중인 비슷한 세금이 있기에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유럽에서는 에너지를 사용해 환경을 훼손하는 것을 막기 위해 탄소세 같은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미국의 몇몇 주에서는 살충제를 사용하려면 환경세를 따로 내야 한다. 이런 실정에서 환경에 해를 끼치는 음식물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도 비슷한 흐름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 낙농업자협회는 피멘틀의 제안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들은 쇠고기 1배럴(31.5갤런)을 생산하는 데 물 5700ℓ를 사용할 뿐이라고 말한다. 생태학적 식생활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사람들은 광우병이라는 먹을거리 재앙을 목격하고 광돈병(狂豚病)이나 광계병(狂鷄病)의 공포에 휩싸여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 도움말 주신분

장택희/ <살림의 논리>(녹색평론사 펴냄) 지은이
황성수/ 대구의료원 신경외과 과장

김수병 기자 soo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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