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글 김대중
밤이 깊어갈수록 나의 맘은 조급해졌어. 수레 위의 깻단은 점점 높아져 작은 산이 되었고, 너에게 가는 길은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지. 혼자 있기 싫어 할아버지, 할머니를 따라나선 게 잘못이었을까? 두 사람은 검은 거인처럼 아무 말 없이 깻단을 싣고, 나도 아무 말 못하고 그저 산 너머 너를 바라보았지.
길도 없는 산 위에 덩그러니 우리 세 사람. 드디어 리어카 바퀴가 구르고, 더듬더듬 산을 내려오는데, 깻단의 무게에 할아버지는 연방 공중으로 들렸다가 내려오길 반복하는 거야. 할머니는 ‘어이구, 어이구’ 외마디를 지르고, 나는 할아버지가 죽는 줄 알고 온몸이 쭈뼛, 간이 콩알만 해지고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았어.
그렇게 산을 내려오고 다리를 건너고 흙길을 지나, 물소리 바람소리 사이로 드디어 들려오는 소 울음, 개짖는 소리…. 밝은 빛, 아궁이의 커다란 가마솥에서 풍겨오는 밥 익는 냄새. 다시 찾아온 평온.
할머니가 하늘로 떠나시자 할아버지는 삼촌댁으로, 개와 소도 자기 갈 길로, 나는 여기 더 밝은 빛들로 가득찬 서울에….
스산한 바람이 불면 이따금씩 아무도 찾을 일 없는 네 생각이 난다. 양재동에서
길도 없는 산 위에 덩그러니 우리 세 사람. 드디어 리어카 바퀴가 구르고, 더듬더듬 산을 내려오는데, 깻단의 무게에 할아버지는 연방 공중으로 들렸다가 내려오길 반복하는 거야. 할머니는 ‘어이구, 어이구’ 외마디를 지르고, 나는 할아버지가 죽는 줄 알고 온몸이 쭈뼛, 간이 콩알만 해지고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았어.
그렇게 산을 내려오고 다리를 건너고 흙길을 지나, 물소리 바람소리 사이로 드디어 들려오는 소 울음, 개짖는 소리…. 밝은 빛, 아궁이의 커다란 가마솥에서 풍겨오는 밥 익는 냄새. 다시 찾아온 평온.
할머니가 하늘로 떠나시자 할아버지는 삼촌댁으로, 개와 소도 자기 갈 길로, 나는 여기 더 밝은 빛들로 가득찬 서울에….
스산한 바람이 불면 이따금씩 아무도 찾을 일 없는 네 생각이 난다. 양재동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