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의 조화 속에 개그맨의 성장 과정 확실히 보여주는 한국방송 <개그콘서트>
▣ 안인용 기자 한겨레 매거진팀nico@hani.co.kr
대화가 필요했다. 점심이나 저녁 식사 시간에 식탁 위에서 큰 웃음을 줄 수 있는 대화가 필요했다. 한동안 지속된 개그 프로그램의 침체와 그로 인한 유행어의 부족은 식탁에서 나누는 대화를 지루하게 만들었다. 식탁 위에서의 정적을 깨는 데 앞장선 이는 “(‘지역 광고’식으로) 45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관록의 한국방송 <개그콘서트>다. 고백하자면, 지난 몇 주 동안 이 칼럼을 이어갈 아이템이 없어 머리를 쥐어짰다. <개콘>부터 SBS <웃찾사>, 문화방송 <개그야>까지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이렇다 할 코너가 눈에 보이지 않아 마감날이 다가오면 살짝궁 우울증에 빠지기도 했다. 아, 나의 우울증을 치료해준 고마운 <개콘>! 제8의 전성기를 맞이한 <개콘>을 오목조목 뜯어보자.
공채 22기 중심의 ‘커가는’ 개그맨들
‘내 인생에 내기 걸었네’ ‘지역 광고’ ‘대한민국 완전 소심한 남자’ ‘까다로운 변선생’ ‘집중 토론’ 등등등. 새로운 <개콘>을 이끌어가고 있는 코너다. 새 단장을 마치고 한창 달려가고 있는 이 코너들의 공통점은 모두 새로운 얼굴의 개그맨들이 이끌어간다는 점이다. 개그맨이 탄생해서 커나가는 과정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개콘>인 만큼 이들 코너에서 활약하고 있는 신인 개그맨들은 모두 꼭 눈여겨봐야 하는 이들이다. 그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내 인생에…’의 김원효는 지금은 없어진 <개그사냥>에서 ‘진상소방서’로 그 가능성을 보여준 개그맨이다. 소방서에 걸려온 전화를 진상으로 받는 소방대원으로 시동을 건 김원효는 <폭소클럽>에서 ‘진상소방서’의 업그레이드판인 ‘친절봉사대’와 ‘내 인생에…’까지 일편단심 전화기를 파트너 삼아 전화 개그의 달인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까다로운 변선생’의 변기수는 ‘고음불가’에서 이수근의 오른팔로 얼굴을 알린 뒤 특유의 ‘오빠’에서부터 속사포 개그를 앞세워 변선생으로 <개콘>의 대표 개그맨 반열에 올랐다.
‘지역 광고’ ‘집중 토론’ ‘대한민국…’은 한국방송 22기 공채 개그맨들이 이끌어가는 코너다. ‘지역 광고’에서 천진난만한 얼굴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욕인지 자랑인지 광고를 하는 정범균과 최효종은 차세대 발랄 개그 듀오로 짝을 이루고 있다. ‘집중 토론’의 박영진과 박성광은 <개그사냥>에서 ‘동화중계석’으로 눈도장을 찍은, 발군의 실력을 가진 개그맨이다. ‘대한민국…’의 허경환은 케이블TV ‘톡킹 18금’에서 화려한 입담으로 이미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바 있다. <개콘>이 지금까지 그 웃음의 맥을 이어오고 있는 데는 신인 개그맨을 키워주는 데 적극적이라는 점이 한몫한다. 파릇파릇한 신인 개그맨과 개그우먼이 빨리 시청자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개그전사 300’은 그래서 더 의미 있는 코너다. 여기에서 코너 속의 코너 ‘3인3색’ 등으로 꾸준히 자기 아이디어를 보여주는 개그맨과 개그우먼을 보면 무대가 사람을 키운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브랜드’있는 선배들의 뒷심도 든든
신인 개그맨의 활약만큼 중요한 것은 이미 브랜드 네임을 갖고 있는 개그맨들이 꾸준히 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확 떠버린 5분짜리 코너 하나가 60분짜리 개그 프로그램 전체를 먹여살릴 수는 없으니 말이다. <개콘>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이수근과 정명훈은 추억의 개그 ‘시커먼스’를 패러디한 ‘키 컸으면’을 들고 나왔다. 개그맨으로 최대의 장점(!) 중 하나인 단신을 내세운 이 코너에서는 가발 쓴 이수근을 보기만 해도 웃음이 삐져나온다. 화려하다 못해 황당한 수식어로 코너 전체를 장식하는 ‘말빨의 청춘’은 3차원 개그 전문 개그맨 김대범과 ‘공포의 외인구단’에 이어 복고 개그를 들고 나온 장동혁, 가식 개그의 1인자 신고은이 뭉쳐 진정한 말빨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신구의 조화와 코너 구성이 가장 안정적인 <개콘>은 지금 제8의 전성기행 열차를 탔다. 한번 타면 또 쉽게 멈추지 않는 게 개그 프로그램이다. 특별히 ‘뜨겠다’ 싶은 코너가 잘 보이지 않는 <웃찾사>와 2% 부족한 <개그야> 역시 어서 <개콘>처럼 비행기든 쾌속선이든 타주기를 바란다. 한 프로그램이 뜨면 다른 프로그램도 자극을 받는 게 개그계 아닌가. 식탁이 온갖 유행어와 기똥찬 개그의 성찬으로 가득하길 기대하면서, 마지막으로 발음에 유난히 까다로운 변선생이 할 말이 있단다. “개그콘서트? 아니죠오~. 개그커언서트? 마앚습니다아~!”
● 667호 주요기사
▶가지 않은 길, 참 멀기도 하다
▶전자호구 싸움은 누가 말리나
▶두근대는 마음으로 지켜보라 하남의 뜨거운 7월
▶제주도여, 굴러온 복 차지 말자
▶피로야 가라~ 우울아 가라~
▶네 멋대로 떠나라
▶창 끝에 발라진 꿀, 감세
▶왜 역사소설인가
광고의 상투적인 문구를 기발하게 비틀면서 진정한 지역 광고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코너 ‘지역 광고’(위)와 범인과 피해자를 모두 황당하게 만다는 최첨단 범죄수사 코너 ‘내 인생에 내기 걸었네’(아래). 두 코너 모두 <개그콘서트>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전자호구 싸움은 누가 말리나
▶두근대는 마음으로 지켜보라 하남의 뜨거운 7월
▶제주도여, 굴러온 복 차지 말자
▶피로야 가라~ 우울아 가라~
▶네 멋대로 떠나라
▶창 끝에 발라진 꿀, 감세
▶왜 역사소설인가









