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글 최규석
쉬는 시간 없이 온종일 기고 구르고 달렸다. 오전에 내린 비 때문에 온몸에 묵직한 흙덩이들이 들어찼다.
소리치고 악을 쓸 때마다 속에서 쓴내가 넘어오고 입에서 모래가 씹혔지만 씻어낼 침 한 방울이 없었다.
훈련장 구석에 줄지어 놓인 수통을 갈망하다 그것조차 지쳐 잊을 무렵에야 중대장은 우리를 불러모았다.
서로 어깨를 겯고 눈을 감겼다. <그리운 어머니>를 제창시켰다.
중대장이 이 순간을 위해 아낀 것인지 노래를 착각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그 노래를 배운 적이 없었다.
TV프로 <우정의 무대>를 떠올리며 대강 앞소절은 시작했지만 뒤로 가면 감당이 안 될 게 뻔했다.
하지만 다들 예상하다시피 이 순간에 이 노래는 뒤가 필요 없다. ‘엄마가~’가 나오면 이미 반은 울고 두 소절 넘어가면 거의 다 운다.
울음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가 중대장은 눈을 뜨고 동기(정확히 ‘전우’라고 했지만 간지러워서 못 쓰겠다)들의 얼굴을 보라고 했다.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된 서로를 보며 우리는 거대하고 묵직한 전율, 너와 나의 차이를 넘어선 순간의 극도의 일체감을 느꼈다.
그때를 틈타 중대장은 전우애를 주제로 짧은 연설을 했고, 그 순간만큼은 우리에게 정말 그것이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하나였다. 훈련이 끝나자 늘 그랬듯 조교들은 뒷정리를 할 자원자를 찾았고, 나는 그날은 내가 자원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 믿었다. 조금 전까지 우리는 하나였으니까.
몇 초의 정적이 흐르는 동안 아무도 자원을 하지 않았고 그런 갑갑함을 이기지 못하는, 그래서 늘 뒤처리를 도맡았던 나를 포함한 몇몇이 다시 나서야만 했다.
인간에 대한 환멸과 안도를 동시에 느꼈다. 그 정도의 연출로 정말로 인간이 변해버린다면 그거야말로 큰일 아닌가.
(물론 자기가 편해지는 방향으로는 그보다 못한 연출로도 쉽게 변한다만….)
소리치고 악을 쓸 때마다 속에서 쓴내가 넘어오고 입에서 모래가 씹혔지만 씻어낼 침 한 방울이 없었다.
훈련장 구석에 줄지어 놓인 수통을 갈망하다 그것조차 지쳐 잊을 무렵에야 중대장은 우리를 불러모았다.
서로 어깨를 겯고 눈을 감겼다. <그리운 어머니>를 제창시켰다.
중대장이 이 순간을 위해 아낀 것인지 노래를 착각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그 노래를 배운 적이 없었다.
TV프로 <우정의 무대>를 떠올리며 대강 앞소절은 시작했지만 뒤로 가면 감당이 안 될 게 뻔했다.

하지만 다들 예상하다시피 이 순간에 이 노래는 뒤가 필요 없다. ‘엄마가~’가 나오면 이미 반은 울고 두 소절 넘어가면 거의 다 운다.
울음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가 중대장은 눈을 뜨고 동기(정확히 ‘전우’라고 했지만 간지러워서 못 쓰겠다)들의 얼굴을 보라고 했다.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된 서로를 보며 우리는 거대하고 묵직한 전율, 너와 나의 차이를 넘어선 순간의 극도의 일체감을 느꼈다.
그때를 틈타 중대장은 전우애를 주제로 짧은 연설을 했고, 그 순간만큼은 우리에게 정말 그것이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하나였다. 훈련이 끝나자 늘 그랬듯 조교들은 뒷정리를 할 자원자를 찾았고, 나는 그날은 내가 자원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 믿었다. 조금 전까지 우리는 하나였으니까.
몇 초의 정적이 흐르는 동안 아무도 자원을 하지 않았고 그런 갑갑함을 이기지 못하는, 그래서 늘 뒤처리를 도맡았던 나를 포함한 몇몇이 다시 나서야만 했다.
인간에 대한 환멸과 안도를 동시에 느꼈다. 그 정도의 연출로 정말로 인간이 변해버린다면 그거야말로 큰일 아닌가.
(물론 자기가 편해지는 방향으로는 그보다 못한 연출로도 쉽게 변한다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