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물질 해독 유전자 삽입해 생태계 정화… 포플러 이용한 황사 중금속 제거 기대
중국에서 날아든 황사는 단순한 모래바람이 아니다. 황사는 구리와 아연, 망간 등 중금속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기온의 대류현상이 멈추면 중금속 물질들은 대기중에서 토양을 거쳐 수질까지 오염시킨다. 그렇게 광범위하게 깔린 중금속 물질을 한꺼번에 제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물 먹는 하마’처럼 대기나 토양에 있는 오염물질을 선별적으로 빨아들이는 장치로 오염물질을 제거하면 좋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생물학적 방법으로 오염원을 제거하는 기술이 환경을 정화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토양 미생물들 부분적으로 오염물질 제거
생물학적 환경 정화 방법이 오염된 물이나 토양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데 도입된 것은 1960년대부터이다. 이 시기에 독성물질을 분해할 수 있는 여러 토양 미생물이 발견되었다. 세균이나 곰팡이 등 미생물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제초제 살충제 냉각제 그리고 유기용매와 유기 화합물 등을 분해할 수 있다. 이 방법은 화학적 방법보다 저렴하게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어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방법이었다.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미생물은 대부분 슈도모나스(Pseudomonas) 속에 포함된 것으로 100개 이상의 독성물질을 분해할 수 있다. 이들 미생물로부터 합성된 분해효소들은 독성물질을 대부분 카테콜(catechol) 등으로 전환한 다음 연속 산화작용을 통해 분해한다.
하지만 미생물을 이용한 오염물질 제거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미생물은 화학적 성분이 복잡한 독성물질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고 하나의 요소만 분해하는 데 그치는 탓이다. 게다가 오염제거를 위해 사용하는 세균들은 흔히 토양에 있는 세균들과의 생존경쟁에서 살아 남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오염제거 미생물들을 활성화하기 위해 알코올이나 메탄 등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하면 또다른 독성물질을 간직한 세균이라는 문제가 있다. 미생물이 부분적으로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도 자체만으로 오염물질을 완전히 흡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셈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금속과 결합하는 세균을 이용해 중금속 오염을 처리하는 것이다. 많은 미생물들의 세포 표면에 중금속들이 달라붙지만 토양에서 중금속을 제거하기에는 결합력이 떨어진다. 그런데 유전자 조작을 통해 결합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컨대 생쥐의 카드뮴 결합 단백질이 발현하도록 세균을 조작해 중금속이 확실하게 달라붙도록 하는 식이다. 이처럼 각기 다른 ‘결합 단백질’을 가지고 있는 세균들을 사용한다면 여러 종류의 중금속을 제거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독성 폐기물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주목받는 게 식물을 이용한 생물학적 방법이다. 식물들은 독성 폐기물들을 제거하는 데 미생물만큼 효과적이지는 못하지만 열악한 환경에서도 상대적으로 잘 자라기에 효용성이 높은 편이다. 현재 납이나 카드뮴 같은 중금속이나 기름, 살충제 등 유기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데 여러 식물들을 이용하고 있다.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대표적인 식물로는 우라늄과 납을 흡수하는 해바라기, 방사능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유채씨, 비소(As)를 영양으로 빨아들이는 양치식물 등이 있다. 또한 고산초류는 아연을, 겨자는 납을, 클로버는 기름을, 포플러는 드라이클리닝 용재를 파괴 제거하는 데 쓰인다. 이런 식물은 개체의 생물학적 특성만으로 오염물질을 분해·제거하지만 유전자 조작이라는 단계를 거치게 되면 더욱 놀라운 기능을 발휘하게 된다. 유전자들 중에서 유용한 기능을 가진 것들을 모아 하나의 개체에 삽입해 ‘다기능 식물체’를 만드는 것이다. 식물들이 유전자 조작을 통해 오염해독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수많은 난관을 거쳐야 한다. 환경 오염을 정화하는 데 여러 가지 요소가 작용하는 탓이다. 그래서 유전자 조작된 식물은 중금속을 흡착하고 대기오염을 정화하는 유전자와 함께 염분, 한파, 건조 등 외부의 악조건에 내성을 가진 유전자를 동시에 주입받는다. 토양의 중금속이나 독성물질을 제거하는 유전자 조작 식물로 널리 알려진 게 담배이다. 유전자 조작 담배는 군사훈련지역이나 방위 산업체 등에서 부산물로 남기는 PETN, GTN 등 질소계 폭발물을 토양에서 효과적으로 제거한다. 담배의 유전체에는 질소계 폭발물 분해 효소가 포함된 미생물 유전자가 들어 있다. 이런 까닭에 일반 담배들은 질소계 폭발물이 조금이라도 있는 지역에서 자라지 못하지만, 유전자 조작 담배들은 악조건에서도 정상적으로 자라면서 폭발물질을 흡수한다. 