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의 사랑이 셰익스피어 시대와 달라졌다면 그 가장 큰 공로는 전화기
▣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사랑하는 연인들에게 전화는 필수품이다. 극장이 없었다면 그들의 데이트가 길을 잃었을 것이 뻔하듯, 전화가 없다면 그들의 밤은 길고 지루했을 것이다. 하루라도 전화 통화가 안 되면 얼마나 애가 끓고 가슴을 졸이게 되던가! (물론 연애 초기에만 그렇지만.) 세상의 모든 연인들은 전화기를 발명한 그레이엄 벨에게 경의를 표해야 한다.
연인이여, 벨에게 경의를 그럼에도 ‘사랑과 전화’를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흥미롭게도 아직 우리는 연애에서 전화기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사랑과 전화’ 하면 제일 먼저 연상되는 것은 ‘러브콜’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좀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유혹할 때 흔히들 쓰는 표현 말이다. 때론 러브콜이 백화점이나 명품숍에서 주요 고객들을 상대로 벌이는 편법 세일을 일컫기도 한다. 백화점에서는 흔히 바겐세일을 하기 전에 미리 단골 고객들에게 연락해 세일가로 물품을 구매하도록 한 뒤, 대금 결제는 세일 기간에 판매한 것처럼 편법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가리켜 러브콜이라고 한다. 그러나 미국에선 러브콜을 이런 식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다. 미국 사람들에게 러브콜이라고 하면, 흔히 쓰는 표현은 아니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온 전화’라는 뜻에 좀더 가깝다. 이상은의 간절한 목소리가 인상적인 <사랑해 사랑해>의 노랫말처럼 “오늘처럼 따사로운 아침엔/ 너의 목소리 들려오는 전화기에 대고/ 사랑해 사랑해 얘기하고 싶어”, 이런 게 러브콜인 것이다. 20세기 중반 미국의 심리학자들이 연인들을 대상으로 대규모로 수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랑이 이뤄지려면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워야 한다. 1932년 보사드와 그의 연구 동료들이 필라델피아에 사는 결혼한 남녀 5천명에게 결혼 상대가 얼마나 가까운 곳에 살고 있었는지 물어봤더니,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이 같은 건물에 살고 있었다는 대답이 12%, 다섯 블록(반경 약 3km) 이내에 살고 있었다는 대답이 무려 33%에 달했다. 1952년 클라크와 그의 동료들이 431쌍의 결혼한 남녀를 인터뷰한 연구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34%가 다섯 블록 이내에 살고 있었고, 54%가 16블록 이내에 살고 있었다. 사회심리학 분야의 대가인 레온 페스팅거의 연구는 더욱 흥미롭다. 그가 매사추세츠공대(MIT)에 재직하고 있을 당시, MIT 학부 기숙사에 살고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우관계를 조사해봤다. 그랬더니 같은 기숙사 안에서도 서로 가까운 방을 쓰고 있는 학생들끼리 친했으며,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우편함이나 계단 근처에 있는 방을 쓰는 학생들의 교우관계가 훨씬 폭넓었다. 다시 말해 물리적 거리가 가깝고 자주 얼굴을 볼수록 사랑에 빠지거나 친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왜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을수록 사랑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질까? 이들 연구 결과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여러분도 충분히 예상했듯이, 과학자는 이를 ‘반복 노출 효과’로 설명한다. 사람들은 자주 마주치고 얼굴을 여러 번 볼수록 그들에게 호감을 느낀다. 피험자들에게 여러 사람의 사진을 보여주는 심리학 실험에서도 반복 노출된 사진에 대해 호감도는 크게 증가했다. 수업에서 자주 얼굴을 마주쳤다는 이유만으로 그에게 좋은 인상을 갖게 되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2분간 그저 눈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호감도는 크게 증가했다. 반복 노출을 통해 상대가 내게 안전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무의식적으로 자리잡게 되어 상대적인 호감도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물론 인상이 좋지 않은 사람의 경우 반복 노출은 오히려 비호감 정도가 더욱 강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시 말해 반복 노출 효과도 사람 나름이라는 얘기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지더라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속담도 ‘실제로 그런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지기도 했다. 