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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대중에게 잊혀진 여배우의 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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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2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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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 불러바드> ‘한 번의 시선으로’

▣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오페라의 유령> 이후 뮤지컬 제작자들은 괴기스런 캐릭터를 찾는 데 혈안이 됐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무대에서 경험하는 일상탈출은 뮤지컬 보는 재미를 새삼 일깨워줬기 때문이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선셋 불러바드>는 이색 캐릭터에 대한 작곡자의 고민을 느낄 수 있어 흥미로운 작품이다. 1950년 빌리 와일더 감독이 만든 동명 영화를 무대화했는데, 흑백 무성영화 시대에 전성기를 보냈던 여배우가 컬러 유성영화 시대를 맞아 대중의 기억에서 지워진 채 기괴한 말년을 보낸다는 내용이다. 비정상적인 애착과 혐오, 갈등과 애증이 교차하는 줄거리도 흥미진진하지만, 특히 중년의 여주인공 노마 데스몬드가 광기 어린 시선으로 부르는 노래 ‘한 번의 시선으로’(With One Look)는 묘한 연민을 느끼게 한다. “나의 시선 하나로 사람들은 울고 웃었고/ 평생을 찾아헤매던 운명의 여인을 만났다”는 노랫말은 무성영화 전성기에 대한 여주인공의 회한을 고스란히 담아내 진한 뒷맛을 남긴다. 광기 어린 비극을 좋아한다면 음반만이라도 꼭 들어보라 권하고픈 뮤지컬계의 명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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