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의 ‘우리 둘 다 총을 잡으려 했어요’
▣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살인, 욕망, 부패, 폭력, 착취, 간통, 배신.’ 뮤지컬 <시카고>의 홍보문구다. 이 작품은 1920년대 시카고의 여감옥이 배경이다. 남편의 외도에 격분한 보드빌 여가수 벨마 켈리와 정부의 이별 선언에 흥분한 유부녀 록시 하트가 각각 살인을 저지르고 수감되지만, 거짓 임신, 일시적인 정신착란 등 온갖 감언이설을 통해 결국 무죄를 선고받는 과정을 풍자적으로 묘사한다. 특히 록시가 변호사 빌리 플린과 함께 기자회견을 벌이는 노래 ‘우리 둘 다 총을 잡으려 했어요’(We both reach for the gun)는 늘 박수갈채가 쏟아지는 이 뮤지컬의 명곡이다. 변호사 무릎에 앉아 꼭두각시 인형처럼 립싱크하며 입만 벙긋대는 모습은 관객에게 폭소를 자아내지만 알싸한 뒷맛을 남긴다. 좀더 선정적인 내용을 좇아 자극적인 스토리에 열광하는 기자들의 모습은 그 시절 유행하던 황색 저널리즘을 희화한 것이다. 하지만 요즘 대선을 앞두고 연일 이어지는 폭로전과 검증 공방에 떼지어 몰려다니는 한국 언론의 현실과 견주어봐도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더욱 흥미롭다.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는 명작 탓이라고만 하기에는 왠지 씁쓰름한 뒷맛이 오래 남는 것도 이 작품의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