직장이나 학교가 멀리 떨어지게 되거나 군대에 입대하는 등 사회적 변수로 인해 연인들의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질수록 하나같이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말한다. 시간이 갈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해졌다. (군대 3년 동안 고무신을 거꾸로 신게 된 커플이 많은 걸로 보아, 이런 효과는 3년 이내에 강하게 증폭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 수 있다. 이제 복무 기간이 2년으로 줄었으니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특히나 교통수단이 거의 발달하지 않고 전화가 대중화되기 전에는 멀리 떨어진 남녀가 만나는 일조차 불가능했다. 1900년대에 들어서기 전에는 이웃 마을을 벗어난 남녀가 사랑에 빠지거나 결혼을 하는 경우는 전세계적으로 매우 드물었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자동차와 기차가 등장하고 전화가 일반적으로 사용되면서 사랑의 반경은 매우 넓어졌다. 여전히 같은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끼리 사랑에 빠지고 그것을 지속할 확률이 높긴 하지만, 멀리 떨어져 지내던 남녀가 만나는 일도 빈번해졌고, 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멀리 떨어지게 되더라도 전화의 대중화는 그들의 사랑을 쉽게 갈라놓지 못한다. 미국에선 이렇게 멀리 떨어져 생활하는 커플을 ‘롱디’(long distant couple)라고 하는데, 자주 보고 싶고 만나기 힘들다는 어려움도 있지만 ‘늘 애틋해서 좋다’는 의견이 있을 정도로 전화는 그들 사랑의 필수품이 되었다. 스티비 원더의 노래처럼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라고 언제든지 외칠 수 있으니 말이다. 지금은 퇴물이 되어버린 공중전화 박스는 한때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던 ‘낭만적인 유리 공간’이기도 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이 수화기를 붙들고 깔깔거리며 밀어를 속삭이거나 울면서 작별을 고한 연인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떨리는 수화기를 들고 너를 사랑해/ 눈물을 흘리며 말해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야윈 두 손에 외로운 동전 두 개뿐”이라는 공일오비의 <텅 빈 거리에서> 노랫말에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휴대전화와 함께, 인터넷의 등장은 PC통신과 채팅을 통해 멀리 떨어져 있는 남녀를 만나게 해주고 다른 커플 못지않게 자주 대화하도록 연결해주는 ‘사랑의 결정타’이다. 커플요금제를 사용해 밤새 휴대전화가 뜨거워지고 배터리가 다 닳도록 통화를 하는 연인들은 이동통신사들의 주요 고객 중 하나다. 그 단적인 예가 첫눈 오는 날의 통신두절 사태다. 첫눈이 오는 날 연인들은 일제히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데, 1시간에 무려 2천만 통이 송수신된다고 한다. 그로 인해 통신망에 과부하가 걸려 통신이 두절되는 것이다. 1997년 영화 <접속>이 PC통신을 통한 사랑을 이야기한 지 10년 만에, 사랑하는 연인들의 연애편지는 공중전화로 넘어가 호출기와 인터넷을 거쳐 휴대전화와 인터넷 메신저로 그 형태를 바꾸어갔던 것이다. 인생의 마지막 5분은 공중전화 박스에서 114 안내원의 ‘사랑합니다, 고객님’이 아니더라도, 전화는 이미 사랑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연애 필수품’이 되었다. 요즘엔 문자만이 아니라 이미지도 보낼 수 있으니, 휴대전화는 ‘보고 싶은’ 마음을 더욱 절절히 전할 수 있는 연인들의 눈과 귀가 된 것이다. 만약 로미오와 줄리엣이 휴대전화를 사용했더라면 그런 비극적인 파국을 맞이했을까? 만약 현대인들의 사랑이 셰익스피어 시대의 사랑과 크게 달라졌다면 그 가장 큰 공로는 전화기에 돌아가야 할 것이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인 크리스토퍼 몰리는 한 에세이에서 이런 글을 남겼다. “만일 우리 인생이 단지 5분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안다면, 우리 모두는 공중전화 박스로 달려가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화할 것이다. 그러고는 더듬거리며 말할 것이다. 사랑한다고.” 오늘날 현대인들의 사랑은 전화선을 타고 흐른다. <이번호 주요기사> ▶너희가 물을 물로 보느냐
▶지붕선 미소가 울음으로 변했네
▶언론인, 이직의 ‘무매너’
▶‘기이한’ 나라 구경가볼까
▶“삼성은 삼지모를 배신했다”
▶힐러리는 제2의 줄리아니?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사랑하는 연인들에게 전화는 필수품이다. 극장이 없었다면 그들의 데이트가 길을 잃었을 것이 뻔하듯, 전화가 없다면 그들의 밤은 길고 지루했을 것이다. 하루라도 전화 통화가 안 되면 얼마나 애가 끓고 가슴을 졸이게 되던가! (물론 연애 초기에만 그렇지만.) 세상의 모든 연인들은 전화기를 발명한 그레이엄 벨에게 경의를 표해야 한다.

