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에몽은 어떻게 장수했는가
등록 : 2001-03-27 00:00 수정 :
사진/일본을 대표하는 장수 캐릭터 ‘도라에몽’. 만들어진 지 32년이 됐지만 세대를 뛰어넘어 일본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김수정씨가 둘리의 모델로 삼고 있다는 ‘일본의 둘리’ 도라에몽은 경이적인 생명력을 자랑하는 일본 최고의 장수캐릭터다. 현재 일본의 30∼40대들이 도라에몽을 보면서 자랐고, 이제 그들의 자녀세대가 다시 도라에몽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0년대 ‘동짜몽’이란 번안 이름으로 국내에 소개된 도라에몽은 국내에도 세대를 이어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 인기의 비결은 끊임없이 업그레이드되는 콘텐츠에서 나오고 있다.
원작자 후지코 F. 후지오가 도라에몽을 처음 만화로 선보인 것은 지난 1969년이었다. 그리고 작가가 간질환으로 숨진 96년까지 만화 연재가 계속됐다. 연재분을 엮은 만화책으로만 45권, 장편시리즈 만화책 19권이 나와 탄생 30주년인 지난 99년까지 만화책 판매량만 1억부를 넘기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원작자가 숨진 뒤에도 <도라에몽 스페셜> <도라에몽 가족시리즈> 등의 다른 버전으로 만화 연재가 계속되고 있다.
도라에몽은 만화를 필두로 잡지형식으로 출판되는 일본의 어린이용 학습지, 그리고 다양한 캐릭터 문구용품, 그리고 해마다 개봉되는 영화까지 다양한 관련 상품으로 등장해 일본 어린이 곁에서 공기처럼 존재하는 캐릭터로 유지되고 있다. 도라에몽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게임 ‘더 도라에몽즈’도 80년대 초반 등장 이후 쉬지 않고 업그레이드되면서 게임계 최고의 장수상품으로 자리잡으며 도라에몽의 장수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도라에몽이 일본 어린이들의 영원한 벗이 된 것은 해마다 나오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큰 역할을 했다. “일본의 봄방학은 도라에몽 영화와 함께 시작된다”고 할 만큼 한해도 거르지 않고 새 영화로 아이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23년째인 올해 역시 <날개의 용사들>이란 새로운 도라에몽 이야기가 선보였다. 일본 영화계에서 3월 한달 동안의 봄방학 시즌은 어린이용 영화들이 가장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시기로 도라에몽은 이 봄방학 시즌의 가장 확실한 흥행의 보증수표 자리를 지켜왔다. 모두 도라에몽을 보고 자란 부모들이 꼬마들의 손을 잡고 극장을 찾아온 결과다.
그래서 도라에몽은 캐릭터 천국인 일본에서도 아주 특별한 캐릭터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많은 일본 만화가들이 “도라에몽을 보고 만화가의 꿈을 키웠다”고 밝히고 있을 만큼 일본만화와 캐릭터산업에 도라에몽은 절대적 영향을 끼쳤다. 늘 건전하고 동심을 잃지 않는 가족적인 이야기로 남녀노소를 막론한 지지를 받은 것이 원동력이었다. 최근 도쿄 주변을 운행하는 새 전철 순환노선으로 개통된 에도선이 상징물로 도라에몽을 채택한 것은 도라에몽이 단순한 캐릭터를 넘어서는 일본의 또다른 상징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