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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농약만두’는 남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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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2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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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병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지은이 baseahn@korea.com

실수일까, 고의일까. 섞인 것일까, 넣은 것일까. 우리가 긴 설 연휴를 즐기고 있을 때, 이웃 나라 일본의 보건당국은 난해한 ‘퍼즐’을 놓고 씨름해야 했다. 퍼즐 출제자는 중국의 한 만두 회사. 최근 일본 열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농약만두’ 사건을 두고 하는 말이다. 검출된 농약의 출처를 알아야 책임을 묻고 재발을 막을 수 있을 텐데, 그것이 아직 묘연하다.

(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일단 농약 성분의 정체는 밝혀진 것으로 보인다. ‘메타미도포스’라는 물질이 먼저 검출됐고, 며칠 뒤에 ‘디클로르보스’라는 물질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두 물질은 이름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탄소와 수소를 뼈대로 하는 분자 구조 안에 인(燐)이 들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화학자들은 이런 물질을 ‘유기인계 화합물’이라 부른다. 재미있는 것은 이 계열의 화합물들이 대개 강력한 독성을 갖는다는 점이다. 이 사실을 일찍 간파한 독일의 화학회사 바이엘은 이 물질로 살충제를 만들어 큰돈을 벌었다.

문제는 유기인계 화합물의 독성이 벌레만 노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인체에도 마찬가지로 해롭다. 불필요한 신경전달물질을 제거하는 효소를 불활성화함으로써 ‘신경독’을 야기한다. 이 독성은 워낙 강해 어린아이의 경우 0.5g 정도만 먹어도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이런 겁나는 물질이 주식처럼 먹는 만두에 들어 있다니!


경위야 어떻든 간에 이번 일본의 중국산 농약만두 사건은 우리에게 하나의 큰 물음표를 던져준다. 일본은 어떤 나라인가. 식품 검사에 관한 한 자타가 인정하는 선진국 아닌가. 수입식품의 경우 ‘생산지에서 검역을 끝낸다’는 체제가 오래전에 확립됐다고 해서 우리의 부러움을 산 적이 있다. 그런 나라라면 이번 사건 정도는 사전에 너끈히 막아야 하는 것 아닐까. 농약 성분이 기준보다 많게는 400배나 초과했다는 사실, 더욱이 포장지 겉 부분에까지 농약이 묻어 있었다는 사실 등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일본에서 유통되는 수입식품들 말이죠, 90% 이상이 검역 없이 통관된다고 봐야 해요. 표본검사에 의존하기 때문이죠. 또 나중에 불합격품이 있었다는 걸 알아도 회수하기가 사실 어렵습니다. 이미 시장에서 팔려버린 뒤거든요.” 일본의 식품 저널리스트 시나 레의 설명이다. 식품 안전이란 국가기관에 맡길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결국 책임자는 자기 자신일 수밖에 없다.

이번 만두 사건은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언제든 이런 유형의 황당한 식품이 상륙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중국산 식품 수입 규모가 우리 돈으로 연간 10조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약 4조원 규모다. 인구를 감안하면 1인당 소비량이 얼추 비슷하지 않은가. 물론 중국산 식품에만 재갈을 물릴 수는 없겠지만.

30년 전까지만 해도 만두는 식문화의 상징이었다. 집집마다 만두를 직접 빚어 서로 나눠먹곤 했다. 그것이 만두를 즐기는 올바른 방법이다. 정 만두를 사먹어야 할 입장이라면 믿을 만한 업체의 제품을 선택하자. 다행히 우리 주변에는 신뢰할 수 있는 식품 유통 조직이 꽤 있다. 웰빙 시대란 ‘자기 건강은 자기가 책임져야 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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