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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고개 숙인 아저씨, 벗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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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1-0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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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몬티>의 ‘끝까지 가보자(Let it go)’

▣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끝까지 가보자’(Let it go)는 노랫말이 재미있는 무대가 있다. 코미디 뮤지컬 <풀 몬티>(Full Monty)다. 인건비 상승 등 수익 구조의 악화로 공장들이 문을 닫자 실직자가 된 ‘고개 숙인’ 남성들이 ‘돈 버는’ 기세등등한 여성들 앞에서 스트립쇼를 벌인다는 기상천외한 내용이다. 원작이 영화였던 이 작품의 제목 <풀 몬티>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모두 벗는 스트립쇼’를 뜻한다. 흥미로운 것은 주인공들이 결코 ‘착한’ 몸매가 아니라는 점이다. 맘씨 좋아 보이는 배불뚝이가 있는가 하면 머리 희끗희끗한 중년 신사, 심지어 구멍 난 양말의 흑인 아저씨도 있다. 3차산업의 성장으로 여성들은 새로운 경제주체로 급부상한 반면, 2차산업의 몰락으로 설 자리를 잃어가는 영국 노동자 계층 남성들의 위기의식을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뒤틀어놓았다. 경쾌한 멜로디 뒤에 숨겨진 알싸한 리얼리즘의 뒷맛은 관객에게 무대를 향해 한껏 격려라도 보내고 싶어지는 묘한 경험을 선사한다. 삶의 질곡 속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해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한 번쯤 들려주고 싶다. 힘들 때 입 안에서 굴려보면 위로를 얻게 되는 노랫말의 마법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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