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병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지은이 baseahn@korea.com
식품 유해물질 가운데 가장 해로운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몰상식하다고 손가락질받을 질문인지 모르겠다. 전문가에 따라 정답이 수십 가지는 될 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범위를 좁혀 지방 연구가에게 묻는다면 대답이 한 가지로 모아질 가능성이 크다. 저 유명한 ‘트랜스지방산’이 있으니까.
트랜스지방산이 겁나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유해성이 은근하고 집요하다는 데에 있다. 처음엔 먹어도 도무지 표시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마음 놓고 먹게 된다. 하지만 먼 훗날 이 고약한 물질은 반드시 어떤 나쁜 결과물을 내놓는다. 심장병, 뇌졸중, 당뇨병, 암 따위의 치명적인 질병이 그것. 이 물질에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명이 따라붙은 것이 그래서다.
다행스럽게도 요즘 소비자들은 즐겨먹는 식품의 트랜스지방산 함량을 알 수 있게 됐다. 지난해 12월부터 주요 가공식품에 그 양을 직접 표기하기로 해서다. 한 달 뒤인 올 1월부터는 유제품들도 이 대열에 참여했다. 그럼 표시된 양은 어느 정도일까. 굳이 볼 필요도 없을 듯하다. 십중팔구는 ‘트랜스지방 0g’이라는 푯말을 들고 있으니 말이다. 마치 “트랜스지방 걱정일랑 꼭 붙들어매세요”라고 속삭이는 듯. 그런데….
“1회 섭취량당 트랜스지방이 0.2g 미만인 경우는 ‘0g’이라고 표시할 수 있다.” 트랜스지방산 함량표시제를 규정하는 식품위생법의 핵심 구절이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0g’이라고 해서 트랜스지방이 전혀 없다는 뜻이 아니질 않은가. 그렇다. 0g이란 0.15g일 수도, 0.19g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1회 섭취량’이라는 단서도 고약하다. 가공식품의 경우 한 포장에 1회 섭취량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많게는 수십 회 섭취량까지 들어 있을 수 있다. 이런 식품 한 봉지를 먹으면 적지 않은 양의 트랜스지방을 섭취하는 것이다. 물론 ‘트랜스지방 0g’이라는 깃발이 펄럭이고 있지만 말이다. 트랜스지방산은 유지를 정제하거나 경화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트랜스지방 성토장을 보면 쇼트닝이나 마가린 같은 인공경화유가 늘 종아리를 걷고 있는 이유다. 그런데 최근 이 경화유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트랜스지방산이 거의 없는, 있더라도 조금밖에 없는 ‘신종 경화유’가 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경화유라 하더라도 이런 유지를 사용한 식품은 트랜스지방 ‘완전 제로’ 달성이 가능할 터. 그렇다면 이런 식품은 마음 놓고 먹어도 될까. 결론부터 말해보자. ‘아니오’다. 미국 브랜다이스대학 K. C. 헤이즈 교수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트랜스지방산을 줄인 경화유는 주로 ‘에스테르교환반응’으로 만듭니다. 기존의 ‘수소첨가반응’과는 다른 방법이죠. 이렇게 만든 신종 경화유는 분자구조가 다릅니다. 미세하게 틀어져 있어요. 그래서 인체가 정상적으로 대사시키지 못합니다. 트랜스지방산이 없다 하더라도 이런 유지는 먹지 않는 게 좋아요. 당 대사를 교란시킨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해로운 것으로 확인됐거든요.” 트랜스지방산을 줄인 것은 큰 성과다. 그러나 아직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다. ‘제2의 트랜스지방산’이 꿈틀대고 있어서다. 가장 좋은 것은 ‘인위적으로 만든 경화유는 먹지 않는 것’이다. 정제가공유지, 쇼트닝, 마가린, 경화유 등의 표기가 보이는 식품은 장바구니에서 과감히 빼내자.

(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1회 섭취량당 트랜스지방이 0.2g 미만인 경우는 ‘0g’이라고 표시할 수 있다.” 트랜스지방산 함량표시제를 규정하는 식품위생법의 핵심 구절이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0g’이라고 해서 트랜스지방이 전혀 없다는 뜻이 아니질 않은가. 그렇다. 0g이란 0.15g일 수도, 0.19g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1회 섭취량’이라는 단서도 고약하다. 가공식품의 경우 한 포장에 1회 섭취량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많게는 수십 회 섭취량까지 들어 있을 수 있다. 이런 식품 한 봉지를 먹으면 적지 않은 양의 트랜스지방을 섭취하는 것이다. 물론 ‘트랜스지방 0g’이라는 깃발이 펄럭이고 있지만 말이다. 트랜스지방산은 유지를 정제하거나 경화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트랜스지방 성토장을 보면 쇼트닝이나 마가린 같은 인공경화유가 늘 종아리를 걷고 있는 이유다. 그런데 최근 이 경화유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트랜스지방산이 거의 없는, 있더라도 조금밖에 없는 ‘신종 경화유’가 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경화유라 하더라도 이런 유지를 사용한 식품은 트랜스지방 ‘완전 제로’ 달성이 가능할 터. 그렇다면 이런 식품은 마음 놓고 먹어도 될까. 결론부터 말해보자. ‘아니오’다. 미국 브랜다이스대학 K. C. 헤이즈 교수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트랜스지방산을 줄인 경화유는 주로 ‘에스테르교환반응’으로 만듭니다. 기존의 ‘수소첨가반응’과는 다른 방법이죠. 이렇게 만든 신종 경화유는 분자구조가 다릅니다. 미세하게 틀어져 있어요. 그래서 인체가 정상적으로 대사시키지 못합니다. 트랜스지방산이 없다 하더라도 이런 유지는 먹지 않는 게 좋아요. 당 대사를 교란시킨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해로운 것으로 확인됐거든요.” 트랜스지방산을 줄인 것은 큰 성과다. 그러나 아직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다. ‘제2의 트랜스지방산’이 꿈틀대고 있어서다. 가장 좋은 것은 ‘인위적으로 만든 경화유는 먹지 않는 것’이다. 정제가공유지, 쇼트닝, 마가린, 경화유 등의 표기가 보이는 식품은 장바구니에서 과감히 빼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