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 킹>과 <캐스퍼>의 명암
등록 : 2001-03-27 00:00 수정 :
사진/애니메이션을 뮤지컬로 만든 <라이온 킹>은 90년대 최고의 히트 뮤지컬로 대성공을 거뒀다. 출연진들이 클린턴과 함께한 모습.(SYGMA)
만화를 뮤지컬로 만드는 것은 국내에서 둘리가 처음이기 때문에 생소하게 비치지만, 뮤지컬이 인기 높은 외국의 경우 아주 드문 일은 아니다. 특히 지난 98년 초연한 뮤지컬 <라이온 킹>은 만화 원작 뮤지컬 가운데 가장 성공한 뮤지컬로 뮤지컬계가 만화라는 소재를 적극적으로 돌아보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뮤지컬 <라이온 킹>은 영화와 관련 캐릭터사업으로 전세계적으로 무려 20억달러를 벌어들인 디즈니사의 애니메이션을 원작을 그대로 뮤지컬로 옮긴 작품이다. 줄거리는 원작 애니메이션 거의 그대로 적용했지만 새로운 장르로 탈바꿈시킨 만큼 뮤지컬적인 재미를 살리는 데 주력했고, 비평가들로부터 “원작 애니메이션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 등 큰 성공을 거뒀다. 연출자 줄리 테이머를 새로운 스타로 만들면서 ‘연극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토니상 6개 부문을 휩쓸었고, 90년대 뮤지컬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떠올라 세계 각국에서 장기공연에 들어갔다.
또다른 만화 원작의 뮤지컬로는 <캐스퍼>가 있다. 99년 선보인 이 뮤지컬은 아기 유령이 주인공인 유명만화 캐스퍼를 뮤지컬로 만든 것으로 엄청난 제작비를 들였지만 결국 처참하게 실패했다. 원작이 유명하다고 해서 반드시 뮤지컬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진리를 보여준 셈이었다. 아기 유령과 유령 친구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하늘을 날아다녀야 하는데 그런 효과가 제대로 살아나지 못한 탓이었다.
만화왕국 일본에서는 인기 만화나 게임을 뮤지컬로 만드는 것이 90년대 이후 하나의 공식으로 자리잡았을 정도로 흔한 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뮤지컬 <세일러 문>으로 제법 인기를 얻어 3탄까지 제작된 바 있다. 또한 유명 만화들인 <소녀혁명 우테나>와 <헌터×헌터>, <아카즈킨 차차>(우리나라에서는 <빨간 망토 차차>로 소개됐음) 등이 뮤지컬로 선보였고, 인기 게임인 <사쿠라대전>도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일본의 만화 원작 뮤지컬들은 뮤지컬로 승부를 거는 것이라기보다는 원작 만화의 붐에 편승하려는 장삿속이 앞선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원작 만화의 팬들만이 찾는 한철 장사로 단명하는 것들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