유전자 조작 담배는 PETN, GTN 등보다 훨씬 널리 퍼져 있고 더 위험한 오염물질인 TNT 제거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도 유전자 조작 식물에 대한 연구가 임업연구원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다양한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유전자를 분리해 ‘운반 DNA’에 탑재해 우리나라에서 광범위하게 자라는 포플러나무에 삽입하려는 것이다. 현재 임업연구원 생물공학과 형질전환 실험실에서 알루미늄 내성 유전자, 대기오염을 정화하는 저항성 유전자를 개발했고 포항공대 중금속 실험실에서 구리 흡수 유전자, 납 저항성 유전자, 카드뮴 저항성 유전자를 개발해 이를 포플러에 삽입해 온실에서 재배하고 있다. 만일 온실에 있는 포플러들이 안정적으로 자라 야외 적응에 성공한다면 우리나라의 쓰레기 매립지, 폐광지 등 오염지대의 토양을 정화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또한 황사의 중금속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시원지인 중국 서북부 사막지대의 녹화사업에도 포플러를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자 조작 식물의 활약… 자연 정화도 주목 그동안 유전자 조작 식물이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데 걸림돌로 지적된 것은 해독 유전자를 삽입받은 식물이 자라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오염물질을 제거하기까지 수년씩 준비하는 경우도 있었다. 1년생 식물의 경우 해독 유전자를 삽입받더라도 교배를 통해 얻어진 종자를 다시 파종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교배 과정에서 유전자들이 분리되기에 다음 세대의 식물은 부모의 유전형질을 그대로 유지하기 힘들다. 그런데 포플러는 무성번식이 용이하고 안정적인 품종유지가 가능하다. 맹아 벌채를 이용해 10여년 동안 유전적 해독제를 수확할 수 있다. 성숙한 포플러의 경우 토양에 내리쬐는 태양광선을 차단하면서 뿌리가 넓고 깊게 뻗어서 각종 유기물을 끌어 모아 오염물질을 삼키는 토양 미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에 일거양득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유전자 조작 식물은 환경정화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오염해독제로 쓰이는 ‘슈퍼 트리’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모른다. 무엇보다 유독성 물질이 농축된 식물을 곤충이나 야생동물이 섭취하면 죽음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곤충의 경우 탁월한 후각기관을 이용해 독성물질을 품고 있는 식물을 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모든 곤충이 그렇지는 못하다. 게다가 오염된 식물체가 또다른 오염원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중금속 등을 저장할 수 있는 유전자 조작 식물을 개발하기보다는 자연의 힘으로 정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하천의 부영양화를 막기 위해 보리짚을 이용하고, 육지의 폐수가 흘러드는 바닷가 습지의 오염을 막기 위해 갈대를 대량으로 심는 식이다. 이제라도 첨단기법과 함께 자연의 힘을 빌려야만 지구 환경을 제대로 복원할 수 있을 것이다. 도움말 주신 분/ 임업연구원 생물공학과장 노은운 박사 김수병 기자 soob@hani.co.kr

사진/포플러는 뿌리를 통해 중금속을 흡수해 줄기와 입의 세포질에 오염물질을 보관한다. 임업원구원 온실에서 자라는 유전자 조작 포플러.

사진/중국 서북부서 날아오는 황사에는 온갖 중금속이 섞여 있다. 황사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얼굴을 가린 사람들.(AP연합)
하지만 미생물을 이용한 오염물질 제거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미생물은 화학적 성분이 복잡한 독성물질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고 하나의 요소만 분해하는 데 그치는 탓이다. 게다가 오염제거를 위해 사용하는 세균들은 흔히 토양에 있는 세균들과의 생존경쟁에서 살아 남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오염제거 미생물들을 활성화하기 위해 알코올이나 메탄 등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하면 또다른 독성물질을 간직한 세균이라는 문제가 있다. 미생물이 부분적으로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도 자체만으로 오염물질을 완전히 흡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셈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금속과 결합하는 세균을 이용해 중금속 오염을 처리하는 것이다. 많은 미생물들의 세포 표면에 중금속들이 달라붙지만 토양에서 중금속을 제거하기에는 결합력이 떨어진다. 그런데 유전자 조작을 통해 결합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컨대 생쥐의 카드뮴 결합 단백질이 발현하도록 세균을 조작해 중금속이 확실하게 달라붙도록 하는 식이다. 이처럼 각기 다른 ‘결합 단백질’을 가지고 있는 세균들을 사용한다면 여러 종류의 중금속을 제거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독성 폐기물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주목받는 게 식물을 이용한 생물학적 방법이다. 