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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끔뜨끔, 이슈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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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1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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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웃찾사>의 ‘밀어붙여 신문사’가 보여준 현실, 저거 개그 맞아?

▣ 안인용 기자 한겨레 매거진팀nico@hani.co.kr

“이슈 되겠어? 신문 사겠어?”

SBS <웃찾사>를 보면서 자지러지게 웃다가 순간 웃음을 멈췄다. 그리고 1초 뒤 큰 웃음이 터져나왔다. 누구든 자기 직업이 털레비전 드라마에 나오거나 영화에 나오면 한마디씩들 한다. “에이, 저거 아닌데. 실제로 저렇지 않아.” <웃찾사> ‘밀어붙여 신문사’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 진짜 잘 만들었네.”


‘태권도의 자랑 태권브이 알고 보니 노란띠’

<웃찾사>의 새 코너 ‘밀어붙여 신문사’. 이 코너는 황당한 제목의 기사와 협박에 가까운 기사를 만드는 과정을 재미있게 보여주면서 신문사를 풍자한다.

작은 동네 신문사인 ‘밀어붙여 신문사’, 편집국장은 특종에 살고 특종에 죽는 청국장(이재형)이다. 기자는 세 명이다. 연기자(김회경), 사기자(황영조)이며 또 한 명의 기자는 슈퍼맨(고장환)이다. (‘안기자’ 역시 개그에 걸맞다는 사실을 조금 전 발견했다.) 신문사의 사훈은 “밀어붙여!”이며, 특종에 대한 청국장의 지론은 이러하다. “특종 뭐 별거 아냐. 독자의 시선 좀 끌어주고, 약간 과장되게 하면 되는 거야.” 청국장은 기자들을 불러놓고 특종 보고를 하라고 명령한다. 기자들이 보고를 올리면 돌아오는 말은 “이슈 되겠어? 신문 사겠어?”다. 그리고 그는 기사를 부른다. 그렇게 탄생한 주옥같은 기사들은 다음과 같다. ‘히딩크, 알고 보니 강원도 토박이’ ‘20명 가까이 되는 대선 주자들 알고 보니 슈퍼주니어’ ‘태권도의 자랑 태권브이 알고 보니 노란띠’…. ‘노무현 대통령 전격 군 입대’ 기사에 대해 기자들이 너무한 거 아니냐고 항의하자 청국장은 이렇게 일갈한다. “김정일이랑 동반 입대 시키려다가 참은 거야.”

청국장의 지론을 이쪽 업계에서는 ‘초를 친다’고 한다. 실제로 현재 언론계 혹은 언론계 언저리에 존재하는 수많은 언론사들 중 몇 개의 신문사 혹은 인터넷신문사에는 청국장의 지론을 굳게 믿고 있는 국장 내지 기자들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씩 위에 열거한 제목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제목들을 실제 신문에서 발견하곤 한다. 물론 최근에는 온갖 포털 사이트에 버젓이 이런 유의 제목을 단 기사들이 당당하게 올라와 있다. 독자의 시선을 ‘조금’ 끌어주고 ‘약간’ 과장되게 한 것뿐인데. 그리고 청국장이 그렇듯 ‘살짝’ 밀어붙인 게 다인데 말이다. 이 코너를 보다가 순간 웃음을 멈춘 이유는 ‘저거 개그… 맞아?’라는 생각이 들어서였고, 더 크게 웃은 이유는 ‘저거 개그 맞네!’ 싶어서였다. 현실을 ‘조금’ 부풀리면 곧 개그가 되고, 종종 현실은 개그보다 더 황당하다. 이 코너가 보면 볼수록 정드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 “이슈됐어 개그팔렸어”‘밀어붙여 신문사’

더 재미있는 것은 ‘밀어붙여 신문사’에 책상을 차지하고 앉아 있는 또 한 명의 기자, 슈퍼맨의 존재 이유다. 겉으로는 단정하게 셔츠를 입고 앉아 있지만 그의 정체는 사실 정의의 사도 ‘슈퍼맨’. 슈퍼맨은 늘 셔츠를 찢고 정의를 위해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지만, 대체 현실은 그런 슈퍼맨의 열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중차대한 사건들은 매번 쉽게 종결된다. 인질극은 너무 쉽게 끝나고, 공원 앞 집단폭행은 ‘생일빵’으로 밝혀진다. 문제는 그런 슈퍼맨이 신문사 안에 있다는 ‘대단한 특종’을 정작 청국장과 그를 위시한 두 명의 기자들은 전혀 모른다는 것. ‘신문사에 슈퍼맨이 있다’ ‘신문사로 슈퍼맨이 날아들어 가는 것을 봤다’ 등등의 제보와 목격자도 나타났지만 이들은 이렇게 일축한다. “에이, 헛소문입니다!” 그럴 때마다 좌절하는 우리의 슈퍼맨. 실제로 만화와 영화 속 파란눈의 슈퍼맨과 스파이더맨은 모두 언론사 기자 출신이다. 물론 이들이 다니는 신문사도 미국의 ‘미러부처 뉴스페이퍼’였는지 진짜 특종이 사내에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늘 특종을 찾아 헤매는 기자들이 정작 사내에서 걸어다니는 특종은 모른다는 것,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신문사에서 일하는 기자의 한 사람으로서 어딘가 굉장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코앞의 슈퍼맨·원더우먼도 몰라보고

갑자기 어디서 들은 소문이 떠오른다. 신문사에서는 ‘어디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며 짧은 메모를 올리는 것을 ‘정보 보고’라고 한다. 올릴까 말까 고민했던 정보 보고가 있었는데, 생각난 김에 여기에 적는다. ‘최근 원더우먼이 마포구 공덕동 ㅎ신문사 4층 창문으로 날아들어가는 것을 본 사람이 있다고 함. 제보자에 따르면 원더우먼은 굉장한 미녀에 개그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이 정보 보고에 대한 국장의 대답은? “잘못 본 거래!” 역시 신문사는 늘 내부에 숨어 있는 특종을 몰라본다.

‘밀어붙여 신문사’“방송이라 못하는 개그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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