공중전화 박스는 한때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던 ‘낭만적 유리 공간’이었다. 폭설이 내리는 일본 삿포르 시내 공중전화 부스에서 한 시민이 전화를 걸고 있다.
연인이여, 벨에게 경의를 그럼에도 ‘사랑과 전화’를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흥미롭게도 아직 우리는 연애에서 전화기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사랑과 전화’ 하면 제일 먼저 연상되는 것은 ‘러브콜’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좀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유혹할 때 흔히들 쓰는 표현 말이다. 때론 러브콜이 백화점이나 명품숍에서 주요 고객들을 상대로 벌이는 편법 세일을 일컫기도 한다. 백화점에서는 흔히 바겐세일을 하기 전에 미리 단골 고객들에게 연락해 세일가로 물품을 구매하도록 한 뒤, 대금 결제는 세일 기간에 판매한 것처럼 편법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가리켜 러브콜이라고 한다. 그러나 미국에선 러브콜을 이런 식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다. 미국 사람들에게 러브콜이라고 하면, 흔히 쓰는 표현은 아니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온 전화’라는 뜻에 좀더 가깝다. 이상은의 간절한 목소리가 인상적인 <사랑해 사랑해>의 노랫말처럼 “오늘처럼 따사로운 아침엔/ 너의 목소리 들려오는 전화기에 대고/ 사랑해 사랑해 얘기하고 싶어”, 이런 게 러브콜인 것이다. 20세기 중반 미국의 심리학자들이 연인들을 대상으로 대규모로 수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랑이 이뤄지려면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워야 한다. 1932년 보사드와 그의 연구 동료들이 필라델피아에 사는 결혼한 남녀 5천명에게 결혼 상대가 얼마나 가까운 곳에 살고 있었는지 물어봤더니,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이 같은 건물에 살고 있었다는 대답이 12%, 다섯 블록(반경 약 3km) 이내에 살고 있었다는 대답이 무려 33%에 달했다. 1952년 클라크와 그의 동료들이 431쌍의 결혼한 남녀를 인터뷰한 연구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34%가 다섯 블록 이내에 살고 있었고, 54%가 16블록 이내에 살고 있었다. 사회심리학 분야의 대가인 레온 페스팅거의 연구는 더욱 흥미롭다. 그가 매사추세츠공대(MIT)에 재직하고 있을 당시, MIT 학부 기숙사에 살고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우관계를 조사해봤다. 그랬더니 같은 기숙사 안에서도 서로 가까운 방을 쓰고 있는 학생들끼리 친했으며,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우편함이나 계단 근처에 있는 방을 쓰는 학생들의 교우관계가 훨씬 폭넓었다. 다시 말해 물리적 거리가 가깝고 자주 얼굴을 볼수록 사랑에 빠지거나 친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왜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을수록 사랑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질까? 이들 연구 결과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여러분도 충분히 예상했듯이, 과학자는 이를 ‘반복 노출 효과’로 설명한다. 사람들은 자주 마주치고 얼굴을 여러 번 볼수록 그들에게 호감을 느낀다. 피험자들에게 여러 사람의 사진을 보여주는 심리학 실험에서도 반복 노출된 사진에 대해 호감도는 크게 증가했다. 수업에서 자주 얼굴을 마주쳤다는 이유만으로 그에게 좋은 인상을 갖게 되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2분간 그저 눈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호감도는 크게 증가했다. 반복 노출을 통해 상대가 내게 안전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무의식적으로 자리잡게 되어 상대적인 호감도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물론 인상이 좋지 않은 사람의 경우 반복 노출은 오히려 비호감 정도가 더욱 강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시 말해 반복 노출 효과도 사람 나름이라는 얘기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지더라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속담도 ‘실제로 그런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지기도 했다. 