식물들은 독성 폐기물들을 제거하는 데 미생물만큼 효과적이지는 못하지만 열악한 환경에서도 상대적으로 잘 자라기에 효용성이 높은 편이다. 현재 납이나 카드뮴 같은 중금속이나 기름, 살충제 등 유기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데 여러 식물들을 이용하고 있다.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대표적인 식물로는 우라늄과 납을 흡수하는 해바라기, 방사능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유채씨, 비소(As)를 영양으로 빨아들이는 양치식물 등이 있다. 또한 고산초류는 아연을, 겨자는 납을, 클로버는 기름을, 포플러는 드라이클리닝 용재를 파괴 제거하는 데 쓰인다. 이런 식물은 개체의 생물학적 특성만으로 오염물질을 분해·제거하지만 유전자 조작이라는 단계를 거치게 되면 더욱 놀라운 기능을 발휘하게 된다. 유전자들 중에서 유용한 기능을 가진 것들을 모아 하나의 개체에 삽입해 ‘다기능 식물체’를 만드는 것이다. 식물들이 유전자 조작을 통해 오염해독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수많은 난관을 거쳐야 한다. 환경 오염을 정화하는 데 여러 가지 요소가 작용하는 탓이다. 그래서 유전자 조작된 식물은 중금속을 흡착하고 대기오염을 정화하는 유전자와 함께 염분, 한파, 건조 등 외부의 악조건에 내성을 가진 유전자를 동시에 주입받는다. 토양의 중금속이나 독성물질을 제거하는 유전자 조작 식물로 널리 알려진 게 담배이다. 유전자 조작 담배는 군사훈련지역이나 방위 산업체 등에서 부산물로 남기는 PETN, GTN 등 질소계 폭발물을 토양에서 효과적으로 제거한다. 담배의 유전체에는 질소계 폭발물 분해 효소가 포함된 미생물 유전자가 들어 있다. 이런 까닭에 일반 담배들은 질소계 폭발물이 조금이라도 있는 지역에서 자라지 못하지만, 유전자 조작 담배들은 악조건에서도 정상적으로 자라면서 폭발물질을 흡수한다. 유전자 조작 담배는 PETN, GTN 등보다 훨씬 널리 퍼져 있고 더 위험한 오염물질인 TNT 제거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도 유전자 조작 식물에 대한 연구가 임업연구원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다양한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유전자를 분리해 ‘운반 DNA’에 탑재해 우리나라에서 광범위하게 자라는 포플러나무에 삽입하려는 것이다. 현재 임업연구원 생물공학과 형질전환 실험실에서 알루미늄 내성 유전자, 대기오염을 정화하는 저항성 유전자를 개발했고 포항공대 중금속 실험실에서 구리 흡수 유전자, 납 저항성 유전자, 카드뮴 저항성 유전자를 개발해 이를 포플러에 삽입해 온실에서 재배하고 있다. 만일 온실에 있는 포플러들이 안정적으로 자라 야외 적응에 성공한다면 우리나라의 쓰레기 매립지, 폐광지 등 오염지대의 토양을 정화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또한 황사의 중금속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시원지인 중국 서북부 사막지대의 녹화사업에도 포플러를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자 조작 식물의 활약… 자연 정화도 주목 그동안 유전자 조작 식물이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데 걸림돌로 지적된 것은 해독 유전자를 삽입받은 식물이 자라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오염물질을 제거하기까지 수년씩 준비하는 경우도 있었다. 1년생 식물의 경우 해독 유전자를 삽입받더라도 교배를 통해 얻어진 종자를 다시 파종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교배 과정에서 유전자들이 분리되기에 다음 세대의 식물은 부모의 유전형질을 그대로 유지하기 힘들다. 그런데 포플러는 무성번식이 용이하고 안정적인 품종유지가 가능하다. 맹아 벌채를 이용해 10여년 동안 유전적 해독제를 수확할 수 있다. 성숙한 포플러의 경우 토양에 내리쬐는 태양광선을 차단하면서 뿌리가 넓고 깊게 뻗어서 각종 유기물을 끌어 모아 오염물질을 삼키는 토양 미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에 일거양득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유전자 조작 식물은 환경정화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오염해독제로 쓰이는 ‘슈퍼 트리’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모른다. 무엇보다 유독성 물질이 농축된 식물을 곤충이나 야생동물이 섭취하면 죽음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곤충의 경우 탁월한 후각기관을 이용해 독성물질을 품고 있는 식물을 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모든 곤충이 그렇지는 못하다. 게다가 오염된 식물체가 또다른 오염원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중금속 등을 저장할 수 있는 유전자 조작 식물을 개발하기보다는 자연의 힘으로 정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하천의 부영양화를 막기 위해 보리짚을 이용하고, 육지의 폐수가 흘러드는 바닷가 습지의 오염을 막기 위해 갈대를 대량으로 심는 식이다. 이제라도 첨단기법과 함께 자연의 힘을 빌려야만 지구 환경을 제대로 복원할 수 있을 것이다. 도움말 주신 분/ 임업연구원 생물공학과장 노은운 박사 김수병 기자 soob@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