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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태안과 식품 속의 ‘타르’ 걷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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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0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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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병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지은이 baseahn@korea.com

‘태안 앞바다에 타르 덩어리가 둥실’. 요즘 신문 지면에 가끔 등장하는 기사 제목이다. 원유 유출 사고가 빚은 바다의 절망감이 타르 덩어리에 묻어나온다. ‘타르’란 원유의 휘발 성분이 날아가고 남은 찌꺼기. 환경을 오염시키고 건강을 위협하는 물질이다. 그래서 이 물질은 일반인에겐 낯설다. 일상에서 그다지 접할 기회가 없다. 담배의 유해물질로나 더러 보고되는 정도일까.

(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하지만 이 타르라는 물질은 그동안 의외로 우리 주변 가까이에 있었다. 그것도 먹는 식품에 숨어서 말이다. 식용색소 황색 몇 호니, 청색 몇 호니 하는 게 바로 그것. 합성착색료로 통칭되는 이 색소를 업계에서는 ‘타르색소’라 부른다. 콜타르에 화학처리를 하여 만들기 때문이다. 값이 싸고 색깔 내기가 쉬워 이 색소는 그동안 인기리에 사용돼왔다.

“우리나라 타르색소의 역사는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식품위생법이 처음 공포된 1962년 당시, 19가지의 타르색소가 허가되어 있었지요. 그러나 지금은 9가지밖에 안 남았어요. 절반 이상이 쫓겨난 것이죠. 치명적인 유해성이 각각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 국내 타르색소 사용실태를 조사한 바 있던 시민환경연구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설명 속에 타르색소 관리의 난맥상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중요한 것은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9가지, 즉 ‘9인방’의 타르색소다. 어떨까. 그것들은 안전한 물질일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앞서 추방된 동료 색소들과 크게 다르지 않게 이미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다. 암, 갑상선·신장 종양, 알레르기, 구토, 호흡곤란, 과민반응, 어린이 과잉행동 가운데 최소한 한 가지 이상과 내통해 있다. 결국 남은 색소들도 언젠가는 쫓겨날 운명이란 이야기다.

이 9인방 중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 ‘적색2호’다. 이 색소는 1960년대부터 퇴출 명부에 올라 있었다. 동물실험 결과 암세포를 만들고 태아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한다는 사실이 일찍이 확인돼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긴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서양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쫓겨났는데 말이다. 가장 먼저 기소해야 할 색소다.

한편, 관심 있는 이라면 타르색소 이름 뒤에 ‘알루미늄레이크’ 꼬리가 붙은 표기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식용색소 녹색3호 알루미늄레이크’처럼 말이다. 이 색소는 일반 타르색소에 알루미늄을 결합시켜 만든다. 변색을 방지하고 기름에 잘 녹게 하기 위해서다. 이것은 타르색소의 유해성 외에 알루미늄 오염 문제가 추가된다.

모든 식품첨가물이 그러하듯 타르색소 역시 아이들에게 더욱 해롭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색소는 어린 학생들이 즐겨먹는 식품에서 더 자주 발견된다. 학교 주변의 정크푸드들, 저급 청량음료, 일부 육가공품, 수입식품 등이 그 예다. 이 색소는 사용량 제한이 없다는 사실도 큰 맹점이다. 얼마든지 많은 양을 사용해도 괜찮다.

연일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태안 앞바다로 모여든다. 타르 덩어리를 제거하기 위해서다. 이 일도 물론 시급하다. 하지만 식품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오는 타르색소의 퇴출도 그에 못지않게 시급하다. ‘청정의 나라’ 노르웨이는 이미 오래전에 타르색소 사용을 전면 금지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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