직장이나 학교가 멀리 떨어지게 되거나 군대에 입대하는 등 사회적 변수로 인해 연인들의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질수록 하나같이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말한다. 시간이 갈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해졌다. (군대 3년 동안 고무신을 거꾸로 신게 된 커플이 많은 걸로 보아, 이런 효과는 3년 이내에 강하게 증폭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 수 있다. 이제 복무 기간이 2년으로 줄었으니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특히나 교통수단이 거의 발달하지 않고 전화가 대중화되기 전에는 멀리 떨어진 남녀가 만나는 일조차 불가능했다. 1900년대에 들어서기 전에는 이웃 마을을 벗어난 남녀가 사랑에 빠지거나 결혼을 하는 경우는 전세계적으로 매우 드물었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자동차와 기차가 등장하고 전화가 일반적으로 사용되면서 사랑의 반경은 매우 넓어졌다. 여전히 같은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끼리 사랑에 빠지고 그것을 지속할 확률이 높긴 하지만, 멀리 떨어져 지내던 남녀가 만나는 일도 빈번해졌고, 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멀리 떨어지게 되더라도 전화의 대중화는 그들의 사랑을 쉽게 갈라놓지 못한다. 미국에선 이렇게 멀리 떨어져 생활하는 커플을 ‘롱디’(long distant couple)라고 하는데, 자주 보고 싶고 만나기 힘들다는 어려움도 있지만 ‘늘 애틋해서 좋다’는 의견이 있을 정도로 전화는 그들 사랑의 필수품이 되었다. 스티비 원더의 노래처럼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라고 언제든지 외칠 수 있으니 말이다. 지금은 퇴물이 되어버린 공중전화 박스는 한때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던 ‘낭만적인 유리 공간’이기도 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이 수화기를 붙들고 깔깔거리며 밀어를 속삭이거나 울면서 작별을 고한 연인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떨리는 수화기를 들고 너를 사랑해/ 눈물을 흘리며 말해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야윈 두 손에 외로운 동전 두 개뿐”이라는 공일오비의 <텅 빈 거리에서> 노랫말에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휴대전화와 함께, 인터넷의 등장은 PC통신과 채팅을 통해 멀리 떨어져 있는 남녀를 만나게 해주고 다른 커플 못지않게 자주 대화하도록 연결해주는 ‘사랑의 결정타’이다. 커플요금제를 사용해 밤새 휴대전화가 뜨거워지고 배터리가 다 닳도록 통화를 하는 연인들은 이동통신사들의 주요 고객 중 하나다. 그 단적인 예가 첫눈 오는 날의 통신두절 사태다. 첫눈이 오는 날 연인들은 일제히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데, 1시간에 무려 2천만 통이 송수신된다고 한다. 그로 인해 통신망에 과부하가 걸려 통신이 두절되는 것이다. 1997년 영화 <접속>이 PC통신을 통한 사랑을 이야기한 지 10년 만에, 사랑하는 연인들의 연애편지는 공중전화로 넘어가 호출기와 인터넷을 거쳐 휴대전화와 인터넷 메신저로 그 형태를 바꾸어갔던 것이다. 인생의 마지막 5분은 공중전화 박스에서 114 안내원의 ‘사랑합니다, 고객님’이 아니더라도, 전화는 이미 사랑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연애 필수품’이 되었다. 요즘엔 문자만이 아니라 이미지도 보낼 수 있으니, 휴대전화는 ‘보고 싶은’ 마음을 더욱 절절히 전할 수 있는 연인들의 눈과 귀가 된 것이다. 만약 로미오와 줄리엣이 휴대전화를 사용했더라면 그런 비극적인 파국을 맞이했을까? 만약 현대인들의 사랑이 셰익스피어 시대의 사랑과 크게 달라졌다면 그 가장 큰 공로는 전화기에 돌아가야 할 것이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인 크리스토퍼 몰리는 한 에세이에서 이런 글을 남겼다. “만일 우리 인생이 단지 5분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안다면, 우리 모두는 공중전화 박스로 달려가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화할 것이다. 그러고는 더듬거리며 말할 것이다. 사랑한다고.” 오늘날 현대인들의 사랑은 전화선을 타고 흐른다. <이번호 주요기사> ▶너희가 물을 물로 보느냐
▶지붕선 미소가 울음으로 변했네
▶언론인, 이직의 ‘무매너’
▶‘기이한’ 나라 구경가볼까
▶“삼성은 삼지모를 배신했다”
▶힐러리는 제2의 줄리아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