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병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지은이 baseahn@korea.com
이 열매의 기름은 참 신기하다. 평소에는 돌같이 딱딱하지만 입에 들어가는 순간 크림처럼 스르르 녹아버린다. 서양 사람들이 이 기름에 설탕을 넣고 굳혀봤다. 달콤한 맛이 입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것이 간식거리로 더할 나위 없었다. 그들은 이것을 ‘초콜릿’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열매는 ‘코코아빈’이고, 기름은 ‘코코아버터’다.
코코아버터가 입에서 순식간에 녹는 이유는 지방의 물리적 성질이 특이해서다. 공식 융점이 34.1℃이다. 상온에서 고체지만 인체의 체온 근처에서 모두 녹는다. 이런 특성이 초콜릿을 초콜릿일 수 있게 만들어준다. 만일 코코아버터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초콜릿은 탄생할 수 없었을 터. 초콜릿 산업이 융성함에 따라 코코아버터가 ‘귀하신 몸’이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추세였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게 된다.
이 구도를 가장 먼저 간파한 사람들이 영국인이다. 코코아버터를 대신할 수 있는 기름이 없을까? 그들은 연구에 들어간다. 과학이 동원되면 이런 일은 식은 죽 먹기다. 오래지 않아 그럴듯한 고체 유지가 만들어진다. 코코아 성분은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지만 겉으로는 코코아버터와 똑같다. 물성이 똑같다는 얘기다. 쉽게 말해 ‘짝퉁 코코아버터’다. 가격은 약 4분의 1 수준. 초콜릿을 값싸게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위대한 발명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영국의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세력이 있었다는 것. ‘초콜릿 장인’의 나라 벨기에를 비롯한 몇몇 나라였다. “코코아버터 이외의 유지가 들어 있는 초콜릿은 초콜릿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이들은 영국을 몰아세웠다. 급기야 초콜릿을 놓고 유럽이 둘로 쪼개진다. 그것은 ‘초콜릿 자유파’와 ‘초콜릿 순수파’의 대결이었다. 이 초콜릿 논쟁은 약 30년을 끌어오다가 지난 2003년 막을 내린다. 짝퉁 코코아버터, 즉 ‘대용버터’가 5%까지 사용된 것은 초콜릿으로 인정한다는 선에서 전 유럽이 합의하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이 ‘초콜릿 논쟁의 불’이 최근 미국으로 옮겨붙었다는 사실이다. 미국식품의약국은 현재까지 초콜릿에 코코아버터 이외의 유지를 쓸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초콜릿협회를 비롯한 식품업계는 이의 개정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대용버터의 사용을 허가하라는 것이다. 당연히 소비자단체를 비롯한 전문가 그룹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한 원로 식품전문가는 이렇게 외치고 있다. “정통 초콜릿은 식문화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예요. 그것마저 무너져서는 끝장입니다.” 한여름에 불어닥친 ‘미국발 초콜릿 논쟁’, 그것이 그런데 식문화 차원만의 문제일까. 그 속에는 건강을 가늠하는 중요한 계시가 들어 있다. ‘대용 코코아버터’는 가급적 먹지 말라는 것. 그 이유는 단순하다. 인공경화유이기 때문이다. 수소첨가 방법으로 만들었다면 틀림없이 트랜스지방산이 들어 있다. 다른 기술로 만들어서 트랜스지방이 설령 없다 치더라도 먹지 말아야 한다. 지방산 분자들이 이미 상처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천연 코코아버터와 인공 대용버터는 건강 측면에서 천지차이다. 우리나라는 코코아버터를 18% 이상만 쓰면 초콜릿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 기준으로 치면 대용버터를 유럽에 비해 3배 이상 많이 쓸 수 있다. 당연히 천연 코코아버터는 그만큼 줄어든다. 서양의 초콜릿 논쟁을 구경하면서도 뭔가 큰 괴리감이 느껴지는 것이 그래서다.

(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그러나 문제는 영국의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세력이 있었다는 것. ‘초콜릿 장인’의 나라 벨기에를 비롯한 몇몇 나라였다. “코코아버터 이외의 유지가 들어 있는 초콜릿은 초콜릿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이들은 영국을 몰아세웠다. 급기야 초콜릿을 놓고 유럽이 둘로 쪼개진다. 그것은 ‘초콜릿 자유파’와 ‘초콜릿 순수파’의 대결이었다. 이 초콜릿 논쟁은 약 30년을 끌어오다가 지난 2003년 막을 내린다. 짝퉁 코코아버터, 즉 ‘대용버터’가 5%까지 사용된 것은 초콜릿으로 인정한다는 선에서 전 유럽이 합의하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이 ‘초콜릿 논쟁의 불’이 최근 미국으로 옮겨붙었다는 사실이다. 미국식품의약국은 현재까지 초콜릿에 코코아버터 이외의 유지를 쓸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초콜릿협회를 비롯한 식품업계는 이의 개정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대용버터의 사용을 허가하라는 것이다. 당연히 소비자단체를 비롯한 전문가 그룹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한 원로 식품전문가는 이렇게 외치고 있다. “정통 초콜릿은 식문화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예요. 그것마저 무너져서는 끝장입니다.” 한여름에 불어닥친 ‘미국발 초콜릿 논쟁’, 그것이 그런데 식문화 차원만의 문제일까. 그 속에는 건강을 가늠하는 중요한 계시가 들어 있다. ‘대용 코코아버터’는 가급적 먹지 말라는 것. 그 이유는 단순하다. 인공경화유이기 때문이다. 수소첨가 방법으로 만들었다면 틀림없이 트랜스지방산이 들어 있다. 다른 기술로 만들어서 트랜스지방이 설령 없다 치더라도 먹지 말아야 한다. 지방산 분자들이 이미 상처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천연 코코아버터와 인공 대용버터는 건강 측면에서 천지차이다. 우리나라는 코코아버터를 18% 이상만 쓰면 초콜릿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 기준으로 치면 대용버터를 유럽에 비해 3배 이상 많이 쓸 수 있다. 당연히 천연 코코아버터는 그만큼 줄어든다. 서양의 초콜릿 논쟁을 구경하면서도 뭔가 큰 괴리감이 느껴지는 것이 그래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